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석, 영화 ‘리턴’의 범인은 누구일까요?
OSEN 기자
발행 2007.08.04 09: 52

탤런트 정유석(35)을 아는가. 이름만 들어서는 갸웃한다. 사진을 보면 대체로 이렇게들 말한다. ‘아~! 드라마에서 많이 봤어’ ‘이 사람이 정유석이야?’ ‘너는 내 운명에서 전도연 쫓아 다녔던 그 사람?’ 그렇다. 정유석은 영화 ‘너는 내 운명’에서 다방 레지로 분한 전도연을 따라다니며 그녀의 행복을 위협했다. 한마디로 그 영화에서는 징글징글한 사내였다. 마약중독에 걸린 듯 온몸을 떨고 생의 의욕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극중 전도연의 과거의 남자. 오직 예전에 같이 살을 부대끼며 살았던 인연으로 불쌍한 여자의 돈이나 뜯어가려는 파렴치한으로 완벽히 분했다. 전도연과 황정민의 사랑을 위협하며 불쑥불쑥 그 얼굴을 내밀 때마다 마다 좀 안 나왔으면 싶었다.
그러면서 정유석이 궁금했다. 대체 징글징글한 그 악역을, 연민까지 느껴지게 표현할 수 있는 정유석이 누구인지. 마침 그런 정유석이 영화 ‘리턴’으로 돌아왔다. 잔혹한 용의자 중의 한명인 그는 영화 ‘리턴’에 출연한 4명의 남자 배우들 중에 그 누구보다 살인범 같은 뉘앙스를 뿜어냈다. 그렇다면 그가 범인일까? 알아 맞춰보자.
3일 오전 11시 아침부터 날은 덥다. 삼청동의 한 카페, 예전에 왔던 기억이 있다. 좋았던 기억들이 있던 곳에 정유석이 미소 짓고 있었다. 영화이야기를 안 할 수 없지. 영화 개봉을 앞두고 만난 자리가 아닌가.
‘리턴’에서 마취과 의사 장석호를 열연했다. 극중에서 야누스적인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처진 눈매에 미소를 지으면 더할 나위 없이 선해 보인다. 하지만 무표정한 얼굴로 카메라를 응시할 때는 악마적인 느낌도 서려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살기가 있고 무섭고 카리스마 있고 단순히 그런 것만을 표현하고 싶지는 않았다. ‘너는 내 운명’도 그렇고 단순히 악역이 아니라 그 인물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인간적인 접근을 할 수 있는 부분을 표현하고 싶었다. 영화 ‘대부’ 같이 것을 좋아한다. 악의라는 부분이 삼류양아치 잔인한 살인자만인 것이 아니라 명분이 있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오히려 그런 것을 하고 싶었다.
본인의 실제 성격은 어떤 편인가? 유순해 보이지만 굉장히 다른 면모가 있을 것 같다.
솔직히 조금 예민한 편이긴 한 것 같다. 예민하고 소극적인 면이 있지만 대찬 면도 있다. 욱하는 성격이 있지만 절제하려고 한다. 절제를 한 후에 나중에 대화를 해서 풀어 나간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문제가 생기면 빨리 부딪쳐서 ‘왜 우리가 이런 것인지’ ‘뭐가 잘못된 것인지’ 원인파악을 한다. 문제가 있을 때 고민하는데 오랜 시간을 끄는 것은 시간이 아깝다고 본다.
스스로 악마성을 느낄 때가 있는가?
‘살인자가 무고한 시민들을 죽였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그런 것을 느낀다. 누가 저한테 시비를 걸 때 그런 것은 아니지만 사람마다 다 있는 정의감이라는 게 있다. 그것이 불타오르면 합법적인 정의감으로 불타오르는 게 아니다. ‘저런 놈은 죽여야 해’하는 생각을 한적이 있다. 남을 죽인 것인데도 남이란 생각이 안 든다. 피해자가 제 가족일수 있다는 생각이 들 때는 합법적 이성적으로 조율이 안 된다.
‘리턴’에서 호흡을 맞춘 김명민과 실제 친한 사이라고 들었다. 한 영화에 함께 캐스팅됐는데 연기해 보니 어떤가
제가 먼저 캐스팅 되고 나중에 명민이가 캐스팅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연기하는데 편하겠다는 생각은 했다. ‘리턴’의 감독님도 우리가 서로 친구인지 알고 캐스팅 한 것은 아니었다. 20대 후반에 알게 됐고 알고 지낸 지 6-7년 정도 됐다. 스포츠 센터에서 만났고 드라마 ‘아버지와 아들’에서도 함께 연기한적이 있다.
‘리턴’에서 쟁쟁한 4명의 남자배우(정유석 김명민 유준상 김태우)가 호흡을 맞춘다. 서로간의 라이벌 의식이나 연기에 있어서의 선의의 경쟁은 없었는지
제가 캐릭터를 찾아나가는 과정에서 저와 경쟁하고 있다. 물론 경쟁심의 마음은 베이스로 깔려있기는 하다. 작품에 있어서 내가 맡은 캐릭터만큼은 누구에게도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 캐릭터를 표현하는데 있어서는 경쟁일 수 있겠다. 제 캐릭터를 지키다 보면 그게 경쟁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다.
