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마운드 세대교체 고민 해결 '조짐'
OSEN 기자
발행 2007.10.02 08: 53

[OSEN=이상학 객원기자] 1999년 한화가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의 위업을 달성할 당시 핵심 멤버는 단연 ‘마운드의 빅3’ 송진우 구대성 정민철이었다. 그해 한국시리즈에서 셋은 4승 4세이브 방어율 1.85를 합작하며 한화의 우승을 이끌었다. 그러나 8년의 세월이 흐른 현재에도 송진우(41) 구대성(38) 정민철(35)은 한화의 핵심 투수들이다. 셋의 나이를 합하면 무려 114살. 야구는 나이로 하는 것이 아니지만 그래도 나이의 영향을 받는 스포츠다. 더욱이 투수는 많은 체력을 요하며 부상을 당하기도 쉽다. 하지만 이제 한화도 마운드 세대교체의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다. 올 시즌을 기점으로 오래된 고민이 해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 오래된 고민, 마운드 세대교체 1999년 우승 후 일각에서는 마운드 세대교체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한화의 마운드는 베테랑들이 중심이었다. 특히 송진우는 2000년부터 2005년까지 2003년을 제외한 5년간 팀 내 최다승을 기록했다. 송진우의 위대함을 새삼 느낄 수 있는 대목. 하지만 2003년에도 한화의 최다승 투수는 당시 32살의 베테랑 투수 이상목이었다. 팀 내 최저 방어율 역시 2000년부터 2005년까지 구대성 한용덕 송진우 이상목 문동환 등 베테랑 투수들의 몫. 팀 내 최다 세이브 쪽으로 눈길을 돌려도 구대성 이상목 권준헌 지연규에 외국인투수 레닌 피코타까지 노장들의 이름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한화가 마운드 세대교체를 위해 노력을 안 한 것도 아니다. 2001년 1차 지명자로 야수 김태균을 지명한 뒤 올해 박상규를 지명하기 전까지 5년간 1차 지명에서 투수를 택했다. 5년간 1차 지명한 투수가 신주영 안영명 김창훈 윤근영 유원상이다. 좌완·우완, 언더핸드, 강속구·기교파 등 스타일도 각자 달랐다. 그러나 이 중 실질적인 핵심으로 성장한 선수는 안영명뿐이다. 이 기간 동안 한화는 최영필 문동환 권준헌 오봉옥 차명주 조성민 등 베테랑들도 많이 영입했다. 최영필과 문동환은 지금도 여전히 한화의 없어서는 안 될 핵심 투수들이지만 결과적으로 젊은 선수들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부족했다. 관리 부족도 문제였다. 한화는 2000년 계약금 2억 8000만 원을 받고 입단한 천안북일고 출신의 조규수를 적극적으로 밀어줬다. 데뷔 첫 해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두며 기대주로 주목받은 조규수는 그러나 이후 위기의식 부족으로 해를 거듭할수록 하락되는 성적으로 팬들의 뇌리에서 잊혀지고 말았다. 투타에 걸쳐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게 불었던 유승안 감독 시절인 2004년의 송창식과 김인식 감독 부임 첫 해였던 2005년의 윤규진은 나란히 팔꿈치 부상이라는 암초에 걸려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 한화에서 쓸 만한 젊은 투수를 발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쉽지 않아 보였다. 적어도 2005년까지는 그랬다. ▲ 괴물의 등장에도 마운드는 고령화 2006년을 맞이하는 한화의 분위기는 사뭇 비장했다. 전 시즌 플레이오프 진출로 팀 분위기가 한껏 고무된 가운데 FA 김민재의 영입과 구대성이라는 최고 마무리 투수의 컴백으로 당당히 우승후보로 거론됐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젊은 투수들의 요람'으로 평가된 기분 좋은 요소가 있었다. 5억 5000만 원이라는 한화 구단 사상 최고 계약금을 안기고 데려온 천안북일고 출신의 ‘예비 프랜차이즈 스타’ 유원상이 있었고, 2005년 신인으로 가능성을 보인 2차 1번 지명자 양훈도 있었다. 무엇보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2차 1번으로 지명한 고졸신인 류현진의 잠재력에 대한 소문이 남달랐다. 이와 함께 대졸신인 김경선에 대한 기대도 컸다. 뚜껑을 열자 기대는 현실화됐다. 류현진은 진입 장벽이 매우 높고 험하기로 소문난 한화 선발진에서 당당히 제4선발로 시즌을 시작했다. 