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을 매각할 생각은 없다. 올해 반드시 흑자를 내겠다.”
히어로즈 이장석 대표가 또 한번 깜짝 놀랄만한 포부를 밝혔다. 지난 해 히어로즈 구단을 창단하면서 상당한 시련을 겪고 심지어 일부 야구인들로부터 “사기꾼”이라는 소리도 들었던 이 대표이지만 43살의 젊은 경영인답게 의욕을 보였다.
기존의 구단이 대기업체에서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것과 달리 오로지 스폰서를 구해 구단을 운영할 방침을 세우고 지난 해 제8구단으로 나선 히어로즈의 이장석 대표를 지난 2월 26일 홈구장인 목동야구장 사무실에서 처음으로 만나 자금 확보 여부와 올해 전망, 야구 이야기를 나누었다.
─ 올해 스폰서 확보 상황은 어떻게 됐나? 이번 주 안으로 메인 업체가 선정된다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 일반 스폰서는 4개 업체와 계약이 끝났고 메인 업체는 많게는 100억 원, 적게는 70억 원을 계상하고 있는데 아직 결정이 나지 않았다. 가능하면 3월 14일 시범경기 이전에 마칠 계획이고 최대한 3월 말까지 확보할 예정이다.
─ 올해 총 예산은 어느 정도인가?
▲ 가입금 미납액 60억 원을 합해 220억 원 가량이다. 작년의 총 지출액은 가입금 납부액 60억 원을 합쳐 210억 원이어서 올해는 10억 원 정도가 늘었다. 작년 수입은 우리 담배로부터 받은 46억 원과 일반 스폰서와 방송 중계료 등을 합해 130억 원이었다. 80억 원 가까이 적자를 봤다.
─ 지난 해 적자액 80억 원을 개인적으로 조달하느라 힘들었을텐데 앞으로 해결할 방안은 어떤 게 있는 지?
▲ 내가 돈이 무지 많은 것도 아니어서 어려웠지만 앞으로 잘 꾸려갈 자신이 있다. 올해도 힘들 것이라는 시각이 있으나 흑자 내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스폰서를 잘 끌어들여 금년에 반드시 흑자를 내겠다.
(프로야구 27년동안 연간 흑자가 기록된 적은 꼭 한차례 있었다. 지난 1998년 초 해태가 이종범을 일본 주니치에 트레이드하면서 이적료로 4억5000만 엔을 받아 그해 말 3억 원 흑자를 유일하게 기록했다)
─ 히어로즈가 작년에 가입금 분납금을 제 날짜에 내지 못하고 힘들어 하자 다른 업체에 매각하라는 이야기도 많이 나왔다. 지금이라도 팔 생각이 있는 지.
▲ KBO(한국야구위원회) 몇 몇 고위층에서 작년 6월께 은근히 떠보는 이야기를 들었다.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는데 구단을 지금 넘길 생각은 전혀 없다. 당초 방침대로 흑자 내는 것을 보여주고 싶고 올해 꼭 흑자를 내겠다.
─ 지난 해 이 대표를 가리켜 “사기꾼”이라는 비아냥도 나왔는데 그런 소리를 직접 들어 본 적이 있나? 올해 흑자 내겠다는 말도 믿기 어려운데.
▲ 천 편집인도 그런 이야기 한 적이 있는 것 같은데(웃음) (필자는 지난 해 7월 ‘히어로즈 구단이 선수들의 신뢰성을 잃을 우려가 크다’는 칼럼을 쓴 적이 있다). 작년에 욕은 많이 들었다. 네티즌 뿐만 아니라 어떤 경우는 나의 휴대폰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는 지 밤에 전화로 온갖 소리를 하더라. 크게 괘념하지 않는다. 다만 6살난 아들이나 가족들이 그런 소리를 들을까 봐 겁난다. 흑자를 내겠다는 이야기는 야구단은 당연히 그런 목표가 있는 것이고 현재 추세로 봐서는 가능성이 커 그런 장담을 한 것이다.
