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포스트시즌 진출이 사실상 좌절된 지난해 시즌 막판 김재박 LG 감독은 2008시즌을 구상하고 있었다. 김 감독은 “2008년에는 3~4위는 해야 할 것이다. 한국시리즈까지 갈 전력은 못 된다. 2009년에야 한국시리즈에 나갈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 감독에게 2008년은 LG 부임 2년째다. 지난 2006년 10월 김 감독은 LG와 3년 계약을 체결하며 친정으로 복귀했다. 올해에는 정말 가시적인 실적을 보여주어야 할 시점이다. LG도 2002년을 끝으로 5년간 가을잔치에 나가지 못했다. 롯데만큼이나 LG에게도 가을잔치는 오래된 추억거리가 됐다. 과연 2008년 LG는 4강 전력이 될까. 2007년의 발판 2007년 LG는 58승6무62패, 승률 4할8푼3리를 기록하며 8개 구단 중 전체 5위에 올랐다. 5년 연속으로 5할 승률에 실패했지만 대신 2002년 이후 가장 높은 승률을 기록했다. 2006년 창단 첫 최하위에서 5위로 뛰어오른 것은 분명 성공적이었다. 2007시즌을 위해 LG는 김재박 감독 등 코칭스태프를 비롯해 FA 박명환까지 영입했다. 그 이전 해외파로 데려온 봉중근까지 포함해 총액 100억 원에 가까운 거액을 투자한 결실을 보았다. 물론 100억 원을 투자한 것에 대한 기대치는 각각 다르지만 2007년 LG가 매우 선전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지난해 LG는 역전승이 28승으로 SK(33승)-한화(29승) 다음으로 많았다. 역전승 비율은 무려 48.3%로 8개 구단 중 가장 높았다. 김재박 감독은 “근성을 말하기 전에 선수들의 실력이 모자란다”고 말했지만 지난해 LG에는 근성이라는 것이 생겼다. 그러나 단 한 번의 리드도 내주지 않고 거둔 완승은 28승으로 8개 구단 중 가장 적었다. 팀의 전력이 안정되지 못했다는 증거였다. 하지만 LG는 불안정한 전력에서도 완전하게 무너지지 않았다. 시즌 막판 치명적인 5연패를 당했지만, 그 이전에는 7차례나 4연패를 당하고도 5연패로 넘어가지 않았다. 긴 연패를 당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LG는 연승과 연패가 반복되는 롤러코스터 행보를 보였다. 실제로 LG는 피타고라스 승률은 4할4푼으로 전체 6위에 불과했다. 피타고라스 승률이란 ‘총득점의 제곱/(총득점의 제곱+총실점의 제곱)의 값’으로 그 팀의 기록과 전력을 바탕으로 기대되는 승률을 파악할 수 있다. 대개 피타고라스 승률은 시즌 종료 시점에는 실제 팀 승률과 거의 근접한다. 지난해 LG는 롯데보다 피타고라스 승률이 4푼 이상 낮았지만 실제 승률은 오히려 4푼 가까이 높았다. 그리 좋지 않은 전력을 최대한으로 극대화한 결과였다. 그러나 역으로 이는 그만큼 팀 전력이 안정되지 못했다는 것을 반증한다. 2007년의 발판이 과연 2008년에는 또 어떻게 작용할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극과 극의 마운드 2008년 LG에서 가장 기대되는 부분은 역시 탄탄한 선발진이다. 1990년 창단 후 18년째 LG의 10승 투수 명맥을 이은 박명환은 나머지 절반의 성공을 향해 가고 있다. 박명환이 거둔 10승 중 4승은 팀을 5연패 위기에서 구해낸 선발승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컸다. 팀 타선과 뒷문이 안정됐다면 더 많은 승수를 거둘 수 있었다. 지난해 박명환은 리그에서 3번째로 많은 19차례의 퀄리티 스타트를 해낸 투수였다. 투구이닝이 더 늘어나야 한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그래도 지난해 박명환의 투구이닝(155⅓)은 팀 내에서 가장 많았다. 박명환은 2008년에도 제1선발이자 에이스 노릇을 해주어야 한다. LG는 2008년 외국인선수 2명을 모두 투수로 채웠다. 지난해 투수와 타자 1명씩으로 꾸린 것과는 대비된다. 김재박 감독은 전형적인 투수친화적 구장인 잠실구장에서 외국인 타자가 거포로 성공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거포가 필요한 LG 팀 특성을 고려할 때 차라리 마운드를 더욱 더 강화하는 것이 전력을 극대화하는 길일 수 있다. LG는 지난해 전반기 막판 합류한 크리스 옥스프링과 재계약하고, 지난 2년간 삼성에서 활약한 제이미 브라운을 데려왔다. 두 투수 모두 국내 리그에서 검증된 투수라는 점에서 기대를 갖게끔 한다. 김재박 감독의 안전주의 성향은 외국인선수에게서도 그대로 나타나있다. 박명환-옥스프링-브라운으로 이어지는 ‘원투스리 펀치’를 구축한 LG는 4~5선발도 넘친다. 봉중근·이승호·최원호·정재복·심수창 등에다 ‘신인 3인방’ 이형종·정찬헌·이범준 등 신인들까지 선발진 진입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이들 중 선발 경쟁에서 탈락한 선수들이 자연스럽게 불펜에서 활약하게 된다. 그러나 정재복을 제외하면 확실한 ‘불펜 체질’이 없다는 것이 LG의 고민이다. 봉중근·이승호·최원호·심수창은 전형적인 선발 체질이다. 변화할 줄 아는 선수가 좋은 선수지만 변화는 쉽지 않다. 몸도 그렇지만, 마음의 변화는 더욱 어렵다. LG 불펜에서 마당쇠를 자처하는 투수는 어디에도 없다. 사이판 전지훈련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재박 감독은 “지금 시점에서 누가 선발이고, 누가 불펜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이르다. 마운드 운용과 보직은 오키나와에서 생각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선발과 불펜은 시즌 준비과정이 다르기 마련이며, 그만큼 빠른 준비가 필요하다. 지난해 LG는 블론세이브가 16개로 8개 구단 중 가장 많았다. 