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해리슨의 엔터~뷰(Enter~View)] “슈퍼스타 K2”의 열기가 한 해를 정리하는 연말로 접어드는 길목에서 더욱 뜨거워지고 있는 듯 하다. TOP11의 인기는 미니 홈피, 트위터 방문자 수의 급증과 팬 카페 회원 등의 적극적인 참여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승자 허각과 2위 존박의 일거수일투족은 세인의 관심을 얻으면서 연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특히, 허각은 음반까지 발표하면서 정식 가수로서 행보를 걷기 시작했다.
수많은 국민들에게 희망과 감동을 주었던 우리 시대 평범한 청년의 성공담에 필자 역시 더불어 살아가는 조금 나이 먹은 선배로서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왠지 모르게 벌써 많은 우려와 걱정이 앞선다. 많은 국민들은 ‘하늘을 달리다’, ‘조조할인’, ‘사랑비’ 그리고 우승자에게만 주어진 곡 ‘언제나’를 열창하는 허각의 모습을 TV 브라운관을 자주 시청하며 ‘평범했던 젊은 청년의 성공 과정’을 뿌듯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싶어하지만 현실의 장벽은 잔인하리만큼 높아 보인다. 지상파TV 예능과 시사, 뉴스에서는 허각을 볼 수 있었어도 정작 가장 중요한 음악프로그램에서는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수 데뷔곡 ‘언제나’를 열창하는 허각의 노래하는 모습은 ‘언제나’ 볼 수 있을까?

- ‘언제나’를 노래하는 허각,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 출연 기준에 미흡한가? –
허각의 “슈퍼스타K2” 우승곡 ‘언제나’는 발표하자마자 최정상 인기 아이돌 그룹들인 소녀시대, 2AM, 카라, 비스트 등과 경쟁하며 멜론, 도시락, 네이버, 다음 등 유력 포털 및 음원 사이트 주간 차트 1위를 1~2주 동안 차지하는 등 연말 가요계 최고의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싸이월드 차트 중 10대에서 40대 이상까지 7개 연령층으로 세분화된 “세대별 인기 차트”에서 전부분 1위에 오르는 이변을 연출하며 근래 보기 힘든 ‘전 연령층이 사랑하는 노래’로 선택되어 전폭적인 지지를 얻은 점은 윤종신도 심사평에서 밝힌 것처럼 폭넓은 층에 어필할 수 있는 ‘허각의 무한한 잠재력’을 보여주었다.
‘언제나’와 ‘하늘을 달리다’,’행복한 나를 (feat. 존박)’등이 수록된 가수 데뷔 미니 앨범 역시 JYJ, 소녀시대, 비스트, 카라 등 선배 가수들의 음반과 당당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 결과 KBS-2TV의 가요 순위 프로그램 “뮤직뱅크”에 음원 판매 점수 만으로 ‘언제나’가 9위에 오르자 (11월 12일 방송 분) 시청자게시판에는 ‘국민아들 허각’이란 표현까지 등장하며 출연시켜 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SBS “인기가요”와 MBC “쇼! 음악중심”에도 “뮤직뱅크”에는 못 미치지만 허각의 출연을 요구하는 글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고 한다.
각종 음악 차트와 대중들의 열렬한 반응에도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에서는 허각의 노래하는 모습을 왜 볼 수 없을까? 각 방송국마다 출연할 수 있는 자격 요건에 허각이 미달되고 있는 것인가? 방송국마다 방송심의 기준이 있기 때문에 허각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하고 있는 엠넷(m-net)에서 음반과 가사 등 심의자료를 제출하지 않아서 늦어질 수도 있다. 만약, 이런 절차가 다 통과된 후에도 허각이 노래하는 장면을 볼 수 없다면 시청자들은 어떤 판단을 해야 할 것 인가? 만약 수많은 출연 요청의 글들이 더 폭주를 한다 해도 프로그램 제작진들은 그냥 팬 클럽 회원들의 악의에 찬 성토라고 웃어 넘길 수 있을까?