그리고 시즌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괴물 그 자체였다. 팀에서 가장 많은 201⅓이닝을 소화하며 18승에 방어율 2.23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냈다. 한화는 한국시리즈 준우승이라는 값진 결과를 얻었고 류현진은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MVP와 신인왕을 동시에 휩쓸었다. 게다가 류현진과 함께 2003년 1차 지명자 안영명도 기대를 실현시키기 시작했다. 한화의 오래된 마운드 세대교체 고민이 일거에 해소되는 듯했다. 그러나 실망스러운 요소도 적지 않았다. 류현진보다 훨씬 많은 주목과 기대를 받은 유원상은 데뷔 첫 해를 2군에서만 전전했다. 김인식 감독이 류현진과 함께 기대주로 지목한 김경선은 불의의 어깨 부상으로 시즌을 접고 말았다. 오히려 류현진과 안영명을 제외하면 베테랑에 대한 의존도는 변함없었다. 특히 구대성이 없는 불펜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목표 아래 돌입한 2007시즌 준비 과정에서도 한화의 마운드는 베테랑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탈피하지 못했다. 시즌 전 예상된 선발 5인 중 류현진을 제외한 나머지 4명(문동환 정민철 송진우 세드릭)과 불펜의 필승계투조 2명(최영필 구대성)의 평균 연령은 무려 35.8세. 그야말로 고령 마운드였다. ▲ 마운드 세대교체의 필요성과 본격화 ‘진짜’ 한국시리즈 우승후보라는 평가 아래 2007시즌을 맞이한 한화였지만, 마운드 세대교체라는 오래된 고민은 마음 한 구석에 크게 자리하고 있었다. 우려대로 시즌 초반부터 믿었던 송진우와 구대성이 나란히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고, 문동환마저 6월부터 불의의 부상으로 중도하차하고 말았다. 그 사이 팀의 명실상부한 에이스로 격상된 류현진에 대한 부담이 점점 커졌고, 이는 불펜의 신성으로 떠오른 안영명도 마찬가지였다. 이즈음 한화에서 마운드 세대교체는 그저 필요성에 그칠 것이 아니라 피할 수 없는 숙명처럼 여겨졌다. 한화의 한 관계자는 심각한 표정으로 “우리도 마운드 세대교체가 필요하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려가 현실화되는 순간부터 기대주들이 기대치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류현진과 안영명이 맡은 보직에서 리그 톱클래스 투수로 성장한 가운데 양훈 유원상 김경선 등이 어려운 시기였던 9월부터 팀에 힘을 보태기 시작한 것이다. 양훈은 8월 이후 11경기에서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2승1패 방어율 3.86으로 쏠쏠한 활약을 펼쳤고, 9월 엔트리 확대와 함께 1군에 합류한 유원상과 김경선도 선발과 불펜에서 팀에 소금과도 같은 역할을 했다. 특히 유원상은 6경기에서 선발승 포함 2승 방어율 2.77로 맹활약하고 있다. 기대 이상의 구위와 안정된 컨트롤로 당장 포스트시즌에서도 중용될 것이라는 기대다. 유원상의 수면 위 등장과 함께 한화는 ‘좌현진-우원상’이라는 미래의 원투펀치를 그릴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현역 최고의 투수가 된 류현진에 비해 유원상은 앞으로 보여주어야 할 것이 많이 남아있지만 존경하는 선배 정민철 등 주위에 산전수전 다 겪은 ‘투수의 교본’들과 함께 한다는 것은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 자명하다. 게다가 올 시즌을 기점으로 안영명은 한화에 ‘구대성 없는 불펜’의 가능성을 보였다. 또한, 1군 주력으로 발돋움한 양훈과 가능성을 확인한 김경선, 그리고 팔꿈치 부상에서 막 돌아와 정상 컨디션은 아니지만 기대를 버리기에는 아까운 송창식과 윤규진에 국가대표 출신 대졸신인 정민혁도 있다. 구단 내부적으로도 마운드 세대교체의 필요성을 확실히 절감하고 있는 만큼 한화의 마운드 세대교체는 내년부터 본격화될 것이며 이들에게도 보다 많은 기회가 돌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의 오래된 고민이 풀려나가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류현진-유원상-안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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