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장 서장훈-리더 방성윤, '비난을 환호로'
OSEN 기자
발행 2007.11.25 10: 39

[OSEN=이상학 객원기자] 대중의 주목을 받는 프로선수. 그들에게 비난과 환호는 세금과도 같은 것이다. 그러나 그들에게 ‘대스타’라는 주홍글씨는 때때로 모진 비난을 받는 이유가 되어버렸다. 더 잘하고, 더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한국 남자농구의 두 대들보 서장훈(33·전주 KCC)과 방성윤(25·서울 SK)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연세대 8년 선후배인 그들은 수많은 오해와 편견에 짓눌리며 열성적인 환호보다 따끔한 비난을 더 많이 받아왔다. 하지만 시간과 노력은 거짓말하지 않았다. 그들이 진짜 대스타라는 것을 말이다. ▲ 노장이 된 서장훈 농구 인생 자체가 집중 견제라는 서장훈. 그도 어느덧 베테랑이 됐다. 그보다 나이가 많은 선수는 이창수·김재훈·우지원(이상 모비스), 문경은·전희철(이상 SK), 이상민(삼성), 양경민(동부), 김병철(오리온스) 등 겨우 8명밖에 되지 않는다. 올 시즌 새로 옮긴 소속팀 KCC에서는 추승균과 함께 팀 내 최고참이다. 그러나 서장훈은 올 시즌을 앞두고 위험부담을 감수한 채 이적을 결정했다. 선수로서 어쩌면 마지막으로 행사할 수 있는 FA 자격이었고 자신의 의지대로 KCC에 안착했다. 노장이지만 이적 계약을 맺음으로써 스스로에게 동기를 부여했다. 돈보다도 자신과 팀의 환경을 먼저 생각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러나 FA 이적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이상민이 서장훈의 보상선수가 되어 삼성으로 이적했다. 팬들의 비난은 봇물처럼 터졌고 서장훈도 본의 아니게 어중간한 입장이 되어버렸다. 결국 KCC 입단식도 미뤄야 했고, 입단식에서마저 환하게 웃지는 못했다. 첫 단추부터 꼬여버린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이는 서장훈에게 굉장한 부담으로 작용했다. 팀이 선배 이상민의 공백을 느낄 수 없게끔 성적으로 만회해야 했다. 이것이 악재였다. 겉보기와 다르게 성격이 예민한 것으로 알려진 서장훈에게 이상민의 공백은 과도한 스트레스와 부담감을 야기했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삶에 긍정적 자극이 되지만 과도한 스트레스는 부작용만 일으킬 뿐이었다. 우려대로 시즌 초반부터 서장훈은 극도의 부진을 보였다. 시즌 첫 8경기에서 평균 10.5점·5.1리바운드·야투성공률 39.2%라는 전혀 서장훈답지 않은 성적을 낸 것이다. 이 기간 동안 KCC도 3승5패라는 미덥지 못한 행보를 거듭했다. 골밑은 골밑대로, 외곽은 외곽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았고, 서장훈도 갈피를 못잡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 사이 이상민이 가세한 삼성은 화끈한 공격농구로 변신하며 인기는 물론 성적까지 잡을 기세였다. 서장훈과 KCC는 환경과 적응의 시간을 요했지만 일각에서는 벌써 'KCC의 서장훈 영입은 실패'로 규정짓기 시작했다. 당장 눈 앞에 성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프로무대에서 서장훈과 KCC가 믿을 것은 결국 시간뿐이었다. 가혹한 1라운드가 막바지에 이를 무렵 즈음부터 서장훈도 서서히 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최근 6경기에서 평균 20.2점·7.5리바운드·야투성공률 52.6%를 기록하며 부활을 알린 것이다. 특히 6경기 연속으로 17점 이상 꼬박꼬박 넣는 안정된 득점력을 과시했다. 첫 8경기에서 평균 3.4개밖에 얻지 못한 자유투도 최근 6경기에서는 평균 5.0개를 얻어내고 있다. 3점슛은 25개를 더져 11개를 적중, 성공률 44.0%를 기록하고 있다. 골밑과 외곽을 오가며 팀 공격을 주도한 것이다. 특히 최근 6경기에서 외국인선수가 한 명만 뛰는 2~3쿼터에만 평균 12.3점을 몰아넣으며 가공할 만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나이가 들어도 서장훈은 역시 서장훈이었다. 서장훈의 부활과 함께 KCC도 최근 6경기에서 5승1패를 거두며 시즌 초반 부진을 말끔히 털어내고 공동 3위로 올라섰다. 최근 5승 중 3승이 바로 홈 전주에서 따낸 승리였다. 이제 전주팬들도 서장훈에게 환호를 보내고 있다. 안 그래도 열성적이기로 소문난 전주팬들은 새로운 스타 서장훈을 믿고 있다. 물론 서장훈 역시도 노력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최근 부활에는 비단 시간뿐만 아니라 그에 비례하는 노력의 결실이다. “그야말로 농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많은 연습을 하고 있다”는 것이 서장훈의 말이다. 