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제대로 붙었다'. SK와 두산의 2007 프로야구 한국시리즈가 22일 문학구장에서 열리는 1차전을 시작으로 7전4선승제의 마지막 승부에 돌입한다. 올 시즌 최고의 팀들끼리 최상의 컨디션에서 맞붙는 최후의 무대인 만큼 우열을 가리기 쉽지 않은 건곤일척의 승부가 기대된다. 페넌트레이스에서 경쟁과 악연의 고리를 튼 가운데 한국시리즈를 앞두고는 전운까지 감돈다. SK와 두산의 한국시리즈를 집중 전망한다. ① 코칭스태프 SK 김성근 감독과 두산 김경문 감독은 아직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이 없다. 각각 2002년과 2005년,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지만 준우승에 만족했다. 이번이 나란히 두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 도전이다. 과거 OB와 태평양에서 감독과 선수로 지낸 사제지간이지만 올 시즌 빈볼 및 부정투구 문제로 응어리가 진 상태. 한국시리즈를 하루 앞둔 지난 21일 미디어데이 기자회견에서도 감정의 골을 드러냈다. 김성근 감독은 철저한 관리야구, 김경문 감독은 선 굵은 뚝심야구를 펼친다. 하지만 단기전에서는 어떤 양상을 보일지 모른다. ② 선발진 선발진은 질적으로 두산, 양적으로 SK가 우위다. 하지만 시즌 전체 선발진 방어율에서도 2위에 오른 두산(3.51)이 3위 SK(3.66)를 근소하게 앞서며 경기당 평균 투구이닝에서도 두산(5.54)이 SK(5.22)에 우위를 점했다. 페넌트레이스 맞대결에서도 두산이 우위였다. 선발진 방어율(2.99-4.69) 및 투구이닝(5.69-5.33)에서 모두 앞선다. 특히 두산이 자랑하는 ‘철의 에이스’ 다니엘 리오스는 SK를 상대로 5경기에 선발등판, 2차례 완봉승과 1차례 완투승 포함 4승1패 방어율 0.23으로 위력을 보였다. 리오스가 1·4·7차전에서 선발등판할 수 있다는 것은 두산에 고무적이다. 반면 SK는 케니 레이번이 두산전에서 2승2패 방어율 5.08로 부진했다는 점이 걸린다. ③ 불펜 시즌 전체 성적에서는 SK 불펜이 두산보다 좋았다. 시즌 전체 불펜 방어율은 이 부문 전체 1위를 차지한 SK(2.71)가 두산(3.36)에 크게 앞선다. 그러나 맞대결에서는 달랐다. SK의 두산전 불펜 방어율이 3.07이지만 두산의 SK전 불펜 방어율은 2.37이었다. 두산은 맞대결에서 경기당 평균 3.83명을 투입하며 소수정예로 승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K 불펜은 두산를 상대로 비교적 약한 면모를 보였다. 특히 마무리 정대현은 두산전에서 2패에 방어율이 3점대(3.18)였다. 대신 조웅천이 9경기에 1승3세이브 방어율 0.75로 호투했다. 김성근 감독의 불펜 운용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 반면 두산은 플레이오프에서 불펜이 불안을 노출했다는 것이 걱정이다. ④ 테이블세터 경기 초반 분위기 제압은 역시 테이블세터들의 몫. 양 팀 모두 위협적인 발을 가진 테이블세터들이 선봉에 자리하고 있는 만큼 출루능력이 관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SK는 테이블세터에서 두산에 우위를 점했다. 페넌트레이스 맞대결에서 SK 테이블세터의 출루율은 3할6푼6리인 반면 두산 테이블세터는 3할4푼8리였다. 특히 톱타자 정근우는 타율 3할6푼·6볼넷·4도루로 두산을 위협했다. 조동화도 타율 3할2푼5리·4볼넷·2도루를 기록했고, 박재상의 출루율도 3할3푼3리였다. 하지만 두산도 뒤질 게 없다. 이종욱-김현수는 플레이오프에서 타율 5할2푼4리(21타수11안타)·4도루로 맹활약했다. 김현수는 SK전에서 홈런도 2개나 터뜨리는 등 한 방도 있었다. ⑤ 중심타선 SK는 8개 구단 중 가장 위력적인 방망이 실력을 뽐냈다. 올 시즌 팀 득점이 603점으로 8개 구단 중 유일하게 600점대를 돌파했으며 장타율에서도 유일한 4할대(0.403)였다. 팀 홈런에서도 112개로 전체 1위를 차지했다. 이진영-이호준-박재홍-박경완-최정 등 중심타자들의 힘이 컸다. 그러나 고영민-김동주-최준석(홍성흔)으로 이어지는 두산의 중심타선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맞대결에서는 두산의 중심타자들이 SK의 중심타자들을 압도했다. 두산의 3~5번 클린업 트리오 타순에서 타율 2할9푼5리·8홈런·45타점을 합작했다. 