- 방송국간의 미묘한 신경전 계속된다면 ‘허각의 라이브’는 더 이상 없다 -
이미 여러 매체에서 다룬 글을 통해 허각을 비롯한 슈퍼스타K2 출연자들이 정식가수로 데뷔하게 되면 겪게 될 험난한 길을 예견하고 우려한 바 있다. 필자 역시 지난 칼럼에서 짧게 말한 적이 있는데, 현재 벌어지고 있는 엠넷과 지상파 방송 3사 음악 프로그램간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허각에게 악재로 다가설 수도 있다. 엠넷은 20%에 가까운 시청률을 높인 “슈퍼스타 K2”를 통해 그들이 만들어 낸 콘텐츠에 대한 자부심을 충분히 누릴 자격이 있다. 그것은 분명 전문적인 음악전문 채널에서만 가능한 장기 프로젝트의 훌륭한 산물이었고, 케이블TV 역사상 전무후무한 시청률을 올렸기 때문에 박수를 받을만하다. 그러나, 요즘 허각을 비롯한 슈퍼스타 K2 출연자들의 과도한 스케줄에 대한 우려와 매니지먼트를 담당하고 있는 엠넷에 대한 비난과 불만을 토로하는 글들이 많아지는 것은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언론 매체 홍보에 있어서 엠넷은 온라인 매체 및 신문 잡지 등 인쇄 매체, 라디오 방송국이 허각을 비롯한 TOP11 진출자들에게 그나마 우호적인 반응을 보여서 라이브로 노래하는 장면과 인터뷰 기사들이 대중들에게도 다양한 방법으로 전달되고 있다.
그러나, 다른 경쟁 케이블 음악 방송과 지상파 TV와의 냉랭한 관계는 쉽게 풀리지 않을 것 같다. 특히, 엠넷이 주최하는 연말 음악시상식 “MAMA”가 마카오에서 11월 28일 일요일 생방송으로 개최됨으로써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생방송을 진행하는 3사 음악 프로그램과 첨예한 대립 관계를 가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이미 벌어졌다. 게다가 6~9% 정도의 평균 시청률을 올리고 있는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 담당자들에게는 케이블 음악 TV 오디션 방송의 경이로운 성적에 곱지 않은 시선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방송국 간의 불편한 관계로 인한 폐해는 허각의 ‘언제나’가 “SBS 인기가요” 홈페이지 네티즌의 투표 ‘결정 Take 7’란에 80여 곡의 최신 곡 명단에 조차 빠져 있는 것으로도 드러난다. SBS-TV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 “강심장”과 심야 뉴스에 전격 출연해서 노래를 불렀던 허각에 대한 호의적인 시각과는 180도 다른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인기가요” 입장에서는 엠넷의 MAMA가 일요일 방송됨으로써 직접적인 피해를 입기 때문에 심기가 불편할 수 없을 것이다. 엠넷도 대관 일정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을 하지만 벌써 ‘반쪽 짜리 잔치’라는 언론기사가 봇물을 이룰 정도로 좋지 않은 상황을 직면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MBC의 경우 “쇼! 음악중심”에 순위제가 없는 대신 주요 음원 음반 사이트와 통신사 인기 곡을 데이터 자료로 삼고 있어 최상위권에 포함되어 있는 허각의 ‘언제나’에 충분한 자격은 있다. 다만 “슈퍼스타 K1”의 서인국도 아직 한번도 MBC-TV 음악프로그램에 출연한 적이 없었기에 허각에게도 좀처럼 기회가 주어지기란 쉽지 않다. 특히, 후발 오디션 프로그램 “스타오디션 – 위대한 탄생”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MBC 입장에서 타 방송국에서 뽑은 1등 가수에 쉽게 문호를 개방하리란 만무하다.
