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최초의 '첫 우승 후 2연패' 가능한가
OSEN 기자
발행 2008.01.29 10: 40

[OSEN=이상학 객원기자] 누구나 정상에 올라갈 수는 있다. 그러나 아무도 거기에 결코 오래 머무르도록 놔두지는 않는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해태·현대·삼성, 딱 3개 팀만이 2연패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물론 전성기 해태는 밥먹듯 우승한 팀이다. 그러나 2000년대 현대와 삼성 이전까지 2연패 위업을 달성한 팀은 고작 해태 하나뿐이었다. 수많은 팀들이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렸다. 과연 2007년 한국시리즈 우승에 빛나는 SK는 ‘우승 후유증’을 만들지 않고 2연패를 달성할 수 있을까. 2008년에 SK가 정상에 오르면 최초의 '첫 우승 후 2연패'를 기록하게 된다. 전력누수 제로 1982년 원년 우승팀 OB는 한국 프로야구 최초의 우승이라는 영광을 박철순의 허리와 맞바꿨다. 해태는 1997년, 한화는 1999년 정상에 오른 뒤 이듬해 이종범과 정민철을 마치 우승 조공이라도 바치듯 차례로 일본으로 떠나보냈다. 1990년 우승팀 LG는 구단 인수 첫 해부터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하는 쾌거를 이룩했으나 우승 보상을 놓고 구단과 코칭스태프가 내홍을 겪었다. SK는 지난해 창단 8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룩했으나 이렇다 할 제물이 없었다. 혹사한 투수도 없고 시즌 후 해외로 유출된 선수도 없다. 김성근 감독은 지금껏 거친 구단 중 SK와 가장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전원야구를 표방하고 있는 SK는 어느 한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깊은 팀이 아니다. 하지만 제1선발 에이스와 4번타자 그리고 김성근 감독의 특성상 중요한 특급 셋업맨이 있었기에 전원야구가 빛을 볼 수 있었다. SK는 시즌 후 에이스·4번타자·셋업맨을 모두 지키는 데 성공했다. 외국인선수 케니 레이번과 재계약했고, FA로 풀렸던 이호준과 조웅천을 적정가에 잡았다. 뼈대를 고스란히 유지한 채 2008년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국내 최초로 ‘2년+2년’ FA 계약을 맺었던 박재홍도 물밑에서 트레이드 소문이 없지 않았지만 SK와 남은 2년 재계약을 체결하며 잔류했다. 대다수 우승팀들이 이듬해 전력누수에 시달리는 것과 다르게 SK는 오히려 전력보강이 기대되고 있다. 마이크 로마노와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새로 데려온 외국인 투수 다윈 쿠비얀은 김성근 감독이 일본 프로야구 롯데 순회코치 시절부터 눈여겨본 선수다. 로마노보다 못할 게 없다는 것이 김 감독의 판단이다. 게다가 2000년대 초중반 마운드를 떠받쳤던 ‘왼손 에이스’ 이승호도 전열 복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엄정욱과 함께 부상재활로 임의탈퇴 신분으로 묶였던 이승호는 전지훈련에 참가해 시즌 준비부터 팀과 함께 하고 있다. 탄탄한 마운드 여느 우승팀과 달리 SK는 지난해와 비교할 때 마운드가 더 굳건해졌다는 점이 최대 강점이다. 새로운 키워드는 쿠비얀과 이승호가 된다. 베네수엘라 출신 흑인투수 쿠비얀은 평균 시속 140km대 중후반의 빠르고 묵직한 공을 뿌리는 우완 정통파로 선발·불펜을 겸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확실한 선발투수가 아닌 이상, 상황에 따라 선발투수를 불펜으로도 기용하는 김성근 감독의 스타일상 로마노보다 쿠비얀이 더욱 용이하게 활용될 것이다. 이와 함께 이승호는 빠른 공을 던지는 왼손 파이어볼러라는 메리트를 변함없이 갖고 있다. 물론 두 선수 모두 적응과 회복 기간이 필요하다. 기존 투수들 가운데에서는 2년차 김광현이 가장 두드러진다. 김성근 감독도 이례적으로 “올해 스타는 김광현이 될 것이다”고 공언할 정도다. 