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점점 다가오고 있다. 프로농구 태동 이래 최고의 폭풍이다. ‘초특급 폭풍’ 하승진(23)이 프로농구 입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하승진은 일반인 자격으로 오는 29일 열리는 2008 KBL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한다. 한국인 최초의 NBA 진출자이자 역대 최장신 센터인 하승진의 체격조건은 신장 221.6cm, 체중 152.0kg. 역대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한 선수 중 신장이 가장 크고, 체중도 가장 무겁다. 전체 1순위 지명권을 25%씩 갖고 있는 4개 구단들은 하나같이 ‘하승진을 잡으면 곧 천하를 얻는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미 하승진은 지난해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자신이 그저 키만 큰 선수가 아님을 직접 입증해냈다. 과연 ‘하승진 폭풍’은 프로농구에 어떠한 변화들을 몰고 올까. ▲ 고공농구의 서막 저변이 넓지 않은 한국농구는 언제나 높이에서 한계를 절감해야 했다. 그런 한국농구에 최초의 고공농구 시대가 열린 것은 1980년대 중앙대 ‘트윈타워’ 한기범-김유택이었다. 207cm 한기범과 197cm 김유택은 높이에서 위력을 떨치며 현대전자와 삼성전자로 양분된 실업농구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고 이는 1980년대 말부터 시작된 기아자동차 왕조 건설의 밑바탕이 됐다. 이후 연세대 출신 서장훈이 등장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207cm 서장훈은 역대 프로농구 최장신 센터로 10년 넘게 국내외에서 맹활약했다. 서장훈 다음으로는 205cm 김주성이 2002년 데뷔해 뒤를 따르고 있다. 하승진의 등장은 한기범·김유택의 트윈타워와 서장훈·김주성의 등장 그 이상으로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승진의 신장은 세계적이다. 세계 어디서도 하승진만한 신장을 갖춘 센터를 찾기란 쉽지 않다. 전세계적으로 초장신 센터는 귀하다. 농구는 궁극적으로 높이가 더 높을수록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스포츠다. 하승진을 지명하는 팀이 천하를 지배한다는 것도 틀린 말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많은 팀과 국가들이 정통센터와 함께 발전을 거듭했다. 센터를 중심으로 펼치는 농구는 가장 쉬운 농구지만 그만큼 많은 견제를 받아야 하며 이 과정에서 많은 분석과 연구들이 거듭되고 발전했다. 하승진의 등장으로 한국농구도 비로소 고공농구다운 고공농구 시대를 본격적으로 맞이할 수 있게 됐다. 가드와 슈터들을 중심으로 농구하는 데 익숙했던 국내 지도자들도 이제는 센터를 활용하고 또 센터를 공략하는 농구를 펼치게 될 전망이다. 하승진의 등장과 함께 외국인선수 신장제한을 철폐해버린 만큼 다음 시즌부터는 많은 장신선수들이 몰려들 수도 있다. 물론 신장과 기량이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210cm대에 수준급 기량을 갖춘 장신 외국인선수들이 한국을 찾을 리는 만무하다. 하지만 하승진을 비롯해 유례없는 장신자들의 등장으로 프로농구는 새로운 고공시대를 맞을 전망이다. ▲ 감독들의 지략 싸움 하승진의 등장으로 감독들의 벤치 지략 싸움도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하승진을 지명하는 구단은 하승진을 살리는 묘안을 찾아야 한다. 하승진과 같은 초특급 장신센터를 갖고 농구를 한 감독은 지금껏 없었다. 서장훈·김주성보다도 15cm 안팎으로 더 큰 선수가 바로 하승진이다. 하승진을 지명하는 구단은 그 나름대로 골머리를 앓을 것이다. 특히 서장훈과 김주성을 보여준 전주 KCC나 원주 동부의 경우에는 ‘한국산 트윈타워’를 형성하게 되지만,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끌 수 있을 것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 하승진의 체력은 기나긴 정규리그를 소화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하승진의 현실적인 평균 출전시간은 25~30분 안팎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를 조절하는 것도 그를 지명한 감독에게는 적잖은 고민거리가 될 것이다. 그러나 하승진을 지명한 감독들의 고민은 그야말로 ‘행복한 고민’이다. 