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남원 영화전문기자] 전성기 노사모를 이끌었던 두 배우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명계남과 문성근이다.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는 2000년 총선 때 노무현 대통령이 부산에서 낙선한 직후 정치인 팬클럽 수준의 소모임으로 출발했다. 여기에 유명인사인 명계남과 문성근 등이 2002년 대선을 전후해 적극적으로 참가, 전국에서 폭발적 반응을 이끌어내며 참여정부 탄생의 밑거름이 됐다. 명계남과 문성근, 그리고 이창동 감독은 한국영화계의 유비 관우 장비 같은 관계다. 이제 고전이 된 ‘초록물고기’는 이들이 힘을 모아 처음으로 만든 작품이고 두 번째는 정치판에서 노사모로 결실을 맺은 셈이다. 현 정권 수립후 노사모 전면에서 직접 활동한 두 사람은 이 감독을 영화인 출신의 첫 문화관광부 장관(2003.2~2004.6)으로 밀었고 한동안 이들은 영화계를 떠나있었다. 누에는 뽕잎만을 먹고 산다. 정치 외도를 했던 삼총사도 현 정권 임기 중반들어 노사모의 활동 영역이 줄어들면서 영화계 복귀에 나섰다. 문성근은 순조롭게 현역 배우로 복귀했다. 3년 가까이 연기를 쉬었던 그는 강우석 감독의 블록버스터 ‘한반도’에 이어 스릴러물 ‘두뇌유희 프로젝트, 퍼즐’과 노근리 사건을 다룬 ‘작은 연못’ 등에서 주연급을 맡았다. 이외 몇편의 영화에서 조연 및 목소리 출연에 캐스팅되는 등 일찌감치 정치권 외도 이전의 활동 수위를 회복했다. ‘퍼즐’ 제작보고회 당시 그는 “배우가 영화에 출연하는 것만큼 좋은 일이 또 있겠나. 나는 아직 (한동안 쉬었던 영화 출연에) 배가 고프다”고 기쁜 속내를 밝혔다. 원래 과작인 이창동 감독도 송강호 전도연 주연의 ‘시크릿 선샤인’(2007) 연출을 진행하고 있다. ‘초록물고기’(1997), ‘박하사탕’(1999), ‘오아시스’(2002) 등 감동작들을 2~3년 주기로 내놓던 그가 5년만에 선보일 영화는 멜로다. 송강호와 전도연의 사랑 이야기를 이창동이 감독한다니 기대가 커지는게 당연하다. 이에 비해 명계남은 영화계 복귀가 꼬이고 있다. 배우이자 제작자로 누구못지않게 마당발이었던 그는 최근 영화전문지 과의 인터뷰에서 “(제작사 관련)업무가 마비상태다. 나와 관계된 모든 사람들은 다 피해를 보고 있다. 영화 제작자 일을 더 이상 못하겠다”고 어려운 상황을 호소했다. 정치권의 갖가지 루머에 그의 이름이 포함되면서 겪는 수난이다. 배우로서의 활동에 관해서도 “할 용의는 있지만 (섭외가) 안온다. 어떤 감독이 나를 배우로 쓰려고 했더니 투자자가 곤란하지 않겠냐고 했다더라. (중략)”며 “‘손님은 왕이다’를 할 때 아, 이게 내 마지막 작품이겠구나, 하는 느낌이 왔다”는 한탄을 내뱉었다. 정치권은 늘 연예인에게 유혹의 손짓을 보낸다. 특히 선거 때는 대중의 관심을 얻기위한 정략의 일환으로 국회의원 공천이라는 미끼까지 걸어 그 유혹이 더하다. 실제 상당수 배우와 탤런트들이 정치권의 낚시질에 걸려 국회의 문턱을 넘어섰다가 한계를 느끼고 무대로 돌아왔다. 알게 모르게 대중은 이들의 컴백을 용인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연예인의 정치권 외도와 복귀를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은 갈수록 차가워지고 있다. 문성근이 배우로서의 활동 재개 이후에 정치권과 관련된 잡음이 거의 사라졌던 반면에 명계남은 이런 저런 루머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바람에 피해를 봤다. 이왕에 무대로 돌아올거면 정치권과의 고리는 단칼에 무 자르듯 깔끔하게 정리하라는 게 요즘 세태인 모양이다. mcgwire@osen.co.kr ‘한반도’와 ‘손님은 왕이다’ 영화 스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