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대표팀, 1년 전 실패가 교훈이다
OSEN 기자
발행 2007.11.16 07: 47

[OSEN=이상학 객원기자] 다음달 1일부터 대만 타이중에서 열리는 2008 베이징 올림픽 아시아예선을 앞두고 대표팀이 일본 오키나와에서 전지훈련에 한창이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에는 두 가지 지상과제가 주어졌다. 베이징 올림픽 본선 티켓 획득과 무너진 한국야구의 위상을 회복하는 것이다. 특히 1년 전 도하 아시안게임 치욕의 상흔이 한국야구에 여전히 남아있다. 하지만 실패는 곧 교훈이다. 다시는 들추고 싶지 않은 환부라 할지라도 드러내고 진단하고 분석해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 준비 과정 1년 전 도하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대표선수 선발과정에서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구대성·김동주·홍성흔 등 국제용 선수들이 부상을 이유로 대표팀을 고사했으며 그 즈음에 메이저리그로 진출해 가능성을 보인 추신수(클리블랜드)를 배제한 것을 두고도 말이 많았다. 하지만 김재박 당시 대표팀 감독은 추신수의 발탁 여부에 완강했다. 뒷날 김 감독은 “한국에서 고생하고 있는 선수들을 제쳐 놓고 추신수를 뽑는 것은 좀 그랬다”고 밝혔다. 그러나 선수 선발보다 더 중요한 것은 훈련 기간과 팀워크였다. 애석하게도 도하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불과 2주밖에 실전 훈련을 치르지 못했다. 짧은 훈련 기간에다 정신력도 부족했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 예선 대표팀은 그래도 별다른 잡음 없이 선수 선발과 함께 충분한 훈련 기간을 보내고 있다. 물론 박재홍·이진영을 중도탈락시키는 모양새는 좋지 않았지만 경쟁 유도와 정신력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훈련 기간이 충분하다. 지난해 도하 아시안게임은 대회를 3주 앞두고 부산에서 처음으로 소집돼 2주 남짓 기간 동안만 합동훈련을 했다. 하지만 이번 대표팀은 대회를 한 달 앞두고 소집됐고 지난 11일부터 일본 오키나와에 전지훈련지까지 차렸다. 게다가 상비군까지 소집해 실전을 방불케 하는 평가전을 연일 치르고 있고, 3월초 대표팀 출범과 함께 전력분석팀을 가동해 정보전에서도 뒤지지 않을 수 있게 됐다. 대회 준비 및 훈련 과정은 분명 지난해보다 낫다. ▲ 선수 구성 지난해 도하 아시안게임은 철저히 국내파들로 구성됐다. 해외파가 단 한 명도 없는 대표팀은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대표팀 이후 처음이었다. 대만이 해외파 8명을 배치, 최정예 군단을 구축한 것과 대조되는 구성이었다. 하지만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젊은 피들을 중심으로 대표팀을 구성, 중용했다. 그러나 결과가 좋지 못했다. 이대호만이 고군분투했을 뿐 이용규·정근우·이택근·박기혁 등 나머지 선수들이 작전 실패와 응집력 부재를 드러냈다. 김재박 감독은 “결국 경험이 부족해 패한 것”이라 한탄했지만 “일부러 젊은 선수들을 데려갔다. 2~3년 후에는 그들이 활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표팀도 젊은 선수들에 치중한 모습이다. 하지만 손민한·이병규·박재홍이 포함된 지난해처럼 올해는 박찬호·송진우·이병규·김동주·박경완 등 베테랑들이 다수 자리하고 있다. 몇몇 베테랑들이 전체적인 팀의 무게중심을 잡아주고 있는 것이다. 관건은 역시 실전에서 활용될 젊은 피들이다. 이종욱·이대형·고영민·정근우·민병헌 등 대표팀 발야구를 주도해야 할 선수들의 국제대회 경험이 일천하다는 점은 불안을 야기할 수 있는 부분. 하지만 국제용 선수도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부딪치고 겪어야 한다. 위험부담은 있지만 피할 수 없다면 정면 돌파뿐이다. 선수들에게 창의적인 플레이를 장려하는 김경문 감독이 사령탑이라는 점이 기대된다. ▲ 팀컬러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김재박 감독은 트레이드마크인 스몰볼을 주창했다. 에이스 투수들이 총출동하는 단기전에서는 일본대표팀을 지휘하고 있는 호시노 센이치 감독의 말마따나 ‘초스몰볼’이 가장 믿을 만하다. 그러나 도하에서 대표팀의 스몰볼을 구겨진 종이조각이 되고 말았다. 특히 대만전에서는 4차례 희생번트에서 딱 한 번밖에 성공하지 못했다. 2회부터 8회까지 매회 선두타자가 출루했으나 2점을 뽑는 데 그쳤던 이유다. 무엇보다 번트를 실패한 선수가 박재홍·박진만·이진영 등 국제대회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들이었다는 점이 더욱 뼈아팠다. 이대호나 이진영을 제외하면 대부분 적극성을 잃은 소극적인 타격으로 일관한 것도 실패의 이유였다. 이번 대표팀 맡고 있는 김경문 감독은 빅볼을 구사하는 몇 안 되는 사령탑 중 하나다. 하지만 단기전의 속성을 고려해 희생번트를 불사하는 스몰볼을 구사할 것임을 밝혔다.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도 김 감독은 “스퀴즈번트, 희생번트 등을 타이밍에 맞춰 실전을 치르듯 사인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와 다른 것은 빠른 발이라는 무기와 확실한 중심타선이 있다는 사실이다. 굳이 번트나 진루타가 아니라도 한 베이스를 얻을 수 있는 야구를 펼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병규-김동주-이대호로 이어지는 클린업 트리오도 장타로 한 번에 베이스 2개 이상을 노릴 수 있다. 지난해 대만전에서 대표팀이 기록한 안타 11개 중 장타는 2개뿐이었다. ▲ 대회일정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대표팀은 사실상 결승전이나 다름없었던 대만과의 첫 경기에서 2-4로 완패한 데 이어 하루 쉬고 벌어진 일본전에서도 7-10 끝내기 역전패를 당했다. 대만에게 패하며 팀 사기가 바닥으로 가라앉았고, 정보도 부족한 상황에서 사회인 야구선수들로 구성된 일본에게마저 치욕적인 패배를 당해 그 충격파가 더했다. 김재박 감독은 “대회 일정이 작년에도 그렇지만, 올해도 마찬가지다. 대만과 일본을 연달아 붙여놓았다”고 지적했다. 김경문 감독도 대회 일정에 직접적으로 불만을 나타내지 않았지만 대만과 일본을 연속해 만나는 것이 달갑지는 않을 것임에 자명하다. 대표팀 일정은 지난해와 비슷하다. 다음달 1일 오후 1시 대만과 예선 첫 경기를 치른 후 바로 다음날 오후 6시 일본과 예선 두 번째 경기를 갖는다. 홈 텃세를 부릴 대만과 최정예를 구축한 일본을 연일 만나는 빡빡한 일정인 것이다. 대만전에 올인하되, 이어질 일본전에서 그 여파를 최소화해야 하는 부담까지 안게 됐다. 특히 마운드 운용에 대한 코칭스태프의 고민이 커졌다. 힘겨운 일정에서도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것이 대표팀 입장이다. 더욱이 지난해와 달리 뒤이어 맞붙을 일본이 더욱 막강하다는 점이 대표팀에는 심히 부담스럽다. 지난해 실패에서 이렇다 할 교훈을 얻을 수 없는 부분이 바로 대회 일정이라는 점이 고민을 더욱 가중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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