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의 2009 시즌 한국시리즈 직행이 거의 확실해지고 있습니다. 올 페넌트레이스 팀당 133 경기 중 109 경기를 치른 KIA는 65승40패4무승부로 승률은 6할이 채 못된 5할9푼6리를 마크하고 있으나 2위 두산과 승차를 4게임으로 벌려 놓고 있어 남은 24 게임에서 승률 5할 정도를 올리면 정규 시즌 1위가 무난할 전망입니다.
시즌 1위팀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할 확률은 단일리그제가 채택된 1989년 이후 지난 해까지 1위 18개팀(양대리그가 거행된 1999년과 2000년은 제외) 중 최종 챔피언에 오른 사례가 15차례나 됩니다. 1위팀의 한국시리즈 우승 확률이 83% 이상이어서 타이거즈가 해태 시절부터 쌓은 우승 횟수 9번을 합치면 올해가 ‘10회 우승- V 10’의 대단한 기록을 남길 수 있습니다.
지난 해 6위로 마감한 KIA는 올해 5월 초까지만 해도 6위로 떨어져 4강 희망도 감감했으나 5월 하순부터 조금씩 치고 올라가 3위권에 자리잡은 다음 8월 2일 삼성전에서 승리하며 근 7년만에 시즌 1위를 차지하고 파죽지세로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KIA가 이렇게 ‘미친 듯 질주’하게 된 원동력은 올해 LG에서 데려온 3루수 김상현이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홈런 선두-타점 1위에 올라 섰고 최희섭이 두어달간 헤맸으나 메이저리거다운 파워를 보여주면서 왕년의 타이거즈 파괴력을 찾아 선수단 전체가 활력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구톰슨과 로페즈 등 두명의 외국인 투수가 10승 이상의 안정된 투구로 다른 팀 용병들DL 부진한 가운데 마운드를 탄탄하게 만들었고 에이스 윤석민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후유증으로 초반 고생했으나 본래의 실력을 발휘한 게 큰 힘이 됐습니다. 또 투수진은 서재응과 한기주가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해 차질이 빚어졌지만 양현종, 곽정철, 유동훈, 손영민 등 신진 세력이 기대 이상 잘 던져줘 커다란 보탬이 되면서 팀 평균자책점 1위팀으로 떠올랐습니다.
팀 타율은 8개팀 중 밑바닥이지만 중요한 득점 기회에서 집중타가 터졌습니다. 팀 성적이 선두로 치고 올라갈 수 있었던 주요 경기가 지난 7월 3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경기가 아닌가 여겨집니다. 5-5로 맞선 9회초 포수 김상훈이 애킨스를 상대로 결승 투런포로 승부를 뒤집어 롯데의 상승 기류를 잠재우고 팀에 활기를 불어넣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9일 군산경기에선 김성근 감독이 이끄는 SK를 상대로 김원섭이 역전 끝내기 만루홈런을 터트렸습니다.
2년 연속 우승한 SK와 다시 만난 지난 주말 원정경기 첫날 21일엔 나지완이 대타 만루홈런을 날리고 22일엔 이재주가 대타 스리런홈런으로 승부를 갈라 영화 같은 장면을 연속 상영해 팀 분위기를 최고조로 살렸고 대타작전을 연거푸 성공한 조범현 감독에게 자신감을 안겨주었습니다.
23일엔 김상현의 솔로포와 윤석민의 쾌투로 2-1로 이겨 3연승을 거두고 올해 양팀간 전적 10승5패2무승부를 기록, 지난 해 4승14패의 참담한 상대 전적을 갚아주며 ‘SK 두려움증’을 떨쳐내고 앞으로 플레이오프에서도 자신감을 갖게 됐습니다.
4강에 오를까 말까했던 KIA가 시즌 1위를 장담한 이유는 무엇보다 세칭 ‘안방마님’ 포수가 커다란 부상없이 출전한 덕분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올 들어 프로야구 28년 사상 포수들이 줄줄이 부상으로 빠지는 바람에 거의 모든 팀들이 고전한 사례는 처음입니다.
그러나 KIA는 주전 포수 김상훈이 팀의 109 경기(24일 현재) 중 101 경기에 출장해 프로 10년째 중견다운 팀 리드를 보여주었습니다.
반면에 SK는 주전 박경완이 지난 6월 24일 경기 중 아킬레스건 부상을 입었고 2인자로 나서서 잘 나갔던 정상호마저 7월 19일 롯데전에서 이대호와 충돌, 제 컨디션이 아닙니다.
두산은 지난 해 주전이던 채상병 대신 나선 최승환과 용덕한이 괄목한만한 활약을 보였지만 둘 다 부상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공백이 생겼으며 롯데는 강민호가 팔꿈치 통증으로 초반부터 신통치 않다가 한달 가량 결장해야 했고 고참 최기문마저 허벅지 통증으로 안방에 헛점이 생겼습니다.
삼성은 진갑용이 7월 11일 왼 손목에 공을 맞아 한 시즌을 접었으며 활력을 불어넣던 현재윤도 어깨 통증으로 고생하다 지난 주부터는 아예 빠져 비상이 결렸습니다.
한화는 주전 포수 신경현이 손가락 통증을 안고 버티다 결국 중간에 빠져야 했고 급히 나선 고참 이도형 역시 지난 주 경기 중 부상으로 신참들이 안방을 지키고 있습니다.
LG는 늦깎이 김정민이 5월 20일 경기에서 3루를 돌아 홈으로 뛰다가 아킬레스건이 끊어지는 중상을 입었고 조인성은 8월 6일 경기 중 후배 심수창과 마운드에서 말다툼을 벌이다 2군으로 강등돼 2년생 김태군에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8개 구단 가운데 히어로즈와 KIA 두 팀을 제외하면 6개팀 주축 포수들이 줄줄이 부상을 당하는 유례없는 사태가 발생한 것입니다.
KIA의 8월 이후 선두 질주와 현재 6위인 히어로즈의 4강 희망이 다른 이유도 있겠으나 두 팀의 주전 포수가 큰 부상없이 안방을 지켰기에 커다란 보탬이 됐다고 판단됩니다.
2009 시즌 올해는 다른 포지션의 간판 선수들 부상도 발생하는 이례적인 사태가 발생하고 있으나 특히 포수들의 부상이 두드러져 포수의 중요성이 투수 이상으로 인식된 해로 기록될 것입니다.
천일평 OSEN 편집인
김상현(위) 김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