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까지 양쪽 날개 공격수가 너무나 취약했다. 개막 직전까지 여기에 대한 보강에 힘써 공격 축구의 진수를 보여주겠다".
2006 K리그 후기리그부터 본격적으로 부산의 지휘봉을 잡은 앤디 에글리 감독이 올 시즌보다 강화된 공격 축구를 보여주겠다고 자신했다.
에글리 감독은 17일 부산 강서체육공원 내 클럽하우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올 시즌 보여줄 공격축구는 4-4-2 포메이션을 기본으로 하되 4-4-1-1에 4-3-3까지 다양하게 변화되는 시스템이 될 것"이라며 "특히 양쪽 날개 공격수뿐만 아니라 좌우 풀백이 모두 공격에 침투하는 공격 축구로 팬들에게 재미와 박진감을 선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에글리 감독은 "지난 시즌 양쪽 날개 공격수가 부실해 제대로 된 공격 축구를 보여줄 수 없었다"며 "시즌 개막전까지 여기에 대한 보강을 끝내겠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에글리 감독과의 일문일답.
- 지난 시즌을 평가한다면.
▲ 부산은 매우 좋은 팀이다. 후기리그부터 팀을 맡기 시작해 처음에는 잘 나갔다가 부상 선수가 나오는 바람에 페이스가 떨어졌고 마지막 순간에 다시 전력을 회복했다. 팀의 전력을 고려할 때 합당한 순위를 받지 않았나 생각한다.
- 부산 구단을 맡으면서 선수들에 대한 평가를 한다면.
▲ 선수들의 하려는 의지와 배우려는 태도를 높이 산다. 경기력에 만족하고 있다.
- 공격 축구를 보여주겠다고 했는데 어떤 것인지 설명해달라.
▲ 일단 포백 수비와 2명의 스트라이커를 두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2명의 스트라이커는 투톱이 될 수 있고 1명의 처진 스트라이커와 원톱의 형태인 4-4-1-1이 될 수도 있다. 여기에 양쪽의 미드필더 2명이 공격에 적극 가담하고 1명의 처진 스트라이커가 미드필드진에 가담하는 4-3-3의 형태까지 다양하게 변화될 수 있다. 일단 나는 볼 소유 능력을 중요시 하며 최대한 앞으로 전진하는 축구를 구사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서는 수비수들도 공격의 마인드를 갖고 있어야 하며 수비수들은 미드필더뿐만 아니라 공격수에게도 한 번에 연결할 수 있어야 하고 양쪽 풀백과 양 날개 공격수도 공격에 활발하게 가담해야 한다. K리그 팀들의 수비 형태를 보면 뒤쪽 공간이 많이 빈다. 양쪽에서 공격에 가담하는 선수들은 뒷 공간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임무를 가지며 이를 통한 공격이 주가 된다. 공격 축구는 공격이 전부가 아니다. 한국 축구를 본다면 상대 진영에서 공을 뺏겼을 경우 뒤로 물러서는 경향이 있는데 우리 팀은 상대 진영부터 적극적으로 압박을 가하는 공격적인 수비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선수들의 체력과 정신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이에 맞춘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 부산의 압박 축구가 대표팀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되나.
▲ 핌 베어벡 감독의 대표팀은 상대 진영부터 수비하는 것이 아니라 다소 물러나는 수비를 하기 때문에 다르다. 오히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이 했던 축구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당시 히딩크 감독은 스리백을 썼지만 상대 진영에서 공을 뺏겼을 때도 뒤로 물러나지 않고 적극적인 압박 수비를 펼쳤다.
- 이를 위해서 부산이 보강해야 할 포지션은.
▲ 부산의 취약점은 날개 공격수다. 지난 시즌을 보면 양쪽 사이드 공격수에 공백이 생겼을 경우 대체할 만한 선수가 없었고 왼쪽 날개 공격수인데도 오른발을 쓰는 선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어리고 경험이 없는 선수를 내세운 적도 있었다. 현재 루시아노를 테스트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확정짓지 않아 3명의 자리가 남아있는 용병을 이에 맞춰 영입하려고 준비 중이다.
- K리그가 골이 많이 나지 않고 수비 지향적이라는 비판이 있다.