스릴러나 공포영화는 잘 보는가?
공포영화는 봐도 무섭지가 않아서 거의 안 본다. 하지만 며칠 전에 영화 ‘기담’을 보는데 무서운 장면이 나왔는데 정말 무서웠다. 너무 무서운 찰나에 제 뒤에 있던 사람이 제 의자를 뻥 차서 더 놀랐다. 온몸에 닭살이 솟아오르는 것은 처음이었다. ‘여름에 이래서 공포영화를 보는구나’ 싶었다. 무서운 영화를 아무리 봐도 안 무서운데 이 영화는 무서웠다.
‘리턴’ 시사회 장에서 자신의 첫 번째 영화를 ‘너는 내 운명’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사실 ‘너는 내 운명’ 이전에도 많은 영화에 출연한 경력이 있다.
첫 번째 영화를 ‘너는 내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두 번째는 ‘리턴’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8편의 영화를 더 찍어서 총 10편의 영화를 내놨을 때 많은 사람들이 정유석이라는 삶을 ‘정유석이 이런 배우구나’ 알아주셨으면 하는 그럼 바람이다. 그 편수를 10편이라고 정했다. ‘너는 내 운명’을 시작으로 제가 정한 10개를 보여드리고 싶다. 아직은 두 편만 갖고 ‘어떤 배우다’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는 것 같다.
1989년 KBS 특채 탤런트도 데뷔했다. 데뷔가 굉장히 빨랐다. 그것에 비해 이름과 얼굴을 알리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무명의 시간을 어떻게 견뎠는가?
왜 안 힘들었겠는가? 여러모로 힘들었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는 사람이 있고 천천히 배우로 성장하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번에 스타가 됐던 사람이 부럽지는 않았다. 지금까지의 과거가 헛되거나 무명이라는 단어로 무의미하고 허무했다고 생각한적은 한번도 없다. 최선을 다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해 갈 생각이다. 스타가 목표가 아니라 배우로서 성장을 하면 그게 스타고 진짜 배우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연기관은 무엇인가?
카메라 앞에 섰을 때 진실한 연기를 하는 것이다. 관건은 카메라 앞에서 보이는 모습보다 카메라 뒤에서 ‘정유석이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서 카메라 앞에서의 진실함이 나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카메라 앞에서 연기도 중요하지만 카메라 뒤에서 ‘진실하게 살자’ 그건 곧 카메라 앞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관객들에게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은가?
평생 연기자로 남고 싶고 할아버지 될 때까지 연기를 할 것이기 때문에 기대감이 있는 배우가 좋다. 믿음이 가는 배우도 제 이름 앞에 붙여졌으면 좋겠다. 저는 지금의 저보다는 꾸준히 연기생활을 진솔하게 해서 잭니콜슨 알파치노 같이 나이가 들어서도 좋은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앞으로 어떤 영화로 ‘리턴’하고 싶은가
개인적으로는 멜로를 해보고 싶다. 또는 형제애나 우정이나 부성애 모성애 그런 것을 다루는 영화도 좋다. ‘엄마와 아들’ ‘아빠와 아들’ 사이에 그린 사랑을 담은 그런 류의 영화를 해보고 싶다.
정유석은 올 여름의 휴가계획은 없다고 했다. 다음주부터는 ‘리턴’의 장석호를 뒤로하고 김원희와 함께 주연을 맡은 드라마 ‘과거를 묻지 마세요’ 촬영에 돌입한다. 그는 지금까지의 많은 드라마 속에서와 똑같은 그임에도 또 다른 그였다. 그가 스스로 두 번째라고 칭한 영화 ‘리턴’으로 분명 그의 연기인생에 전환점을 맞이한 듯 보였다. 서른 중반 작지 않은 나이, 그는 스스로 ‘외롭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전혀 외로워 보이지 않았다. 그에게는 어느 아리따운 애인보다 더 매력적인 영화와 드라마에 빠져있었고 당분간 그것은 지속될 것처럼 보였다. 그의 말처럼 휴가는 여름에만 가는 것이 아니고 겨울에도 갈 수 있듯이 그의 인연은 서른의 나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가 ‘너는 내 운명’에서 불쑥 그간의 내공을 한꺼번에 드러냈듯이 불현듯 어떤 인연으로 대중 앞에 함께 인사를 할지 모를 일이다. 그가 외로움을 벗는 그날이 올 때까지, 아니 그날이 오더라도 그의 평생 업은 연기다. 어느새 세월이 흘러서 한국판 영화 ‘대부’를 찍게 될 그 주인공이 정유석인 그날이 오길 바라본다.
crystal@osen.co.kr
김영민 기자 ajyoung@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