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한화와 삼성의 2007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3전 2선승제)가 9일 대전에서 막을 올린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3차례 연장승부 포함 6차전까지 가는 명승부를 벌인 한화와 삼성이 올해 준플레이오프에서 리턴매치를 벌이게 됐다. 올 시즌 상대 전적은 한국시리즈 2연패에 빛나는 삼성이 한화에 10승8패로 근소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하지만 마지막 6경기에서는 한화가 5승1패로 오히려 우위를 보였다. 이제는 ‘백중세’가 정답이다. 한화와 삼성의 준플레이오프를 주요 관전 포인트와 함께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① 삼성, 선동렬의 마운드 운용 삼성은 선발진이 한화보다 약하다. 올 시즌 선발진 방어율이 4.33으로 전체 4위였다. 반면 한화는 전체 1위(3.47). 삼성은 선발진 평균 투구이닝서는 5이닝도 안 되는 4.94이닝으로 전체 7위에 그쳤다. 한화는 당당히 전체 1위(5.84이닝)다. 하지만 삼성의 선발투수들이 이닝 소화능력이 떨어진다고 섣불리 단정 지을 수도 없다. 선동렬 감독이 선발투수를 일찍 내리고 불펜투수들을 기용하는 공격적인 마운드 운용을 펼쳤기 때문이다. 올 시즌 삼성은 3실점 이하 선발투수를 6회 이전에 강판시키는 '퀵-후크'가 48차례로 압도적인 1위였다. 이 48경기에서 삼성은 31승2무15패, 6할7푼4리라는 높은 승률을 올렸고 31승 중 15승이 선발승이었다. 선발투수가 선발승을 챙기고 팀도 승리를 챙기는 ‘승리의 법칙’이었다. 이같은 삼성의 승리 공식은 한화를 상대로도 변함없었다. 선 감독은 한화와의 페넌트레이스 18차례 맞대결에서 7차례나 선발투수 퀵-후크를 단행했다. 결과는 5승2패. 역시 높은 승률이다. 투수력이 중요한 단기전에서는 선 감독의 공격적인 마운드 운용이 승부의 관건으로 작용할 것이 자명하다. 삼성의 불펜에는 ‘끝판 대장’ 오승환을 비롯해 안지만·윤성환·권혁·권오원 등이 있다. 임창용도 불펜에서 등판한 19경기에서는 방어율 2.93으로 선전했다. 비록 삼성의 한화전 불펜 방어율은 3.24로 시즌 방어율(2.95)보다 높았지만 불펜이 승리를 지키지 못하고 역전을 허용한 건 2차례밖에 없었다. ② 한화, 선발진이 강점이자 변수 한화의 강점은 역시 선발진이다. 올 시즌 한화의 선발진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8개 구단 중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한화의 선발진 방어율이 3.47로 전체 1위일 뿐만 아니라 내구성도 좋았다. 투구이닝(5.84)도 전체 1위. 완투경기가 9차례로 가장 많았으며 퀄리티 스타트 횟수도 66차례로 역시 전체 1위를 차지했다. 선발승도 53승으로 8개 구단 중 가장 많았고 자연스레 선발승 비율도 80.3%로 1위였다. 류현진-정민철-세드릭으로 이어지는 ‘막강 원투스리 펀치’가 시즌 내내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은 채 선발진을 지켰고, 문동환·조성민·최영필 등이 전반기와 후반기에 돌아가며 선발진에서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불펜이 약한 팀 사정을 비쳐볼 때 선발진의 활약은 더욱 빛났다. 준플레이오프 더 나아가 포스트시즌 전체를 바라볼 때 선발진은 한화의 최대 강점이다. 그러나 강점이 곧 약점이 될 수도 있다. 믿었던 도끼에 발등을 찍히면 당황한 나머지 도끼를 뽑을 엄두조차 못 내기 때문이다. 다행히 한화는 삼성을 상대로 선발진 평균 투구이닝(6.13)·방어율(2.94)이 시즌보다 훨씬 좋았다. 18차례 맞대결에서 선발투수가 5회 이전에 조기 강판된 경우도 2차례에 불과했다. 특히 ‘원투펀치’ 류현진(1승2패·3.62)-정민철(2승·0.93)이 삼성을 상대로 괜찮거나 훌륭했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에서는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 한화로서는 만에 하나 선발투수가 무너질 경우의 대비나 자원이 부족하다. 고무적인 건 ‘최고령 투수’ 송진우가 시즌 막판 불펜에서 부활했다는 점. 한화에게는 종신보험만큼이나 믿음직스럽다. ③ 종잡을 수 없는 방망이 한화와 삼성이 이번 준플레이오프가 유독 마운드 싸움이 관건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은 단기전의 특성이라는 측면이 표면적이지만 그 이면에는 양 팀 모두 타선에 대한 믿음이 떨어진다는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삼성은 최근 10년을 통틀어 가장 타격이 답답해 팬들로서는 울화통이 치미는 시즌이었고 한화 역시 후반기를 기점으로 활활 타오르던 다이너마이트 타선도 물에 젖은 불발탄이 되고 말았다. 지난 8일 미디어데이 기자회견서 한화 김인식 감독은 “두 팀 타선이 하는 것을 보면 참 한심스럽다”며 특유의 '진담 농담'을 던졌다. 올 시즌 양 팀은 18차례 맞대결에서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린 경우가 한 번도 없었다. 이범호가 홈런 2방으로 7타점을 쓸어 담으며 원맨쇼를 펼친 9월26일 경기에서 한화가 뽑은 9점이 최다득점. 양 팀 도합 최다득점도 4차례 11득점을 기록한 게 고작이었다. 경기당 평균 득점도 한화가 3.39점, 삼성이 3.22점에 불과했다. 투수전이 부각될 수밖에 없는 수치들이다. 