또한, 지나치게도 비쳐주는 “슈퍼스타K2” 브랜드와 출연자들을 통한 수익사업에 엠넷이 혈안이 되어 있다는 일부 팽배한 여론 역시 지상파 방송사 입장에서는 부정적인 시각으로 받아 들일 수 밖에 없을 듯 싶다. 이런 엠넷과 지상파 음악프로그램간의 첨예한 대립이 계속된다면 허각의 <언제나>가 가장 객관적이라고 할 수 있는KBS-TV 뮤직뱅크와 같이 정확한 표본 단위의 점수를 근거로 순위를 매기는 지상파 음악프로그램에서 1위에 오른다 하더라도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앵콜 곡을 부르는 장면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
다만, 허각과 존박 등이 출연했던 프로그램이 시청률이 급상승하고, 단기간에 폭넓은 팬 층의 사랑을 얻고 있는 허각의 ‘언제나’가 방송된다면 10대들의 프로그램으로 전락해 버린 순위 위주 음악 프로그램에 일시적일 수도 있겠지만 다양한 연령층의 시청이 증가할 수도 있다는 점은 방송사 입장에서는 방송 출연 섭외의 산술적으로는 분명 긍정적인 요소다.
- 국민들은 노래하는 허각의 모습을 보고 싶을 뿐이다 –
허각이 우승을 하자 정치권을 필두로 사회 여러 분야에서 ‘공정’이란 말을 언급했을 때는 내심 불쾌함을 감출 수 없었다. 다행이도 허각이 토크쇼 프로그램에서 ‘공정한 기회가 주어졌고 공정한 경쟁을 통해 우승할 수 있어서 기뻤다’는 소감에는 백 퍼센트 박수를 보냈다. 마침내 ‘진심으로 가슴을 울리는 노래’했던 스물 여섯 살 대한민국 평범한 청년에게 프로그램을 시청했던 국민들은 공정한 한 표를 주었고 공정한 투표 결과에 의해 그는 1등으로 선택되었다.
지상파 방송 출연이 아니더라도 음악 방송국에서 주최하는 음악 시상식과 연말 콘서트 무대에서 또한 음원과 뮤직 비디오등 다양한 방법으로 허각의 노래를 접할 수는 있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사들은 시청자들에게 보편적 시청권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공영방송인 KBS와 MBC의 경우에는 시청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프로그램 제작에 반영을 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필자가 특정 개인에 대한 출연을 보장받기 위한 어필은 절대 아니다. 굳이 사족을 달자면 10대 위주의 음악 프로그램 보다는 “유희열의 스케치북”,”김정은의 초콜릿”,”열린 음악회” 등에서 노래하는 허각이 더 돋보일 듯 하다.
정작 기획사도 없이 활동을 해야만 하는 신인 가수 허각에게 현재의 상황은 적잖니 버겁게 여겨 질 것이다. 그러나, 허각을 비롯한 슈스케 TOP11 모두 그들이 예기치 못하는 상황을 대처할 수 있어야 험난한 가요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기계음이 난무한 음악으로 제대로 된 노래를 들려주지 못하는 ‘가수 아닌 가수들’이 즐비한 게 우리 가요계 현실이다. 아이돌과 댄스 음악이 점령 중인 대중 음악계에 비록 창작곡이 아닌 커버곡을 불렀지만, 라이브 연주에 맞춰 노래하는 아마츄어 오디션 참가자들의 열창 무대는 신선한 충격과 더불어 열광을 배가시켰다.
그 가운데 음악 팬들과 일반 시청자들은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타고난 목소리로 노래 한 곡 한 곡에 혼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이웃집 청년 같은 허각’에 가장 많은 지지를 보내 주었다. 지금 많은 국민들은 브라운관에서 비춰질 ‘노래하는 허각, 열창하는 허각’을 통해 그저 소박한 감동과 희망을 느끼고 싶을 뿐이다.
<해리슨 / 대중음악평론가> osensta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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