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지난해 이맘 때 한화의 분위기는 밝았다. 김인식 감독은 “지난해 준우승했으니 올해는 우승해야 되지 않겠는가”라며 짐짓 팀 전력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2005년 플레이오프 진출, 2006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매년 한 단계 올라선 한화에게는 ‘스텝 바이 스텝’의 원칙이 적용되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해 한화는 한국시리즈에도 오르지 못한 채 플레이오프에서 두산에 3연패했다. 기세가 꺾인 한화에는 지난해와 같은 사기 충만한 기운이 사라졌다. 오히려 한 살씩 나이를 더 먹은 노장들이 걱정이다. 2008년, 김인식 감독 부임 4년째를 맞아 한화는 과연 어떤 성적을 올릴까. 전력 보강이 없었다 지난해와 달리 김인식 감독은 올해 팀 전력에 대해 불안한 마음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스토브리그에서 다른 팀들의 전력이 좋아져 상대적으로 전력을 보강하지 못한 우리 팀이 약해졌다. FA 선수 영입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기존의 선수들이 고스란히 그대로 있다. 외국인선수 2명을 바꾼 게 전부다. 또 구대성의 합류가 늦어져 투수력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김 감독의 말이다. 어느 것 하나 틀린 말이 없다. 한화는 두산에 현금 5000만 원을 주고 데려온 왼손 외야수 윤재국을 제외하면 스토브리그 기간 동안 확실한 전력 보강이 없었고, 외국인선수들도 검증이 되지 않았다. 사실 한화는 근년 들어 대대적인 전력 보강을 한 적이 없었다. 2006시즌을 앞두고 SK에서 FA로 풀린 유격수 김민재를 영입해 고질적인 내야 수비 불안을 해소하고 구대성이 국내로 유턴해 마운드가 강해졌지만 이외에는 뚜렷한 전력 보강을 이루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에는 군에서 제대한 ‘검증된 3할 왼손 타자’ 이영우의 복귀로 기대를 모았지만, 결과적으로 2년의 공백은 천하의 이영우에게도 너무 길었다. 풍년작이었던 외국인선수는 한화뿐만 아니라 모든 팀들이 가질 수 있는 전력 강화 루트였다. 그런 면에서 올 시즌 한화에 대한 기대치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올해 스토브리그에서는 많은 팀들이 전력 강화에 성공했다. SK는 지난해 우승 전력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고, 두산은 다니엘 리오스가 떠났지만 게리 레스와 김선우가 영입된 데다 김동주의 잔류로 타선의 중량감과 짜임새를 유지했다. KIA도 서재응이라는 메이저리거를 데려왔다. 삼성은 배영수가 돌아오고 타선에 제이콥 크루즈가 가세했다. 롯데도 외국인선수가 예사롭지 않다. 그러나 한화는 이렇다 할 전력을 보강하지 못한 상태다. “올해는 (포스트시즌 진출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는 김인식 감독의 우는소리도 엄살처럼 들리지 않는다. 마운드가 약해졌다 2007시즌을 앞두고 한화가 당당히 우승후보로 평가받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바로 탄탄한 마운드였다. 선발진부터 중간·마무리까지 빈 틈이 없었다. 비록 시즌 전과 초부터 송진우와 구대성이 부상으로 쓰러지고, 시즌 중반부터는 문동환이 역시 부상으로 전력 외가 됐지만 한화는 무너지지 않았다. 2007년 한화의 팀 방어율은 8개 구단 중 전체 3위(3.54)였고, 선발진은 리그에서 가장 많은 투구이닝(744⅔)을 소화했다. 선발투수 퀄리티 스타트도 66회로 가장 많았고 5회 이전 조기 강판은 19회로 가장 적었다. 구대성이 흔들린 뒷문이 걱정이었지만 리그에서 내구성이 가장 뛰어난 선발진을 자랑했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을 확신할 수 없다. 일단 무릎 수술을 받고 재활에 들어간 구대성이 전반기까지 출장이 어렵다. 한화는 구대성을 대신할 확실한 소방수를 구하지 못했다. 송진우는 지난해 후반기부터 위력을 회복했지만 확신할 수 없다. 문동환은 김인식 감독이 “선수 생활이 우려된다”고 말할 정도로 부상 후유증으로 구위를 잃은 상태였다. 세 선수 모두 불과 2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선발과 마무리에서 결코 지울 수 없는 절대적인 핵심이었다는 점에서 한화가 느끼는 공허함은 더욱 크다. 지난해 화려하게 부활한 정민철만이 베테랑 투수들 중에서는 가장 확실한 보증수표다. 한화는 구대성의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해 ‘왼손 파이어볼러’ 브래드 토마스를 새로 영입했다. 역대 한화 외국인 투수 중 최고의 성적을 올린 세드릭 바워스를 포기하고 토마스를 데려온 것도 결국에는 구대성의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해서였다. 