하지만 믿을 수 없다고 무시하는 것은 방망이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어떻게든 방망이로 공을 때려 더 많은 득점을 내어야 이기는 게임이 야구경기이기 때문이다. 한화와 삼성에도 믿는 방망이는 있다. 한화는 이범호에 대한 기대가 크다. 올 시즌 삼성전 타율 3할3푼3리·3홈런·13타점을 기록했다. 삼성전에서 가장 좋은 한화 타자가 바로 이범호다. 한화에 이범호가 있다면 삼성에는 심정수가 있다. 한화전에서 57타수 14안타로 타율이 2할4푼6리밖에 되지 않지만 홈런이 5개이며 타점도 14개나 된다. 한화를 패배로 몰아넣은 끝내기 홈런과 결승 만루포도 있다. 경기장 규모가 가장 작은 대전구장에서 1·3차전을 치른다는 것은 심정수에게 큰 기대를 걸게끔 만든다. 물론 이범호와 심정수의 스윙은 야구공이 아니라 허공을 가를 수도 있다. 삼성-한화전저 이범호와 심정수의 삼진은 각각 12개·16개다. 어쩔 수 없는 거포의 숙명이지만 승부처에서 어떤 활약을 펼쳐주느냐가 승부의 바로미터로 작용할 것이다. ④ 효과적 득점루트와 유기성 단기전인 데다 올 시즌 한화와 삼성의 팀 컬러를 고려할 때 선취점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선취점이 승부를 가르는 절대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하지만 페넌트레이스 18차례 맞대결은 꼭 선취점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역전 승부가 10차례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경기 막판이 아니라 5회 이전에 선발 싸움에서 승부가 뒤집어진 경우도 다수였다. 이는 곧 선취점에만 목을 맬 것이 아니라 얼마나 효과적인 득점루트와 타선의 유기성으로 승부처에서 점수를 짜낼 수 있느냐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실제로 양 팀의 18차례 맞대결에서는 4차례의 1점차 승부를 포함 3점차 이내 접전 승부가 무려 12차례였다. 효과적 득점루트와 유기성이 중요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삼성은 테이블세터진의 출루율이 낮다는 게 문제다. 올 시즌 삼성의 테이블세터진 출루율은 3할1푼3리로 8개 구단 중 최하위. 3번 양준혁의 타점(72개)이 생각보다 적었던 이유다. 오히려 양준혁이 3번 타순에서 4번 심정수의 테이블세터 노릇을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삼성의 한화전 출루율은 3할4푼5리로 시즌 기록보다 높다. 볼넷도 73개나 골라냈다. 1·2번 테이블세터진이 밥상만 잘 차려주면 3~5번 중심타자에서 식사는 물론 설겆이까지 마칠 수 있다. 그럼에도 한화의 삼성전 전체 출루율은 3할2푼6리로 시즌보다 낮다. 선이 굵고 거친 게 한화의 팀컬러지만 세세한 야구에는 약할 수 밖에 없다. 올 시즌 삼성을 상대로 거둔 8승 중 5승이 역전승이라는 점은 그만큼 결정적 한 방이 컸다는 증거다. 이로 미루어 볼 때 대전구장에서 1·3차전을 치른다는 것은 한화에 큰 호재가 될 수 있다. 물론 올 시즌 병살타 127개를 때린 한화는 3년 연속 병살타 1위 팀이다. ⑤ 양 감독 ‘선취점 이구동성’ 미디어데이 기자회견에서 두 감독은 이구동성으로 선취점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김 감독은 “그동안 삼성에 약했는데 1~2점 승부에서 삼성의 불펜이 강했고 마무리가 확실했다. 결국 승리하기 위해서는 리드를 빨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5회 이전에 선취점으로 주도권을 잡아 삼성의 막강 불펜과 짜내는 야구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의지다. 선 감독도 김 감독과 생각이 다르지 않았다. “초반에 승부수를 띄울 것이다. 선취점을 빨리 내는 것과 선발투수가 5이닝을 버티는 게 관건”이라는 것이 선 감독의 말. 양 팀의 페넌트레이스 18차례 맞대결에서 선취점이 승리로 이어진 것은 9차례로 확률로는 정확히 50%. 하지만 포스트시즌, 그것도 승리가 플레이오프 진출을 100% 보장하는 준플레이오프 1차전의 선취점은 분명 무게가 다르다. 두 팀 모두 불안한 창보다는 믿음직스런 방패를 먼저 내세우는 감이 없지 않지만 의외로 먼저 칼을 꺼내는 쪽은 삼성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선동렬 감독은 기자회견서 테이블세터진의 출루율을 누누이 강조했다. 양준혁·심정수·박진만으로 구성된 클린업 트리오가 해결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테이블세터진이 먹음직스런 밥상을 차려야 하는 게 필수적이다. 이미 순위가 가려진 페넌트레이스 막바지에 선 감독은 왼손 투수 류현진을 겨냥해 좌타자 박한이 대신 신명철 등 우타자들을 상위타순에 전진 배치시킬 의사를 내비쳤다. 이 또한 공격적으로 선수를 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삼성의 타순 변화 가능성을 놓고 한화 쪽에서는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는 듯했지만 대책을 세우지 않을 리 만무하다. 김인식 감독은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 현대 김재박 감독의 ‘깜짝 야구’를 역으로 되받아친 바 있다. 김 감독의 연륜에서 묻어나는 역공략은 이번 준플레이오프의 새로운 양념이 될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