최근 '노 어필'까지 선언한 서장훈은 팬들에게 조금 더 친근한 모습으로 다가갈 것임을 밝혔다. 노장들의 분전이 후배들의 분발을 촉구한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며 팬들에게는 기쁨이다. 서장훈도 이제는 그런 노장이 되어가고 있다. ▲ 리더가 된 방성윤 방성윤은 휘문고 시절부터 초특급 선수로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예비 특급스타였다. 지금껏 줄곧 엘리트 코트를 밟았다. 연세대 시절에는 수 차례 성인 국가대표팀에 발탁되어 국제대회 경험도 쌓았다. 그러나 방성윤의 넘치는 자신감이 일부 팬들에게는 좋지 않게 비쳐지는 경우도 간혹 있었다. 포워드치곤 볼 소유욕이 강하고 때때로 슛을 난사하는 경향이 짙었던 플레이 스타일이 비호감의 이유였다. ‘경기를 하는 것은 각각의 선수들이지만 챔피언십을 획득하는 것은 팀’이라는 오래된 팀 스포츠의 교훈은 방성윤의 플레이 스타일 변화를 촉구했다. 2005-06시즌 중 NBA 도전을 잠정 포기하고 국내로 복귀한 방성윤은 자유계약제 시절 준 NBA급 외국인선수들을 상대로 밀리지 않는 배짱을 자랑했다. 플레이로든, 기싸움으로든 절대 밀리지 않으려는 승부근성을 보였다. 그런 방성윤에게 많은 팬들은 환호를 보냈다. 그러나 소속팀 SK는 늘 시즌 막판 6강 플레이오프 진출 다툼서 밀려났고, 팀의 에이스 방성윤도 그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었다. 팬들은 대한 기대가 컸지만 방성윤은 이를 완벽하게 충족시키는 데 실패했다. 궁극적으로 에이스는 팀을 승리로 이끌 때 가장 빛나는 법이지만 방성윤은 아쉽게도 그렇지 못했다. 하지만 올 시즌 방성윤은 달라졌다. 물론 새로 지휘봉을 잡은 김진 감독과 그를 옆에서 조절해줄 수 있는 포인트가드 김태술의 가세가 방성윤에게는 큰 힘이 됐다. 방성윤은 올 시즌 15경기에서 평균 23.5점을 기록하고 있다. 국내선수 1위이자 전체 득점랭킹에서도 4위에 해당하는 고득점이다. 트레이드마크인 3점슛도 경기당 평균 3.47개로 역시 전체 1위다. 과속 끝에 딱지를 끊기 일쑤였던 지난 시즌과 달리 올 시즌에는 후반전에 강한 면모를 보이며 해결사로 거듭났다. 올 시즌 후반전에만 평균 14.5점을 넣으며 전체 득점의 61.9%를 차지하고 있다. 후반전 야투성공률(56.6%)과 3점슛 성공률(57.1%)도 전반전에 비해 월등히 높다. 방성윤은 올 시즌 경기당 평균 17.5개의 야투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 두 시즌간 경기당 평균 13.4개의 야투를 시도한 것보다 훨씬 많은 수치다. 하지만 김진 감독은 농약을 너무 쳐서 도리어 자생력을 잃는 식물과 달리 오히려 방성윤을 제1득점원으로 내세웠고 방성윤은 생산적 득점원이자 해결사로 거듭났다. 팀의 제1득점원인 만큼 야투 시도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며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된 슈팅 타이밍 및 위치 선택도 많이 좋아졌다는 평이다. 3점슛 시도가 2점슛 시도가 더 많았던 지난 두 시즌과 달리 올 시즌에는 2점슛 시도가 3점슛보다 더 많아졌고 자유투도 경기당 평균 6.0개를 얻어내고 있다. 확률 높은 공격과 함께 상대 수비에 파울트러블까지 안기는 생산적인 공격을 펼치고 있는 것이 바로 올 시즌 방성윤이다. 주식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단지 언제가 싸고 언제가 비싼지를 모를 뿐이다. 지난 시즌까지 방성윤도 그랬다. 한 경기 내에서도 바닥과 천장을 바쁘게 오갔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비단 득점에만 매몰되지 않은 채 팀을 생각하는 플레이도 많아졌다. 많은 이들은 방성윤의 득점과 3점슛에만 주목하고 있지만, 올 시즌 대폭 늘어난 5.7개의 리바운드(국내선수 4위)와 3.0개의 어시스트(14위)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철저하게 팀이 이기기 위한 플레이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리바운드에도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가담하고 있고, 팀 동료들에게 찬스가 나면 여지없이 패스를 찔러주고 있다. 조직력과는 담을 쌓았던 SK는 지난 24일까지 10승5패를 거두며 단독 2위를 달리고 있다. 에이스에서 명실상부한 리더로 거듭난 방성윤이 그 중심에 있음은 당연하다. 그리고 방성윤을 향한 팬들의 비난도 환호로 바뀌고 있다. 처음부터 방성윤에게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었던 것이다.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