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 구단이 모두 거부하는 그날까지 뛰겠다". 시즌 초반 잘나가다가 최근 주춤하고 있는 LG 트윈스 우완 선발 투수 최원호(34)가 자신의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최원호는 LG 트윈스 구단 홈페이지 쌍둥이마당에 팬들의 질문에 선수가 직접답하는 ‘궁금해’코너에 참여해 팬들의 질문에 답했다. 다음은 최원호와 팬들의 질문과 답변의 전문이다. 1. STORY(이지은) 질문: 최원호선수의 야구 인생에 멘토가 되어준 인물이 있다면 누구인지 궁금합니다. 최원호 : “실업팀 인천시청에서 포수로 선수생활을 하셨던 아버지(최명섭 씨)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야구는 친숙했어요. 초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가 인천에서 열린 세계야구선수권 대회를 데리고 갔는데 그 뒤로 야구공을 끼고 살았죠. 그 다음 숭의초등학교 4학년 때 엄마 몰래 야구부 테스트를 받고 야구를 하게 됐죠. 한 달 뒤 야구부에서 회비를 내야 돼서 결국 엄마한테 들켜서 혼나기도 했습니다.(웃음) 제가 외아들이라 운동시키는 걸 싫어하셨거든요. 제가 존경하고 닮고 싶은 선수들은 특별히 구위가 뛰어나지 않는데도 잘던지는 선수들이에요. 톰 글래빈, 그렉 매덕스, 송진우 선배, 전병호 같은 선수들 보면서 많은 걸 깨달았고 그 사람들이 던지는 걸 보면서 배울려고 노력했습니다. 뛰어난 구위로 잘 던지는 투수들보다 이런 투수들이 더 대단하다고 생각하거든요” 2. bestkth(김태형) 질문: 얼마 전 장성호 선수가 한 인터뷰에서 최원호 선수를 국내에서 커브볼이 가장 위력적이다고 말했는데.. 그렇다면 최원호 선수가 가장 상대하기 힘든 타자는 누구인가요? 최원호 : “좌타자는 KIA 장성호, 우타자는 두산 김동주가 가장 껄끄럽게 느껴져요. 선구안도 좋고 훌륭한 타자들이라 상대하기가 쉽지않죠” 3. bird69(추교민) 질문 : 지난 2002년 한국시리즈 6차전을 물어보지 않을수 없습니다 당시 마해영선수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아서 삼성에게 우승을 넘겨주게 되었는데,,, 그때 심정은 본인뿐 아니라 팬들도 가슴아팠습니다 경기후 어떻게 그날을 보내셨는지.. 심경은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최원호 : “게임 끝나자 마자 버스 타고 새벽에 서울로 올라왔구요. 그때 당시는 같이 고생한 동료들에게 너무 미안했죠. 생각지도 않은 결과에 개인적으로도 너무 당황했구.. 홈런 맞은 그 순간에는 그냥 멍했는데 며칠 뒤에 TV를 보니 제가 자신도 모르게 마운드에서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더라구요. 너무 보기 안좋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생각했죠. 다음에 또 그런 상황이 생긴다면 마운드에서 내려오면서 팬들에게 모자 벗고 인사하면서 들어와야 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어차피 투수하다보면 원치는 않지만 그런 상황에 맞닥드릴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4. 질문: 개인적으로는 최원호 선수가 팀에서 가장 잘생긴 선수라 생각하는데 본인이 생각하는 팀 내에서 제일 미남은 어떤 선수라 생각하세요? 최원호 “한 명 꼽자면 인성이(조인성)가 잘생긴 것 같아요. 저는 조각 같은 스타일보다는 밉지않은 인상이 미남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게 봤을 때 인성이는 웃는 게 상당히 매력적이고 모두 좋아하는 밉지않은 얼굴이라서 미남이라고 생각합니다” 5. nanayo45(임정순) 질문: 야구선수가 되지 않았다면 지금쯤 어 떤일을 하고 계실지 궁금합니다. 