일단 내년까지는 야구단 운영에만 전념할 계획이고 그 후는 야구단과 함께 스포츠 매니지먼트 사업 등 새로운 모뎀으로 수익사업 영역을 넓혀 갈 작정이다. 지금 또다른 것을 한다고 하면 뻔히 야구단 이용해서 이상한 짓을 한다고 비난이 나올까봐 내년 이후 계획은 외부에 알리지 않고 올해 야구단 흑자만 목표로 하겠다.
─ 홈구장 확보 방안은 세웠는가?
▲ 현재 사용하고 있는 목동구장보다 나은 고척동에 짓고 있는 야구장이 내년 말이면 완공이 된다고 하니 2011년 시즌부터는 그곳을 주로 사용할 예정이다. KBO가 지난 해 초 추천한 곳인데 서울시에서는 우리가 주인인데 마음대로 하느냐고 나서서 곤란하게 됐지만 큰 문제없이 잘 해결될 것으로 믿는다. 아마 대회를 주최하는 대한야구협회와도 잘 협의하겠다.
─ 지난 해 팀 성적이 7위에 그쳤는데 이 대표는 4강에 들 수 있는 전력이라고 아쉬워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무슨 근거로 작년에 4강은 되어야 한다고 밝혔나?
▲ 그 이야기는 딱 한번 한 적이 있다. 지난 시즌 끝날 때쯤 박노준 단장이 그만 둔다고 해 기자회견에서 “다른 야구 관계자들 만나보니 우리 팀 투수력 정도면 4강은 노려볼만 하다는 이야기를 여러 군데서 들었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그런 단정적인 말이 나온 모양이다. 또 내가 선수단에 최하위만 면하게 해달라고 당부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그런 말은 한번도 한 적이 없다. 어떻게 그런 식의 말이 나오는 지 모르겠다.
─ 작년 경기에 대해서는 아쉬운 점이 많은 모양이다.
▲ 이광환 감독과는 좀 더 함께 가고 싶었다. 그러나 박 단장이 자신이 먼저 그만두겠다고 밝혀 사임했고 단장이 추천한 분이 이 감독이어서 함께 그만두어야 할 것 같아 떠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사실 작년 시즌 개막 후 20경기 정도, 후반기 막판의 몇 몇 경기는 마치 연습경기하듯 게임이 이어져 섭섭했다. 처음에는 스프링캠프를 제대로 하지 못해 그러려니 했으나 크게 지고 있는 경기에서 번트 공격이 나오는 등 이해 못할 내용이 많았다. 프로는 어떤 경우라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나.
─ 유영구 신임 KBO 총재에게 기대하는 것은?
▲ 며칠 전 사장단 조찬회에서 처음으로 만났다. 첫 인상에 야구를 좋아하는 분이라 다행이다. 앞으로 KBO 분들은 야구만 좋아했으면 좋겠다. 골프를 더 좋아하는 분들이 많았다. 유 총재께서는 야구 인프라 구축에 힘써주시고 유소년 야구와 연계해 일을 많이 하시길바란다. 프로 뿐아니라 생활체육 인프라에 신경을 쓰셨으면 좋겠고 지방자치단체의 협조를 많이 받도록 발벗고 뛰어다니는 집행부가 구성됐으면 좋겠다. 야구는 본래 훌륭한 컨텐츠로 세계적인 컨텐츠가 될 수 있고 모든 면에서 경쟁력을 갖춘 컨텐츠이다.
─ 올해 히어로즈팀의 전력은 어떻게 보는가?
▲ 선발 투수진은 아시다시피 괜찮다. 중견 이상렬, 신철인이 상당히 좋아졌다 하고 젊은 투수는 김성현, 이정호, 장형석 등이 주목 대상이라고 들었다. 정민태 코치가 새로 와 선수들을 잘 돌본다고 한다. 방망이는 중심타선 파괴력이 한화나 롯데보다는 조금 떨어지겠지만 새로 온 클락이 장기간 슬럼프만 보여주지 않으면 작년보다 나아질 것이다. 정말 4강에 한번 도전해볼만 하다.
천일평 OSEN 편집인
이장석 히어로즈 대표
김시진 히어로즈 제 2대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