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유일무이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꿈.” ‘꽃미남 아롱사태’라 참 프로그램명도 독특하다. 단지 프로그램명뿐만이 아니다. 꽃미남을 테러한다는 다소 황당한 이 프로그램은 얼마 전에는 포털 사이트 네이버와 TV오락프로그램 일일 실시간 검색어에서 유명한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케이블 프로가 감히(?) 지상파 프로그램을 말이다. 이 시점에서 어디 이 독특한 프로그램을 지휘하고 있는 PD가 궁금해졌다. 톡톡튀는 아이디어와 패션감각까지 그러고 보니 ‘무한도전’의 김태호 PD와도 이름 한 글자 차이지 않은가. 늦은 오후 기자와 만난 김태은 PD는 가녀린 체격의 미모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말하는 어투에는 당당함이 넘쳐흐르고 끔찍이도 자신의 프로그램을 아끼는 보통 PD의 모습이었다. -‘꽃미남 아롱사태’를 기획하게 된 계기는. 처음에 내가 봤을 때 TV프로그램들이 볼만한 게 없었다. 재미가 없었다. 케이블은 특히 상업방송 이다보니까 독한방송으로만 가고 서로의 치부를 들어내려고만 하고 시청률을 높이기 위한 불륜 프로그램이 무성했다. MBC에는 ‘무한도전’이 있으니 케이블에서도 독한 방송말고 재밌는, 일단 ‘웃기는 프로그램 하나 만들어보자’ 하고 시작했다. 그러다 생각한 것이 연예인 말고 일반인 중에서 잘생긴 사람을 보여주면 신선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기획하게 됐다. -‘무한도전’은 본 적 있는가. 프로그램 때문에 일주일에 집에 한번 가는 정도라서 사실 TV프로그램을 보고 싶어도 잘 못 본다. 이제까지 ‘무한도전’은 딱 10번 봤는데 재밌었다. 내 프로그램도 남들이 하지 않은 방식으로 A부터 Z까지 연출하고 싶다. -PD가 원래 꿈이었나. 처음에는 뮤직비디오 감독이 되고 싶었다. 음악을 좋아하다보니까 음악방송을 많이 봤고 2002년도에 KM에서 FD를 했다. 그러다 학교 졸업하고 자연스럽게 2004년 KM에 입사하게 됐다. -프로그램명은 누가 정했나. 내가 일단 ‘꽃미남’이란 타이틀을 가져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음에 ‘아롱사태’는 사실 고기 부위를 생각한 것은 아니고 아롱거리는 불빛이나 맛이 간 상태를 뜻한다. 사실 내 친구들과 ‘오늘 아롱아롱하다’ 식으로 쓰는 단어이기도 하다(웃음). 이 단어를 꽃미남 사태로 몰아보자하고 합치니까 고기가 됐다(웃음). ‘아롱사태’가 고기의 핵심적인 부위지 않은가. 바로 꽃미남의 핵심적인 부분을 보여주자는 기획과 잘 맞아 떨어지는 것 같다. -연출하면서 이것만은 제일 보람있다 혹은 어렵다 하는 점. 제일 좋은 건 한 시간 동안 배가 아플 정도로 웃게 되는 것. 그게 너무 좋다. 왜냐하면 내 목표를 이룬 거니까. 어려운 점은 스케줄이 너무 빡빡해 집에 잘 못 간다는 점이다. 실제로 일주일에 집에 들어가는 날은 하루 정도다. -MC로 에픽하이의 미쓰라 진을 선택한 이유가 뭔가. 다른 사람을 염두해 두지는 않았나. 없었다. 예전부터 미쓰라진의 ‘관리의 중요성’ 사진을 너무 좋아했다. 그래서 ‘이 사람을 쓰면 괜찮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다행히 흔쾌히 한번에 오케이해주시더라. -남자 PD와 여작가가 아닌 여PD와 남작가 라인이다. 호흡은 어떤가. 여성 작가들의 장점인 섬세함 대신에 틀을 깨는 자막과 대본이 기가 막힌다. 그 점과 남자 PD들이 신경쓰지 못하는 세심함을 덧붙여 프로그램들이 맛있는 색깔을 내는데 도움이 된다. -아이디어는 어디서 내나. 제일 어려운 질문이다. 대부분 어디 어디서 영감을 받는다고들 하시는데 나는 그건 아니고 그냥 머릿속에서 생각해낸다. -실제로 일반인들이 쉽게 출연을 승낙하나. 나도 처음에는 겁을 먹었다. 아이들이 방송을 본 후 가만히 있을까 하는데 오히려 재밌어 하더라. ‘내가 평생에 언제 이런 이벤트를 겪어보겠어. 