그 중 13개가 마무리투수 우규민이 저지른 것이었지만, 그 가운데 6개는 이미 중간계투들이 동점 및 역전주자를 두고 강판된 상황에서 기록한 것이었다. 류택현이라는 정상급 원포인트 릴리프를 제외하면 LG 불펜에는 ‘믿을 맨’이 없다. 지난해 김재박 감독은 SK 김성근 감독으로 많은 경기당 평균 3.5명의 불펜 투수를 투입했지만 무소용이었다. 불펜은 똘똘한 투수 한두 명이 필요한 공간이다. 김재박 감독이 그 어느 때보다 신인투수들에 기대를 표하고 있는 것도 지난해 두산 임태훈과 같은 투수를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거포는 어디에 있나 신바람 야구의 요체는 역시 타선이다. 지난해 LG 타선의 신바람 야구를 일부분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2006년 최하위였던 팀 타율은 지난해 2할6푼8리로 전체 3위가 됐다. 이병규와 박용택, 단 2명밖에 없었던 2006년과는 달리 2007년에는 ‘3할 타자’ 이대형과 최동수를 비롯해 이종렬·발데스·조인성·박용택·권용관·김상현까지 무려 8명이 규정타석을 채웠다. 8개 구단 중 가장 많았다. 그러나 팀 타율과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들에 비해 팀 득점은 532점으로 전체 5위였다. 팀 도루가 130개로 3위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 아쉬운 대목. 팀 출루율(0.338)과 장타율(0.374)이 각각 7위·6위에 그친 것이 이유였다. LG 타자들은 지난해에도 변함없이 볼넷을 고르는 데 흥미가 없었다. 하나의 전통이 되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볼넷이 431개로 전체 6위였다. 지난해 팀에서 가장 많은 볼넷(70개)을 얻었던 페드로 발데스는 올해 LG에 없다. 김재박 감독은 “LG 선수들은 야구를 너무 모른다. 자기밖에 모르고 자기위주의 야구를 한다. 팀플레이 의식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볼넷이 적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타선이 약한 것으로 평가된 LG였음에도 희생번트는 89개로 전체 4위밖에 되지 않았다. 김 감독은 “번트를 못해서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 선수들의 작전수행 능력이 떨어져 실수가 많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LG의 작전수행 능력이나 팀 배팅은 과거에 비하면 많이 나아졌고 또 나아질 것이다. 작전수행 능력과 팀 배팅은 충분히 기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거포는 구하기가 쉽지 않고, 장타력은 하늘에서 뚝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물론 프로야구 8개 구단 모두가 거포 갈증에 시달리고 있다. 그 중에서도 LG가 유독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 LG는 두산과 함께 팀 홈런 78개로 이 부문 공동 5위에 올랐다. 그러나 거포의 존재 유무는 단순히 홈런숫자에서 나타나지 않는다. 거포는 기록으로 보이지 않는 위력을 지녔다. LG에는 김동주처럼 위협적인 거포가 없다. 한 시즌 30홈런도 1999년 이병규가 팀 역사를 통틀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1999년은 사상 최고의 타고투저의 해였다. 외국인 타자를 데려오지 않음으로써 LG의 거포 갈증에 대한 고민을 더욱 커졌다. 스토브리그에서 외국인선수로 선발진을 보강한 마운드와 달리 타선은 전력보강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LG는 자체적으로 토종 거포를 생산해내야 할 판이다. 그래도 희망이 없지 않다. 포수에서 외야수로 변신한 이성렬, 투수에서 외야수로 변신한 김광삼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두 선수 모두 우투좌타로 희소성이 있다. 그러나 상무에서 2군을 지배하고도 지난해 1군에서 기대치를 밑돈 김상현처럼 첫술에 배부를 수 없는 법이다. 아마 올해에도 LG 4번 타자는 최동수의 몫이 될 공산이 크다. 문제는 타선의 유기성이다. 거포가 없어도 테이블세터와 중심타선이 잘 어우러져야 한다. 지난해 팀에서 가장 많은 결승타(9개)를 치며 해결사 노릇을 해낸 발데스가 없는 만큼 나머지 선수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특히 김태균·박한이와 함께 기대치를 밑도는 대표적인 선수가 되어버린 박용택은 거포와 중장거리 타자의 갈림길에서 확실하게 길을 찾을 필요가 있다. 김재박 감독은 이성렬·김광삼과 더불어 김상현·권용관·정의윤 등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가장 큰 기대를 걸어야 할 타선의 중심이 박용택이라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와 더불어 지난해 ‘FA로이드’ 복용으로 타선에서도 맹활약한 안방마님 조인성의 역할도 중요하다. 지난해 조인성은 LG에서 가장 많은 타점(73개)과 2번째로 많은 홈런(13개)을 기록한 명실상부한 공격형 포수였다. 6월부터 마땅한 백업포수 없이 홀로 팀을 안방을 지켰다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 놀라운 성적. 그러나 올해에는 기존의 백업포수 최승환에다 베테랑 김정민까지 은퇴를 번복하고 현역으로 복귀한 만큼 조인성에게는 보다 더 큰 기대가 걸려있다. 4년간 최대 34억 원이라는 역대 FA 포수 최고액에 LG와 재계약한 조인성이 그에 걸맞는 책임감을 보여줄 수 있을지가 공수양면에 걸쳐 LG에게는 큰 관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