토마스는 지난 몇 년간 불펜에서 활약했고, 또 더 나은 실적을 올렸다. 시속 140km대 중후반의 강속구를 뿌리는 왼손 투수이자 딜리버리가 독특하다는 점에서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기에 제격이다. 그러나 파이어볼러들에게 바늘과 실처럼 따라다니는 제구력 난조가 문제다. 마무리의 제구력 난조는 선발의 난조보다 훨씬 더 불안하다. 한화가 기댈 언덕은 베테랑들이 아니라 젊은 투수들이다. 언제까지 송진우·구대성·정민철이 던질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이미 류현진이라는 리그 최고의 에이스를 보유한 한화는 젊은 투수 유망주들 중 한두 명만 치고 올라온다면 얘기는 또 달라진다. 그러나 알게 모르게 한화는 젊은 투수들의 무덤이었다. 류현진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전력으로 성장한 투수는 안영명밖에 없다. 송창식과 윤규진은 깜짝 활약 후 부상을 당했다. 하지만 한화는 지난해부터 마운드 세대교체를 절실히 실감하고 있다. 한화에는 위기지만 젊은 투수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특히 유원상과 양훈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없다. 타선은 각성할까 한화가 ‘다이너마이트 타선’이라는 건 이제 옛말이다. 과거 다이너마이트 타선을 이룬 전설들에게 누가 될 정도로 위력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특히 후반기부터 시작된 집단적인 타선 침체는 한화팬들로 하여금 심각한 체증을 안겼다. 김인식 감독은 “다이너마이트가 아니라 불발탄”이라며 자조섞인 말을 내뱉을 정도였다. 김태균의 각성은 전반기로 끝났고, 이범호는 시즌 내내 타율이 바닥에서 헤맸다. 톱타자 고동진의 타격감각은 천장과 바닥을 바쁘게 오가며 꾸준함과는 담을 쌓아버렸다. 타격이 발전했다던 한상훈도 시즌이 종료된 후 타율 2할5푼9리를 마크하는 데 그쳤다. 물론 생애 최고 타율이지만 미흡했다. 한화의 젊은 타자들에게 각성은 없었다. 올해 한화 타선은 더욱 걱정된다. 지난해 팀 내 최고타자였던 크루즈와 재계약을 포기했다. 외야수비 보강과 주루 플레이 강화를 위한 결정이었다. 그러나 과연 이도형이 ‘지명타자 크루즈’만큼 타격에서 활약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미완의 대기’ 김태완을 외야수로 변신시켜 타선의 중량감을 끌어올린다는 것이 한화의 계획이지만 스프링캠프 때 계획이 뜻대로 이루어진다면 모든 팀들이 우승하고도 남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지난해에 비해 한화 타선이 강화된 부분은 없다. 군제대 후 2년째를 맞는 이영우마저 어깨 부상으로 시즌 초중반 결장이 불가피하다. 클락은 크루즈만큼 폭발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화가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은 역시 젊은 타자들의 각성이다. 김태균·이범호·고동진 3인방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들은 지난 2004년 생애 최고 성적을 찍은 후 모두 수치상 내리막길을 걸었다.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발전과 찬사보다는 퇴보와 실망이 뒤따랐다. 한화는 지난해 데뷔 후 가장 높은 출루율(0.355)을 고동진을 억대 연봉자로 격상시켜주었지만, 김태균와 이범호에 대해서는 냉정한 잣대를 들이밀며 연봉삭감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김태균은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고과 1위임에도 연봉 삭감이 유력하다. 군문제까지 해결된 김태균과 이범호에게는 새로운 자극이 필요한 시점이다. 반면 군입대를 다시 한 번 ‘1년 뒤’로 미룬 고동진은 그 어느 때보다 동기부여가 되어있는 상태다. 고동진과 같은 처지인 한상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한화는 팀 타율이 2할5푼4리로 전체 7위였지만 팀 득점은 534점으로 전체 3위였다.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홈런(104개)과 세 번째로 높은 출루율(0.342)이 원동력이었다. 반면 희생번트는 87개로 공동 5위였고 팀 도루는 ‘도루왕’ 이대형(LG·53개) 혼자 기록한 것보다 적은 48개에 불과했다. 김인식 감독은 선수들을 믿었지만 선수들은 그에 보답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올해 한화야구는 조금 더 동적으로 변할지 모른다. 새로 들어온 외국인선수 클락은 지난 3년간 평균 도루 24.7개 기록한 준족이다. 물론 선수 하나만으로 팀컬러가 바뀔 일은 없겠지만 한화는 조금씩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