▲ 여기에 대한 질문을 많이 들었지만 왜 K리그가 수비 축구를 한다고 비판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이탈리아 세리에 A나 프랑스 리그도 골이 많이 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오히려 수준급의 리그로 평가받는다. 골이 많이 들어가지 않는 것은 2006 독일 월드컵도 마찬가지였다. 그 나라 리그는 사회 분위기와 연관된다. 감독에게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압박이 가해지면 승리하기 위한 전술을 쓸 수 밖에 없고 결국 수비 위주의 안전한 축구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K리그 분위기 자체가 재미있는 축구만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이기기를 원하는 축구를 바라기 때문에 골이 많이 나지 않는 것은 오히려 당연하다. 나같은 경우도 위험부담을 안고 공격 축구를 하다가 연패를 당하면 저절로 조심스럽게 된다. 각 구단들의 서포터들도 자신의 팀이 부진하고 패배를 거듭할 때 비난하지 말고 어떻게 지지를 보내고 힘을 보탤지 스스로 생각해야 한다.
- K리그에 외국인 감독이 많아지면서 장단점이 대두되고 있다.
▲ 일단 FC 서울에 세뇰 귀네슈 감독이 부임한 것에 대해 환영한다. 경험많고 성공을 거둔 감독이기 때문에 한국 축구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외국인 감독이 들어오는 것은 단점보다 장점이 많다. 스위스 리그도 한참 인기가 많았을 때 전체 팀의 90%가 외국인 감독이었다. 그들은 스위스 축구에 노하우를 전수하면서 많은 제자들을 키워냈다. 그것이 20~25년 전이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전체 지도자의 90%가 스위스인이다. 예전 외국인 감독들로부터 교육받고 노하우를 전수받은 것이다. 한국 축구가 한 단계 성숙하고 발전하려면 선진 축구 지도자들의 풍부한 경험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 포항의 파리아스 감독이 대표팀에 네덜란드 지도자만 들어온다며 네덜란드 축구 일변도로 가는 것에 대해 경계했는데.
▲ 다른 팀 감독의 의견이라 반박하기 조심스럽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네덜란드 축구는 분명 세계 수준급이며 한국 대표팀을 성장시켰다. 아시안게임에서는 비록 금메달을 따내지 못했지만 아시안컵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네덜란드 지도자는 한국의 월드컵 4강을 이뤄냈고 월드컵 원정 첫 승을 따내게 하는 등 한국 축구를 발전시켰다. 비록 스위스가 이기긴 했지만 한국의 독일 월드컵 마지막 경기도 한국이 이겼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을 정도로 박진감 넘친 경기였다. 한국은 스위스에 졌지만 결코 실패한 것이 아니다. 또한 대표팀의 발전으로 많은 한국 선수들이 유럽으로 건너가지 않았는가. 한국은 아직도 선진 축구를 많이 보고 배워야 한다.
- 귀네슈 감독이 한국 선수들의 프로정신 결여를 지적했는데.
▲ 프로정신을 얘기한다면 유럽에서 일하기 힘들 것이다. 아까도 말했듯이 한국 선수들의 태도와 열심히 하려는 자세가 좋다. 하지만 다만 한국 선수들은 경기를 풀어가는 것과 골을 넣는 것에 대한 결정력이 부족하다. 이런 것은 모두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인데 유럽이나 남미의 좋은 팀과 자주 경기를 갖는 것이 중요하고 외국인 감독의 노하우를 전수받는 것도 필요하다. 전북 현대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해 클럽 월드컵에서 세계 명문 구단과 경기를 했는데 이런 기회도 자주 잡아야만 한다. 한국 선수들은 기술도 있고 양발을 쓸 줄 알며 빠르고 지구력이 있다. 경기 운영 능력과 골 결정력만 키운다면 20년 정도만 지난다면 아시아에서도 월드컵을 제패할 날이 올 것이다.
- K리그에 조언할 것이 있다면.
▲ 나도 K리그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조언한다기 보다 한 나라의 문화를 존중하고 이해하려 하고 한국 팬들도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했으면 한다. 내가 하려는 축구가 새로워 보이더라도 "저것은 한국식이 아닌데, 한국 실정과는 맞지 않는데"라는 비판은 피해줬으면 좋겠다. 또 바라는 것이 있다면 대한축구협회나 K리그가 축구를 통해 서로 이득을 챙기려 하지 말고 축구의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이끌어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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