하승진을 견제해야 할 나머지 구단들 감독은 더욱 골머리를 앓을 것이 분명하다. 무엇보다 지금껏 하승진만한 신장을 지닌 초장신 센터를 상대해본 전례가 없다. 마치 국제대회에서 중국의 장신센터들을 상대하는 느낌을 준다. 게다가 하승진이 골밑 위치선정 능력이 좋고, 꽤 영리한 플레이를 펼친다는 점에서 나머지 팀 감독들은 머리를 싸매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그만큼 많은 연구와 분석으로 발전된 수비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프로농구 감독들의 수비 전술은 지난 수년간 많이 발전했지만, 엄밀하게는 국내용에 가까웠다. 국제대회에서 초장신 선수들을 견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승진 폭풍’으로 한국농구의 발전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하승진을 상대하게 될 구단들은 벌써부터 기동력으로 견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공격에서는 빠른 공격으로 하승진의 위력을 최소화하고 수비에서는 강력한 압박수비로 하프코트로 넘어오는 시간을 지체시켜 하승진의 볼을 잡는 시간을 줄이도록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빠른 공격과 강력한 압박수비는 하승진을 상대하는 팀들에게는 공통된 방법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곧 국제대회에서도 효율적으로 쓰일 수 있는 부분이다. 단기간으로는 만들어질 수 있는 공격과 수비가 아니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와 함께 물량적으로 하승진을 괴롭힐 수도 있다. 파울작전으로 하승진을 괴롭히는 ‘한국판 핵 어 샤크’ 전법이다. 하승진의 자유투는 고교 시절에는 좋았지만 이후에는 오히려 하향세다. 하승진을 상대할 팀들에게는 소소한 작전들이라도 효용가치가 클 것이다. ▲ 기대 그리고 우려 하승진은 “팬들이 지루해하지 않는 재미있는 농구를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하승진의 등장으로 일각에서는 일방적인 경기가 속출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하승진이 가게 될 팀이 동부·KCC·SK 등 전력이 탄탄한 팀들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당장 하승진이 NBA급 위력을 발휘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승진의 체력을 감안할 때 그는 많아야 30분 정도 출전할 것이다. 하승진도 “나도 굉장히 단점이 많은 선수이고 나를 대비한 플레이가 많이 나올 것이다. 신장이 작은 선수들이 돌파해서 득점하는 플레이가 많이 나온다면 오히려 일방적인 경기가 아니라 재미있는 경기가 될 것이다”고 말한다. 최근 몇 년간 국내선수들은 적극적으로 골밑 돌파를 펼치고 있다. 외곽슛에만 매몰된 경기를 뒤로한 채 골밑으로 과감하게 돌진하고 있다. 외국인선수들의 전반적인 수준이 낮아진 올 시즌에는 더욱 더 그렇다. 특히 골밑 돌파 이후 나오는 ‘플로터’는 이제 웬만한 공격형 선수라면 갖춰야 할 필수 플레이가 되고 있다. 하승진의 머리 너머로 플로터를 성공시킨다면 그것은 플로터 그 이상의 플로터가 된다. 그러나 하승진의 등장에 따른 외국인선수 신장제한 철폐 여파로 돌파형 선수들의 기가 죽고, 다시 슈터형 선수들이 득세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의 목소리가 없지는 않다. 하승진을 제외한 나머지 국내선수들이 사장될 가능성이 농후해진 것이다. 물론 210cm대 수준급 선수들이 온다고 확신할 수 없지만 그만한 선수들이 몰려온다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될 수 있다. 하승진이라는 빅맨의 등장은 그 자체만으로도 팬들의 눈을 사로잡을 수 있다. 그동안 신장이 작은 선수들의 개인기과 외곽슛 그리고 빠른 속공플레이에 환호한 팬들은 당장 다음 시즌부터 하승진이 보여줄 차원이 다른 고공농구에 놀라움을 연발할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기대와 함께 적잖은 우려도 일어나고 있다. 접점을 찾는 것은 KBL과 10개 구단들의 몫이다. 하지만 하승진은 벌써부터 남다른 각오로 프로농구 데뷔를 기다리고 있다. “이기는 위한 농구를 하지 않고, 팬 여러분들을 위한 농구를 할 것이다”는 것이 하승진의 각오다. 이미 하승진은 프로농구 ‘초특급 폭풍’이 되어있고, 그의 각오는 폭풍처럼 농구팬들의 심장을 뜨겁게 울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