정말 재밌는 경험이었다’ 이런 식이 다. 의외로 순순히 승낙한다. -이렇게 방송에서 일반인들의 출연이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뭐라고 보나. 방송은 스타나 연예인에게 휘둘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일반인의 출연은 방송의 참신함을 추구하는데 잘 맞물려진다. 연예인에 비해 프로그램의 가능성을 넓힐 수 있기 때문에 일반인의 출연 자체가 좋다고 본다. -사람을 묶어놓는 등 공포심리를 자극한 기획의도가 학생들이 따라할까봐 겁난다는 네티즌의 의견이 있다. 그런 생각을 안한 건 아닌데 오히려 위험하다면 영화나 드라마가 더 위험하고 잔인하지 않나 생각한다. ‘꽃미남 아롱사태’에 등장하는 상황들은 연출된 것이지 실제로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우려가 되는 부분도 있긴 하지만 크게 걱정은 하지 않는다. -김이배 편에서 거울에 카메라와 사람 손이 비쳐서 짜고 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들도 있었다. 방송 때도 모자이크 처리된 부분이 있었다고 하던데. 상황설정은 하고 꽃미남 외의 연기자들은 대사가 있지만 나머지는 전부 리얼이다. 정말 짜고 하는 거라면 더 재밌게 연출하지 않았겠나. 그분들은 연기자들도 아닌데 보는 사람이 리얼하게 느낄 정도라면 아마 아카데미 조연상 정도는 줘야 할 거다(웃음). 거울에 비친 부분은 아크릴 반사지로 안보이게 반사를 시킨 다음에 손만 내밀어서 촬영을 한 거다. 카메라가 바로 꽃미남 뒤에 있어서 알아차렸을 거라고 보시지만 당사자 입장에서는 카메라가 전혀 보이지 않았을 거다. 모자이크는 시청자 배려차원으로 한 것이었는데 당시 그때도 할까 말까 망설이긴 했다. 지금은 오히려 짜고 하지 않느냐는 의혹이 더 없는 것 같아서 그게 의문이다(웃음). -출연하는 일반인들이 전부 연예인 지망생이라는 얘기가 있다. 신인을 밀어준다는 얘기도 있다. 떠들기 좋아하기 위한 사람들의 얘기일 뿐이다. 지금까지 15명을 속였는데 그중 기획사 가 있는 아이는 1명밖에 없었다. 그래도 연예인을 할 마음이 있는 아이들은 그 중 한 70~80%정도 되는 것 같다. -왜 굳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알려진 얼짱인가. 짜고 하는 것이 아니라면 눈치 챌 수도 있을 텐데. 가장 알려진 아이들이 퀄리티가 높을 거라 생각했다. 프로그램 기획 상 그런 아이들 위주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차츰 고갈이 되니까 소문으로 찾거나 아니면 친구의 친구 이런 식으로 찾기 시작했다. 한 8명까지는 절대 눈치를 채지 못했고 최근 들어서는 눈치를 조금 채더라도 ‘이거 몰래카메라죠’ 하며 입 밖에 내지 않더라. 촬영이 끝난 뒤에 물어보면 대부분이 ‘내가 뭔데 설마 나한테 그러겠어하고 생각했다’ 고 말한다. -지상파와 케이블 프로그램 제작방향 차이는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방향 차이는 없다 생각한다. 어차피 목적은 똑같다. 시청자들이 재밌어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 다른 점이 있다면 가능성의 한계다. 지상파에서는 제약의 한계가 있지만 일단 케이블에서는 제약의 한계가 없으니 더 재밌는 부분을 많이 시도해볼 수 있다는 점이다. -지상파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 있으신가. 아예 안 해본 건 아니다. 케이블이 지상파보다는 가능성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는 있지만 매체력 부분에선 아쉬운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내가 그쪽에 간다해도 잘릴게 분명할 것 같다(웃음). -어떤 PD로 남길 원하나. PD로서 방송에 이런 일을 해내고 싶다는 포부. 