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홍윤표 대표기자] "스포테인먼트로 관중 2만 명 시대를 열겠습니다. 지금 SK 와이번스의 문학구장 평균관중이 1만 명 선인데요. 2만 명에 도달한다면 마케팅이 가능해집니다. 그러면 프로구단이 살 수 있습니다". 신영철 SK 와이번스 사장은 여느 때보다 자신감을 드러냈다. 꼭 SK의 팀 성적이 1위여서만은 아닌 듯하다. 신 사장은 지난 5일 OSEN과의 독점 인터뷰에서 "우승은 못 해도 좋다. 팬이 두 배 늘어난 것이 더 중요하다. 우승은 할 수도 못할 수도 있지만 팬이 없으면 (프로구단은) 실패라고 본다. 그동안 프로야구는 매년 우승을 노리다 다른 모든 것을 다 포기해왔다. 그러나 SK는 마케팅을 우선시할 것이다. 고객의 트렌드를 좇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스포테인먼트 선언 이래 다양한 액션 플랜을 통해 신 사장은 한국 프로스포츠 최초로 승리 지상주의를 대체하는 팬(고객) 지향 경영 마인드를 들고 나온 CEO로 평가받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스포테인먼트 도입 약 1년 후, SK 시즌 관중은 인천 프랜차이즈 역대 최다인 60만 명을 돌파했다. 여기다 김성근 감독-이만수 수석코치 체제로 재편된 코칭스태프는 시즌 내내 1위를 독주, 한국시리즈 직행을 가시권에 두고 있다. SK의 사상 유례없는 성적-흥행의 동반성장을 이끌어낸 신 사장의 프로 스포츠 비즈니스 노하우를 듣기 위해 한양대 동국대 동의대 계명대 등, 대학가의 강의 요청이 밀려들고 있다. 이에 앞서 신 사장은 지난 8월엔 학계 언론계 관계 경영계 고위 실무자들의 초빙을 받아 '스포츠 산업 포럼'의 강사로 나선 바 있다. 그는 "스포테인먼트를 하나의 리더십 이론으로서 이론화-학문화시키는 작업에 관심있다"고 말했다. 스포테인먼트를 신 사장만의 경영 기법이 아니라 보편성을 갖춘 시스템이자 매뉴얼로 체계화시키고 싶은 의도를 시사한 것이다. -올 시즌 인천 역대 최다 관중을 달성했습니다. 인천의 인구나 조건을 고려하면 대단한 성과로 보여지는데요. 만족하시는지요?. ▲아직 만족할 수준은 아닙니다. 그러나 나름대로 성과는 있었습니다. 제가 스포테인먼트를 처음 말한 때는 조범현 감독(지난해 10월 2일, 정규시즌 최종전 직후)이 사퇴한 날이었습니다. 그 이후 김성근 감독-이만수 수석코치 체제가 나왔지요. 그러나 그 전부터 제 3자적 눈으로 보니까 '이대론 다 망한다'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습니다. 스포테인먼트는 언론에 발표하기 1~2년 전부터 법조계 경영 체육 언론계를 망라한 포럼팀을 운영해 준비한 결과물입니다. 대학생 대상 마케팅 논문 공모전을 열기도 했었고요. (거기서 얻은 결론은) 프로야구 팬이 540만 명에서 200만 명으로 줄어든 원인은 "프로야구가 아니라도 볼거리, 놀거리가 너무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스포테인먼트의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은 것입니까? ▲컨셉은 데이빗 스턴 NBA(미국프로농구) 커미셔너를 원용한 것입니다. 한편으론 에듀테인먼트(교육+엔터)란 용어를 보고, 스포테인먼트(스포츠+엔터)를 착안했습니다. 스포테인먼트의 핵심은 (프런트나 선수단이나) '즐겁게 하자'는 데 있습니다. 스포테인먼트를 선언하고 두 달 뒤 현대 사태가 일어났습니다. (프로야구도 망할 수 있다는 것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지요. 작년 12월부터 프런트내 TF팀을 가동해 직원들 교육을 시작으로 스포테인먼트 프로그램이 시행됐습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직원들은 절박함이 없었습니다. '성적이 뒷받침 안 되면 관중 안 온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시즌에 들어가 성적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자 신을 냈습니다. 작지만 성공사례를 경험한 것입니다. 리더로서 직원들과 비전을 공유한 데 대해 보람을 느낍니다. -그럼 어느 시점에 스포테인먼트는 성공을 말할 수 있을까요? ▲평균관중 1만 5000명, 2만 명도 꿈이 아닙니다. 직원들에게 그럽니다. '우리 평균관중 5000명일 때 시작했는데 해보니까 1만 명 되지 않느냐?'라고. 이제 이렇게 얘기합니다. '평균관중 2만 명이면 프로구단 살 수 있다'라고. 2만 명 시대가 열리면 모든 게 달라집니다. 자체적으로 돌아갑니다. 지금만 해도 1만 명 되니까 SK 계열사들이 서로 광고한다고 나옵니다. -스포테인먼트를 통해 프로구단의 재정 자립을 이뤄낼 수 있다고 보십니까? ▲진짜 위기는 '별로 망할 것 같지 않다고 여기는 것이 위기'입니다. 각 구단이 해마다 200억 적자가 나는데도 그냥 갈 거라 여기고 있어요. 또 걱정과 우려는 다 하는데 정작 아무도 어떻게 해야 되는지는 모르고 있습니다. 이제 정치논리가 아니라 시장논리의 시대입니다. 미국과 일본서 보고 들은 것(tactic)은 있겠지요. 그러나 '왜 해야 되는지'를 모르고 있습니다. 