[천일평의 아이& 메모]박찬호, 이승엽 빼고 대표팀 체질개선할 때
OSEN 기자
발행 2008.12.30 09: 59

내년 3월 열리는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참가할 대표팀 2차 후보 선수 32명의 명단이 지난 12월 26일 발표됐습니다.
최종 엔트리 28명보다 4명 더 많은 선수를 선발했는데 이중에는 박찬호, 이승엽 등 참가를 망설이고 있는 해외파 고참 선수 2명을 포함 시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선수 선발에는 김인식(한화 감독) 대표팀 감독과 김성한(전 KIA 감독), 양상문(롯데 2군 감독), 이순철(전 LG 감독), 류중일(삼성 코치), 강성우(삼성 코치), 김민호(두산 코치) 대표팀 코치 등 대표팀 코칭스태프 7명과 한국야구위원회(KBO) 윤동균 기술위원장과 우용득, 허구연, 유남호 위원 등 기술위원 4명 등 11명이 협의를 했습니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박찬호와 이승엽을 포함 시킨데 대해 “최강팀을 만들어 보자는 뜻”이라고 밝혔는데 대표팀 코칭스태프로서는 당연히 최상의 멤버로 선수를 구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입니다.
두 달 정도 남은 이번 대회에 일본이 베이징 올림픽 패배와 노메달의 수모를 씻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미국를 포함한 미주 대륙의 팀들이 2006년 3월에 거행된 제1회 대회 때보다 보강된 전력을 갖추고 나올 것으로 보여 당시 4강을 차지하고 올림픽 금메달팀으로 명성를 높인 우리로서는 좋은 성적을 위해 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WBC 대회는 한국 야구와 대표팀의 도약을 위한 과도기로 삼자는 주장에 찬성합니다. 그동안 좋은 성적을 올렸고 경험 많은 선수가 국제대회에서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우리 대표팀의 상당수 선수가 10년 이상을 뛰었기 때문에 체질 개선을 해야 할 시기가 됐다는 견해에 동의합니다.
베테랑 선수들을 그만 부르자는 이야기는 그들이 그동안 국가를 위해 많이 기여했으니 이제는 개인 생활을 위해 쉴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그들의 기량도 전성기 때 비해 처지기 시작했고 후배들과 참여하지 못했던 선수들을 위해서 태극 마크를 양보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박찬호(35)는 지난 1998년부터, 이승엽(32)은 1999년부터 대표팀에 출전한 선수들입니다. 프로선수들의 참가가 허용되기 시작한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때 대표팀 멤버는 김원형 임창용 최원호 서재응 김병현 조인성 진갑용 홍성흔 김동주 박재홍 심재학 이병규 박한이 등이었고 1999년 서울 아시아선수권대회 때는 이승엽을 비롯해 정민태 정민철 문동환 진필중 구대성 주형광 조용준 김동수 김상훈 박정태 유지현 김한수 정수근 양준혁 등이 출전했습니다.
미국에 간 지 15년째가 되는 박찬호는 얼마전 필라델피아 필리스로 옮겨 선수 생활 정리 단계를 맞이 하게 됐으며 메이저리그 피날레를 장식할 선발 투수로 뛰는 게 최종 목표입니다. 이승엽은 왼손 부상으로 지난 2년간 고생하면서 대표팀 출전 때문에 부담이 커졌고 이 통에 일본 요미우리의 중심타자 입지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지난 여름 베이징 올림픽에서 박찬호가 출전하지 못했지만 대표팀은 어린 선수들의 기적 같은 활약으로 기대 이상의 금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거두었습니다.
이번 2차 후보 발표에는 베테랑 박재홍(35)과 이병규(34)를 제외 시켰는데 사실 이들의 근래 컨디션이나 활약도는 선발된 다른 선수보다 앞선 것으로 평가 됐으나 선발위원 11명 중 8명이 과거 국제대회에서 이들이 팀웍을 깨뜨린 적이 있다며 반대해 탈락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특히 박재홍의 선정을 원했던 김인식 감독은 어쩔 수 없이 물러서며 고참선수가 빠진 점을 아쉬웠 했는데 박찬호와 이승엽도 대승적인 차원에서 제외 시키는 것이 좋을 듯 싶습니다.
베테랑들이 대거 빠지고 관록있는 선수들이 적으면 물론 젊은 선수들은 큰 국제대회에서 중요한 순간 당황하고 어처구니 없는 플레이를 펼치는 사례가 많습니다. 그리고 내년 시즌을 시작하는 3월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면 야구 인기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두 번 국제대회에서 좋지 못한 성적을 올렸다고 해서 야구가 망하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과 일본이 좋은 본보기입니다.
세계 최강 선수들이 뛰고 있는 미국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는 지역 예선에서 멕시코와 캐나다에 잡혀 아예 본선에도 출전하지 못해 야구 종주국의 체면을 구겼습니다. 그리고 자기 나라에서 주관한 2006 제1회 WBC 대회 때는 프로 올스타로 구성하고도 한국과 멕시코에 져 8강에 머무는 창피를 겪었으며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한국과 쿠바에 패해 3위에 그쳤습니다. 국제대회에서는 좋지 못한 성적을 올린 미국이지만 그들의 야구 인기와 산업은 나날이 번성하고 있습니다.
일본 역시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우리에게 잇따라 패해 노메달에 그친 적이 있습니다. 올해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우리한테 연거푸 지는 바람에 4위에 머물렀으며 호시노 감독이 노련한 선수 위주로 출전한 게 도리어 화근이 돼 실수를 연발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대표팀 성적 때문에 그들의 야구가 위축됐다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 대표팀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때가 됐습니다.
“일본은 대표팀을 비슷한 전력으로 서너 개 구성할 수 있으나 우리는 대표 2진이나 3진 차이가 너무 커 한 팀을 만드는데 급급하다”는 그동안의 평가 대신 젊은 세대를 키워 두터운 대표팀을 만들고 야구를 하면 어른이 돼서 취직을 할 수 있는 사회 여건을 만드는 게 한국 야구의 과제로 생각합니다.
이번 제2회 WBC 대회 본선에 진출하지 못해도 좋습니다. 야구팬들은 설령 좋지 못한 성적을 거두더라도 이해하고 납득할 정도의 성숙한 팬들로 성장했습니다.
천일평 OSEN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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