식상할지는 모르지만 ‘김태은 아니면 못하는 프로그램’이라는 말을 듣고 싶다. 솔직히 예전에 제가 하던 ‘재용이의 더 순결한 19’는 이제 다른 분이 연출을 하고 계시지만 ‘김태은이 할 때가 더 재밌었어’이란 말을 듣고 싶다. 그리고 또 하나 세상에 유일무이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거다. 사실 방송에서 서로 베끼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하나가 생기면 우후죽순처럼 너나할 것 없이 따라한다. 외국 프로그램도 따와서 같이 똑같이 베끼는 자체가 너무나 싫다. 나는 지금까지 없었던 프로그램을 연출해내고 싶다. -끝까지 피디 하실 생각인가. 따로 이루고 싶은 일들이 있다면. 미래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현실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사실 꿈도 없다는 편이 맞을 것 같다. 있다면 아까 얘기했던 프로그램을 만들어내고 싶다던가. 기회가 되면 뮤직비디오 감독을 해보고 싶다는 것이다. 사실 이렇게 살고 있으니 아직도 철이 안 든 것 같긴 하지만(웃음) 제 나이 또래의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것. 사회에 길들여지거나 관습에 길들여지거나 그런 거 없이 하고 싶은 데로 하는 자체가 좋다. 물론 그에 따른 책임도 따르겠지만... -방송 이외에 취미활동은. 여행을 좋아한다. 프로그램이 끝나면 잠깐 유럽도 다녀오고 일본도 다녀오곤 했다. 미국도 좋아한다. -요즘 브랜드 PD나 작가들이 뜨는 추세다. 이런 부분들이 방송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프로그램이 인지도가 생기면 만든 사람에게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냉정하다. 아무리 브랜드 PD의 작품이라고 할지라도 작품성이 없다면 과감하게 채널을 돌리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나 채널 선택권도 다양하지 않은가. -다른 프로 중에서 잘 만들었다하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KBS2의 ‘불후의 명곡’, 없는 가능성을 만든 것 같다. 사실 음악과 오락은 같이 갈 수 없다. 음악프로그램은 시청률도 잘 나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을 재밌게 잘 버무려냈다. -요즘 PD뿐만이 아니라 영화계 등에서도 여풍이 세다. 남자나 여자나 다른 건 없다. 이제는 거의 비율이 비슷해지고 있다. 영화계도 AD를 포함한 인력이 남자보다 여자가 많아지는 상태다. -‘꽃미녀 아롱사태’는 생각 안해봤나. 기회가 되면 하고 싶다. 시즌 2나 시즌 3 되면 한번 해볼 생각이다. 그런데 여자들에게는 속이는 강도가 그리 셀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여자를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이 되긴 하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하늘 아래 새로운 게 없다고 말은 하지만 잘 찾아보면 있는 법이다. 정말로 우리나라에서 개발된 컨텐츠가 너무 없다. 사실 미국보다 늦게 시작했기에 그들의 전처를 따라가는 게 순리이긴 하겠지만 방송도 이제는 독창적인 걸 많이 했으면 좋겠다. 특히 어두운 소재나 치부만을 드러내는 방송은 안했으면 좋겠다. 방송이 발전을 해야 하는데 채널간 서로 베끼기 급급해 1년을 모두 똑같은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시간을 쏟아 붓고 있는 실정이다. 마지막으로 '꽃미남 아롱사태‘에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하다. yu@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