절박함, 절실함이 없는 것입니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중계료, 입장료, 먹거리, 스폰서십을 통해 돈을 법니다. (선진국식 수익 모델을 따라가려면) 우리도 자립까지는 아니어도 관중수를 지금보다 2~3배 더 늘려야 합니다. 2만 명만 되면 마케팅 가능합니다. 머천다이징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관중이 야구장을 찾을까요? 바꿔 질문하면 왜 그동안 팬들이 안 왔을까요? ▲이승엽 등 스타는 다 외국에 빼앗깁니다. 관중들은 굳이 야구장에 안 와도 TV로 질 좋은 콘텐츠를 접할 수 있습니다. 또 축구, 영화 등 야구를 대신할 대체재가 좀 많습니까? 그럼 어떻게 해야 되느냐, 처방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야구 좋아하니까 팬들이 올 거다' 이건 정말 나이브합니다. 음료시장을 보세요(처음에 사람들은 갈증을 해결하기 위해 콜라를 마셨고, 그 다음엔 에너지를 얻기 위해 게토레이를 마셨어요. 그러다 이제 또 건강을 위해 비타민 드링크를 마시죠. 사랑 받는 마케팅은 이처럼 아직까지 충족되지 않은 소비자들의 불만을 끊임없이 찾아내 해소해 주는 겁니다. 필립 코틀러, 인터뷰 인용). 고객이, 팬이 원하는 것을 찾아서 팔아야 합니다. 그러려면 고객의 트렌드를 좇아야 합니다. 팬을 끌어오지 못하니까 수익구조가 나빠지는 거에요. 문학구장이 좋다고 다들 칭찬해 주시는데 야구하기 편할지는 모르지만 관중 접근성은 떨어집니다. 지자체와 협의해서 스타디움(stadium)이 아니라 파크(park)로 바꾸고 싶어요. 우리가 지자체와 연계해 '남동구민의 날'같은 행사를 열면 관중이 부쩍 많이 옵니다. 이걸 해석하면 '야구 보러 오고는 싶은데 돈 주고는 안 온다'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돈 주고도 오게 만드느냐' 그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신 사장님은 어린이 팬 유치에 특히 신경쓰신다고 들었습니다. ▲이것 역시 고객의 욕구(needs)가 바뀐 것을 알아야 합니다. 지금 애들이 어떤 애들인데요, 모자나 점퍼 갖고 되겠습니까? 아이가 밖에서 야구하면 부모가 좋아할까요? 아이가 아니라 부모 처지에서 마케팅을 해야 합니다. 우리 아이가 참여하면 뭔가 얻을 수 있다는 교육 프로그램을 제시해줘야 합니다. 그렇기에 스포테인먼트의 핵심 컨셉은 '가족'입니다. 그리고 그 밑바탕엔 웰빙이 있습니다. 팬은 만드는 것입니다. 가족과 애인을 생활의 일부로서 야구장에 데려올 때, 스포테인먼트는 완성됩니다. 아직 멀었지만 여지는 있습니다. -스포테인먼트 원년인데, 아직 미흡한 점이라고 보시는 부분은? ▲직원들에게 얘기합니다. '경기 보지 말고, 관중 향해 있으라'고요. 파는 사람이 가게에서 손님 봐야지 왜 물건 봅니까? 또 시즌 끝나면 내년도 연간 티켓을 얼마나 어떻게 팔 것인지 연구하라고 지시를 하달했습니다. 재작년에 우리팀이 연간 티켓 28장 팔았어요. 그랬던 걸 올해 1300장으로 늘려놨습니다. 내년엔 3000장까지 갈 것입니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직원들이 팬과 어떻게 대화하고 소통하는지를 볼 것입니다. 올 12월 안에 3000장을 다 팔 작정인데 팬들이 빨리 사도록 어떤 메리트를 줄지도 고민해야 합니다. -스포테인먼트의 미래를 묻고 싶습니다. 내년에도 팀 성적 1위를 할 것이란 보장이 없는데요. 그래도 스포테인먼트는 올해처럼 기능할 수 있을까요? ▲당연히 단기적으로는 우승이 목표입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론 명문구단으로 가는 것입니다. SK가 생각하는 명문구단은 팬을 빼놓고는 설명되지 않습니다. 우승과 팬 중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저는 팬입니다. 그동안 우리 프로야구가 매년 우승을 노리다 다른 것을 다 죽였습니다. 그러나 SK는 마케팅을 우선에 놓고 싶습니다. 그러다 가끔 우승도 하고 그러면 마케팅도 더욱 힘을 받을 것입니다. 당장 올 시즌 SK가 우승을 한다면 내년은 더 여유로울 것입니다. 어쩌면 이 인터뷰는 스포테인먼트 1년의 결산일 수도 있겠다. 성공의 경험을 축적한 신 사장은 "이 길이 옳다, 이 길밖에 없다"란 소신을 한층 확고하게 굳힌 듯 보였다. 신 사장은 "프로야구가 1995년 540만 관중을 모았을 때, 당시 인천팀이 8%(44만 명)를 담당했다더라. 그런데 올 시즌 400만 관중에 도달하면 이 중 SK가 60만 명을 넘게 책임진 것 아닌가. 인천 인구가 260만이다. 이 중 40% 이상이 서울로 출퇴근하니까 베드 타운의 성격도 띠고 있다. 이런 조건 속에서 거둔 성과니까 우리 직원들에게 '떳떳이 자랑하라'고 말한다"라고 언급했다. 이 말대로 이제 SK는 더 이상 비인기구단이 아니다. 나아가 프로야구 흥행을 좌지우지할 영향력을 갖추게 됐다고 볼 수 있다. 스포테인먼트와 CEO 신영철의 리더십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는 변화라 할 수 있다. chuam@osen.co.kr [정리=김영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