특히 ‘부동의 4번 타자’ 김동주가 타율 3할4푼6리·4홈런·12타점, 최준석이 결승타 5개 포함 2홈런·13타점으로 활약했다. ⑥ 기동력 올 한국시리즈의 절대 변수이자 핵심 키워드가 바로 기동력이다. 팀 도루에서 두산이 1위(161개), SK가 2위(136개)를 차지하며 주루 혁명을 일으켰다. 두산에는 최초의 한 시즌 ‘30도루 트리오’ 이종욱·고영민·민병헌이 있는 가운데 김현수·김동주 등도 수준급 베이스러닝을 지녔다. 김동주의 공격적인 베이스러닝은 장타 못지않게 SK가 견제해야 할 대목이다. 하지만 SK도 기동력에서 둘째 가라면 서럽다. 정근우·조동화·박재상·김강민 등이 언제든지 도루를 할 수 있으며 최정·나주환·이진영·박재홍·박경완 등도 베이스러닝이 좋다. 한편, 페넌트레이스 맞대결에서는 SK의 도루(27개)가 두산(21개)보다 많았으며 성공률(0.643-0.636)도 근소하게 높았다. ⑦ 수비력 기동력을 견제할 수 있는 건 역시 촘촘한 수비력이다. 두산은 올 시즌 실책(73개)이 가장 적을 정도로 수비가 탄탄한 팀이었다. 내외야에 걸쳐 이렇다 할 수비구멍이 없다. 오히려 전 포지션에서 평균 이상의 수비력을 갖췄다. 페넌트레이스 맞대결에서 두산의 실책이 16개로 SK(14개)보다 많았지만 잠실구장 개보수로 땅이 고르지 못한 탓으로 시즌 초반 4경기 이후 맞대결 14경기에서는 실책이 6개밖에 되지 않았다. SK는 2루수·유격수를 오간 정근우가 내야의 화약고였지만, 정근우를 빼면 내외야 수비라인이 안정적인 편이다. 양 팀 모두 한 베이스 ‘더’ 전진을 ‘덜’ 전진으로 바꿀만한 수비조직력도 갖췄다. 특히 내외야의 연계플레이가 위력적이다. ⑧ 백업멤버 단기전은 통상적으로 이른바 ‘소수정예’로 승부한다. 최상의 기량을 갖춘 선수들로 최상의 승부를 벌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팀의 보이지 않는 부분을 메울 수 있는 백업멤버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특히 김성근 감독의 SK는 주전과 백업멤버를 가리지 않는 전원야구를 표방하고 있는 팀이다. 큰 경기 경험이 많은 김재현은 SK가 내세울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대타 카드이며 박정권·정상호도 공수에서 힘을 보탤 수 있는 재원들이다. 내야의 전 포지션을 맡을 수 있는 김동건도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두산의 백업멤버도 만만치 않다. 홍성흔을 비롯해 오재원·장원진·전상렬·정원석 등 신구의 조화가 이루어진 백업멤버를 갖췄다. ⑨ 포수 한국시리즈 같은 큰 경기에서 ‘안방마님’ 포수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집중력이 최고조에 달하는 시점에서 포수의 투수리드는 승부를 좌우할 만한 중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SK와 두산처럼 서로 막강한 기동력을 지닌 팀들이라면 포수의 역할은 더욱 더 커진다. SK는 ‘최고의 공수겸장 포수’ 박경완이 홈플레이트를 지키고 있어 안심이다. 과거 현대에서 두 차례나 한국시리즈 우승경험이 있는 박경완은 비교적 젊은 SK 팀 전체를 아우를 리더가 될 전망. 도루저지율도 리그 전체 1위(0.376)라 두산 주자들을 효과적으로 견제할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두산 포수 채상병은 한국시리즈 참가가 이번이 처음이며 도루저지율도 1할9푼7리로 크게 낮다. ⑩ 집중력 페넌트레이스 18차례 맞대결에서는 두산이 10승8패로 우위를 보였다. 올 시즌 SK가 상대전적에서 뒤진 유일한 팀이 바로 두산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백지장 차이다. 올 시즌 18차례 맞대결에서 무려 11차례의 1점차 승부 포함 14차례가 3점차 이내의 접전 승부였으며 역전승부도 9차례나 있었다. 승부처에서 어느 팀이 더 집중력을 발휘하고 실수를 줄이느냐가 승부의 관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들이다. 두산은 1점차 승부에서 7승4패, 연장승부에서 3승1패로 SK를 압도했다. 하지만 3점차 이내 승부로 범위를 넓히면 7승7패로 호각세를 이룬다. 투타에 걸쳐 선수전원의 집중력과 감독들의 판단 및 지략대결이 더욱 중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