얼굴이 잘생기셔셔..*^^* 혹시 배우라던가........아니라면 평소 차분하니 말씀도 잘하시고 목소리도 매우 지적으로 들리는 바 교사직을 하셔도 매우 잘 어울리실듯 해요.. 최원호 : “운동을 워낙 좋아했기 때문에 야구가 아니었다면 다른 종목 선수가 됐을 것 같습니다. 어릴 때 축구도 좋아해서 야구선수가 안됐다면 축구선수가 됐을 거에요. 아니면 골프선수도 해보고 싶은 적이 있었어요. 골프는 개인운동이라 자기만 열심히 하면 결과가 나올수 있는 종목이라 매력있게 느껴집니다. 6. 질문 : 제작년도 그랬지만 올해도 은근히 승운이 없는 투수입니다. 제가 본 경기만해도 3경기 정도는 중간진이 승리를 날려버린 경기가 있었는데요.. 이럴 때 어떤 기분이 드실지 매우 궁금합니다. 지켜보는 저도 억울하고 분하고 억장이 터지는데 직접 지켜보시는 입장으로선 몸에 사리가(?) 생길정도로 힘드실것 같네요..속내만으로 원망하시는지..아니면 겉으로 표현을 하실지 궁금합니다. 최원호: “시즌 초반에는 크게 신경을 안쓰다가 7월에 페이스가 떨어지고 연패를 하니까 FA도있고 솔직히 여러가지로 신경이 많이 쓰였습니다. 생각안할려고 노력은 하는데 저도 평범한 사람이다 보니 머릿속에서 아쉬운 기억들이 빨리 안지워지더라구요. 당장 제 스스로가 잘 안되니까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가 많았습니다. 2000년 어깨 수술했을 때는 제발 마운드에 다시서서 공만 던질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어떤 목표가 생기니 사람이 욕심이 생기더라구요. 그래서 사람이 간사하다고 하나봐요. 7. cyhg(최요한) 질문: 최원호 선수의 커브를 보면 정말 폭포수 커브라고 생각될 만큼 대단합니다. 그 커브는 언제 어떻게 완성시키셨는지 그게 궁금합니다. 최원호 “제가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 리틀야구에서 변화구 던지는 게 금지였어요. 5학년 되니까 커브만 허용하는 걸로 규정이 바뀌었어요. 당시 초등학교 이건일 감독님이 4학년 말에 투수 할 만한 아이들에게 커브를 집중적으로 가르쳤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이건일 감독님이 무섭긴 해도 정말 잘 가르쳐주신 것 같아요. 그때 커브를 배운걸로 대학 때까지는 변화구는 커브만 던졌어요. 프로 입단해서 슬라이더를 배웠고, 2000년 수술한 이후에 구속이 떨어지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체인지업을 배웠구요. 8. ssrjh(김혜연) 질문: 2000년부터(1999년 이적) 시작해서 벌써 횟수로 8년째 엘지트윈스의 선수로 활약을 하고 있는 최원호 선수를 응원하는 팬입니다. 벌써 엘지에서는 최고참의 선수가 되었는데요, 팀을 구성하는 구성원의 한사람인 선수로써 그리고 투수로써 8년동안 본인 스스로가 변화된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최원호 “8년 전에는 개인적인 욕심만 앞섰던 적이 많아요. 앞으로 야구할날이 많이 남아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저뿐만 아니라 어렸을때는 대부분 선수들이 그렇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확실히 향후 몇 년이라고 확정지어서 선수생활을 보장받는 시기가 아니다 보니까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의미있게 보내려고 제자신이 노력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제가 LG와서 8년 동안 우승을 한 번도 못했거든요. 현대있을 때 우승을 경험했는데.. 우승했을때 그런 기분을 현재 저희 팀 동료들 대부분이 모르거든요. 종열이형이나 명환등 몇명빼고는 거의 모를 거에요. 