지난해 시즌 막판부터 김광현은 눈에 띄는 발전속도를 보였고, 한국시리즈와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에서 진가를 입증했다. 지난 한 해 충분한 시행착오를 겪은 만큼 올해에는 한층 더 안정되고 성숙된 모습으로 마운드를 지킬 것이라는 기대. SK는 레이번-쿠비얀과 함께 김광현을 핵심선발로 생각하고 있다. 김광현이 지난해 막판부터의 모습을 이어간다면 SK는 채병룡까지 포함해 탄탄한 선발 로테이션을 구축할 수 있게 된다. 김성근식 야구의 요체가 되는 불펜도 변함없이 안정적이다. 지난해 SK는 역전패가 18패로 가장 적었으며, 역전패 비율도 37.5%로 KIA(31.1%) 다음으로 적었다. KIA가 최하위로 추락하며 수많은 완패를 당한 것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지키는 야구의 최고봉은 SK였다. 실제로 SK는 불펜 방어율 1위(2.71)였고, 팀 홀드도 가장 많은 77개였다. 몇몇 선수에 의존하지 않은 불펜 ‘벌떼 마운드’ 운용으로 과부하를 억제했다. 지난해 SK는 경기당 최다인 평균 3.7명의 불펜투수를 투입했다. 올해에도 SK 불펜에는 윤길현-가득염-조웅천 그리고 마무리 정대현으로 이어지는 필승계투조가 변함없이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경쟁의 가속화 김성근 감독은 ‘2군의 1군화’를 2008년 테마로 정했다. 야수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김 감독은 주전이라는 타이틀을 배제한 채 모든 포지션에 경쟁체제를 구축했다. 내야에서는 1루수 이호준-박정권, 2루수 및 유격수 정근우-정경배-나주환, 3루수 최정-모창민이 경쟁을 하고 있는 가운데 외야에서는 이진영·박재홍·박재상·조동화·김강민 등이 다른 선수들은 비집고 들어갈 틈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경쟁하고 있다. 박경완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포수 포지션에서도 정상호·이재원이 올라오고 있다. 특히 지난해 팔꿈치 부상으로 수비를 하지 못했던 이재원은 방망이보다 미트에 더 강한 애착을 보이며 포수로서 거듭나고자 의지를 보이고 있는 중이다. 지난해 SK가 페넌트레이스에서 독주를 할 수 있었던 데에는 플래툰 시스템의 힘이 컸다. 선수 개개인으로는 성장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을지 모르지만, 팀이라는 개념에서는 최상의 조건이었다. 특히 SK는 부상선수의 공백이 전혀 드러나지 않았던 팀이었다. 시즌 초반에는 이호준·이진영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1위를 내달렸다. 김재현과 박재홍은 타격부진을 이유로 장기간 2군에 다녀왔다. 베테랑들은 자신들이 없어도 팀이 굴러간다는 위기의식을 가졌고, 젊은 선수들은 자신들도 당당히 주전으로 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각 포지션마다 두루 선수층이 두터워져 장기레이스를 보다 여유있게 운용할 수 있었다. 올 시즌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타선의 유기성도 변함없이 막강하다. 지난해 SK는 득점(603점)을 올린 팀이었다. 김성근 감독은 지휘봉을 잡은 이래 가장 선이 굵은 야구를 했다. 팀 홈런(112개)·장타율(0.403)에서 모두 1위였다. 희생번트는 87개로 한화와 공동 5위였다. 대신 136개의 팀 도루를 성공시키며 이 부문에서 2위에 올랐다. 지난해 프로야구판을 휘몰아친 발야구의 시작은 SK였다. 한 베이스씩 더 전진하는 공격적인 베이스러닝으로 상대 수비를 뒤흔들어 놓았다.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는 불과 5명뿐이었지만, 무려 8명의 타자가 35타점 이상 올릴 정도로 어디 하나 쉬어갈 만한 타순이 없었다. 지난해 멤버가 그대로 유지된 가운데 경쟁체제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경쟁의 가속화로 타선의 시너지 효과도 점점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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