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 사건, 우려되는 제2, 제3의 피해
OSEN 기자
발행 2009.03.29 08: 40

[OSEN=최영균의 인사이더] 고 장자연 사건이 좀처럼 마무리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힘없는 신인 여배우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 했던 이면에 추악하고 부적절한 요구와강요 또는 장자연의 불리한 처지를 악용한 부도덕한 행위가 숨어 있었다면 철저한 진상 규명과 엄정한 처벌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한 경찰의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하면서 한편으로 억울한 제2, 제3의 피해가 생길 수 있는 현재의 여론 몰이에도 우려를 갖게 된다. 자칫 파묻힐 수 있었던 장자연 자살의 배경을 밝혀낸 언론의 기여는 인정하지만 최근 일부 보도를 보면 매니지먼트 산업, 나아가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체를 범죄 집단처럼 인식하게 만드는 무책임한 시각도 상당히 발견되기 때문이다. ‘부적절한 요구’와는 거리가 먼, 정당한 방식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는 매니저들과 신인 여배우들도 많다. 하지만 이들은 요즘 주변의 따가운 시선에 억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신뢰하지 못하는 가족들의 눈길을 볼 때가 가장 마음 고생이 심하다고 한다. 연예계에 환부가 있다면 고발하는 일은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보도가 업계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뒷받침된 신중하고 심도 있는 취재 과정을 거치지 않았을 경우 선정적인 방향으로 흐르면서 선량한 종사자들에게 있어서는 명예 훼손을 넘어 인격 살인까지 이뤄질 수 있다. 정치권의 성급한 입법 시도도 엔터테인먼트 산업에는 피해를 끼칠 수 있다. 힘없는 신인 연예인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제도적인 장치는 분명 필요하지만 사건 발생 몇 일만에 법안을 선보이는 것을 보면 제대로 준비된 것일지, 현실을 철저히 반영한 것일지 의심스러워진다. 특히 정치권이나 관계기관에서 나서 시도하는, 입법을 포함한 제도 정비는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규제로 오용되지 않도록 제정에 있어 신중을 기해야 한다. 사실 입법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법, 제도 측면에서 따지면 장자연 사건도 기존의 법, 제도 만으로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소속사에서 불법적인 ‘부적절한 행위’를 강요하면 이를 법적으로 문제 삼을 수 있는 방법은 없지않다. 문제는 힘없는 신인 연예인에게 ‘부적절한 행위’가 강요되고 거부하기 힘들도록 형성돼 있는 엔터테인먼트 산업 내부의 권력 관계에 있다. 작품이나 광고에 캐스팅 권한을 갖고 있는 ‘권력자’들 중 부도덕한 이들이 있어 ‘부적절한 행위’를 요구하더라도 상대적 약자인 매니지먼트나 절대적 약자인 신인 연예인이 이를 무시할 수 있는 균형 잡힌 권력 구조와 시스템이 마련돼야 하는데 이는 법제정만으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작품, 광고 캐스팅 권한자와 매니저, 연예인이 일렬로 종속된 상하관계가 아니라 모두 동등한 동업자 관계가 될 수 있도록 힘의 균형이 이뤄져야 한다. 또한 행여 부당한 요구가 있을 때 이를 거부하고 고발해서 시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해결이 가능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약자들이 뭉쳐 구성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내부적으로 자율 정화를 이룰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 현재 매니지먼트협회와 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인노조가 구성돼 활동하고 있는데 아직 매니지먼트 회사 전체와 연예인 전부를 아우르는 조직이 돼 있지는 못하다. 협회와 노조를 더욱 활성화시켜 해당 분야의 대표성을 갖게 된다면 개별 회사, 연예인 개개인의 권익을 외부로부터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구성원 내부에서 발생하는 부당한 행위에 대해서는 자체적으로 정화하고 협회와 노조는 상호 협력과 건강한 견제 관계를 이룬다면 자칫 원래의 목적과는 달리 산업에 규제의 독으로 변질될 수도 있는 성급한 법안 제정보다는 불행한 장자연 사건의 재발을 막는데 훨씬 효과적이고 바람직할 것이다. /대중문화가이드 ck1@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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