그 기분은 정말 해본사람 아니면 모를 정도로 짜릿한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기분을 우리팀 후배들과 같이 느끼고 싶어요. LG라는 팀이 주변에서 관심도 많고.. 지원도 타팀에 비해 잘해주는데 성적이 안나서 팬들이나 여러군데서 비난도 많이받고.. 선수들도 자신이 노력한 만큼의 대가를 못받으면서 오랫동안 힘들적이 많았습니다. 이제는 꼭 우승을 해서 힘든시기를 넘겼으면 하는게 바램이에요. 우승의 맛을 알기 때문에 나이가 들면서 우승하고 싶은 욕심이 더 절실해 지는 것 같아요. 대부분 어린선수들은 개인성적에 민감할 수 밖에 없고, 고참들은 개인성적보다 팀성적에 민감하게 되거든요. 팀내에서도 고참선수들에대한 배려가 있고, 고참들도 이팀이 내 가족이라는 생각으로 잘 끌고 나간다면 강팀이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9. mandu91(강민영) 저는 토요일에 야구장에 다녀온 회원입니다 그때 아쉽게 진 경기였죠. 그런데 티켓을 보니깐 형님의 투구하는 모습이 나온티켓이였습ㄴㅣ다. 그 티켓을 더 자세히보니 형님의 모자 챙 흰색부분(안쪽)에 뭐라고 써져있는걸 보았습니다. 그것이 궁금합니다 대체 뭐라고 써져있는지요........... 그 의미는 무얼 뜻하는지도 궁금합니다. 사랑하는 약혼녀가 ‘사랑해 힘내.. 침착하게’ 문구를 써줬습니다. ‘사랑해.. 힘내’는 자기를 생각하면서 위기상황에서 지혜롭게 대처하라는 의미고 ‘침착하게’는 제가 잘 안될 때 흥분을 잘하는거 같다면서 써준 겁니다. 시합중에도 이 문구를 자주 봅니다. 마운드에서 모자벗고 땀닦을때도 보고.. 그걸 보면 마음이 편안해져요. 약혼녀에게 항상 고마워하고 있어요. 10. jseokiss(송준석) 질문: 올시즌 목표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해도 올시즌은 우리 LG가 무조건 포스트시즌에 올라가야 됩니다. 저희가 최근 몇 년간 줄기차게 고생을하고 노력을 해왔는데 지금처럼 이맘때쯤 남은 게임에서 희망조차 보였던 적이 거의 없었거든요. 매년 이맘때쯤엔 포기하는 분위기였거든요. 지금처럼 희망이 보일 때 반드시 포스트시즌에 진출해야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강팀이 되거든요. 희망이 보일 때 못올라가게 되면 또 몇년간 팀전체가 더 힘들게 되는거 같습니다. 이를 위해 고참으로써 우리 선수들 모두 조금더 분발했으면 좋겠다는 말하고 싶고 저도 나갈때마다 최선을 다할 겁니다. 11. 질문: 앞으로 남은 선수생활에서 이루고싶은 목표가있다면?? 최원호 : “2000년 수술이후 제 목표는 8개구단 모두가 저를 거부하는 그날까지 선수로 뛰는 거에요. 은퇴하고 코치나 야구이외의 일은 언제든 시작할 수 있지만 선수는 몸이 허락해야 할 수 있는 거니까 모든 팀에서 선수로서 자격미달이라는 평가를 받기 전까지는 뛰고 싶습니다. LG와서 8년째인데 되도록이면 LG에서 선수생활을 마감하고 싶구요. 그래서 후배들에게 ‘아 최원호는 스타플레이어는 아니지만 열심히해서 선수생활도 오래했고하고 팀에서도 인정을 받았던 사람이구나’라는 후배들의 모델이 되고 싶은게 야구선수로서 목표입니다” 12. 질문 :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바라는 점? 최원호 “저를 포함한 선수들이 가끔 쌍둥이 마당에 올라온 글을 봅니다. 욕설이나 심한비난의 글을 보면 저같이 고참선수들도 가끔 마음 상할 때가 있습니다. 저희 팀에는 서른살이하 어린선수들이 많아요. 젊은 선수들은 작은 것 하나에 상처를 받고 특히 내성적인 성격의 선수는 그런 글들을 보면서 가슴속에 크게 상처를 받고 그라운드에 나가서도 플레이가 위축되는 경우도 있더라구요. LG트윈스를 사랑하는 팬들이라면 못했을 때 가족같이 감싸앉고 잘못을 덮어주셨으면 합니다. 다른 팀 팬들이 아닌 우리팀팬들이시기 때문에 이런 부탁을 드리는 겁니다. 선수들이 좋은 기분으로 힘을 발휘할수 있도록 팬여러분들이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