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2008 신인 드래프트 팀별 리뷰
OSEN 기자
발행 2008.01.30 08: 34

[OSEN=이상학 객원기자] 하승진 폭풍이 휘몰아친 2008 KBL 신인 드래프트가 지난 29일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렸다. 일찌감치 ‘하승진 드래프트’로 명명된 올 드래프트는 하승진뿐만 아니라 김민수·윤호영·강병현·차재영 등 제2의 황금세대들이 등장해 열기를 더했다. 참가자 40명 중 22명이 프로팀으로부터 지명받아 취업률은 55.0%를 기록했다. 지난해 못지않은 ‘황금세대’들이 대거 등장한 올 드래프트를 10개 팀별로 집중분석한다. ▲ 전주 KCC 이지스 - 하승진 : 연세대/센터/221.6cm/1라운드1순위 - 김태환 : 경희대/가드/174.9cm/2라운드10순위 KCC가 ‘하승진 로또’를 잡고 포효했다.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얻은 KCC는 주저하지 않고 하승진의 이름을 크게 호명했다. 허재 감독의 얼굴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미소가 터졌다. 만세는 부르지 않았지만, 표정관리를 하느라 애먹었다. 한국농구 역대 최장신 센터이자 최초의 NBA 진출 선수인 하승진의 잠재력은 설명이 필요없다. 하승진은 NBA에서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지만, 충분한 출전 시간을 보장받고 자신을 중심으로 팀이 돌아간다면 어마어마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지난해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몸소 입증해냈다. KCC에는 ‘국보급 센터’ 서장훈이 있어 하승진이 많은 면에서 체험하고 또 배우며 자신의 것으로 체화할 것이라는 기대다. 하승진을 국보급 선수로 키우는 것도 허재 감독과 KCC 구단의 중요한 과제다. 한편, 전체 20순위로 지명한 김태환은 단신 포인트가드로 가드진이 약한 KCC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슛이 약하고 수비력도 떨어진다는 평가다. ▲ 서울 SK 나이츠 - 김민수 : 경희대/포워드·센터/200.2cm/1라운드2순위 - 유희선 : 연세대/가드·포워드/183.1cm/2라운드9순위 - 김재영 : 경희대/포워드/187.1cm/3라운드2순위 하승진의 KCC가 드래프트 최고의 승자라면, SK는 숨은 승자라고 할 수 있다. SK는 비록 하승진을 놓쳤지만, 전체 2순위 지명권으로 실속을 챙겼다. ‘아르헨티나 특급’ 김민수는 귀화 혼혈선수로 가능성을 일찌감치 인정받았다. 군문제가 해결됐다는 점도 프로무대에서는 굉장한 플러스요인이다. 특히 김민수의 플레이 스타일이 SK와 잘맞는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김민수는 다양한 공격 루트와 함께 공수 전환이 뛰어나다. 지난해 골밑에서 활약하기 위해 무리하게 몸을 불리다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지만, 이전 김민수의 플레이라면 업템포 농구를 추구하는 SK와 최상의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 SK는 김태술-방성윤-김민수라는 ‘김성수 트리오’로 극강의 토종 라인업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2·3라운드에서 SK는 슈터들을 중심으로 지명했다. 2라운드 유희선과 3라운드 김재영 모두 외곽슛이 좋은 슈터들이다. 모두 키가 작다는 단점이 있지만 스피드가 좋아 SK의 팀컬러와 맞아떨어진다는 평이다. ▲ 원주 동부 프로미 - 윤호영 : 중앙대/포워드/195.6cm/1라운드3순위 - 류광식 : 명지대/가드/183.7cm/2라운드8순위 각종 불운이 겹치며 지난 시즌 6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동부. 비록 하승진·김민수는 아니지만 윤호영이라는 알짜배기를 얻으며 세대교체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윤호영은 ‘제2의 김영만’이라는 극찬을 받고 있다. 그만큼 중장거리 슛이 정확하고, 수비력이 탄탄하다. 오히려 김영만보다도 운동능력이 좋다는 점에서 대성할 수 있는 재목으로 평가된다. 탄력과 기동력을 두루 갖춰 높이와 스피드를 가리지 않고 감독이 원하는 농구를 할 수 있다. 윤호영의 가세로 동부는 노쇠한 베테랑 양경민을 공수 양면에서 대체할 수 있는 후계자를 비로소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팀 시스템이 확고한 동부에서 충분한 적응시간을 거칠 수 있다는 점에서 프로적응도 빠를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끔 한다. 이와 함께 동부는 2라운드에서 포인트가드 류광식을 지명했다. 서른줄 중반의 베테랑이 된 표명일·이세범의 노쇠화를 대비한 선택. 그러나 동부의 포인트가드라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외곽슛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 인천 전자랜드 블랙슬래머 - 강병현 : 중앙대/가드/193.0cm/1라운드4순위 - 오기석 : 동국대/센터/193.2cm/2라운드7순위 ‘드래프트운’이 지지리도 없는 전자랜드가 이번에도 불운에 울었다. 사실 전자랜드는 그 어느 팀보다도 하승진의 지명을 간절하게 기다린 팀이었다. KCC·SK·동부와 비교할 때 전자랜드에는 확실한 구심점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자랜드의 바람은 다시 물거품되어 하늘로 붕떠버렸다. 1라운드 4순위라는 최악의 결과를 얻고 만 것이다. 전자랜드의 선택은 어쩔 수 없이 ‘빅4’ 중 마지막으로 남은 강병현이었다. 강병현은 허재 감독이 선수생활 말년 직접 후계자로 지목한 특급가드. 장신가드로 기본기와 화려함을 다 갖춘 실속만점 스타일이다. 포인트가드와 슈팅가드를 넘나들 정도로 다재다능하다. 그러나 이미 전자랜드에는 강병현과 비슷한 타입의 선수들이 차고 넘친다. 물론 젊은 장신가드라는 점에서 강병현의 장래성은 단연 두드러지지만, 팀 입장에서는 중복 포지션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정영삼과의 공존 여부도 큰 관건이다. 2라운드 오기석은 전형적인 골밑 블루워커로 수비가 좋지만 신장이 작다. ▲ 서울 삼성 썬더스 - 차재영 : 고려대/포워드/192.8cm/1라운드5순위 - 오정현 : 건국대/센터/197.9cm/2라운드6순위 5~8순위 가운데 5순위 지명권이 당첨된 삼성은 주저하지 않고 차재영을 지명했다. 차재영은 1~4순위 지명자들과 함께 ‘빅5’로 분류될 정도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실제로 지난해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도 이들과 함께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폭발적인 운동 능력을 앞세운 슬램덩크가 트레이드마크인 차재영은 공격력이 뛰어나다. 올 시즌 빠르고 화끈한 공격농구로 변신한 삼성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차재영은 외곽슛에 기복이 있지만, 대신 공격 범위가 넓고 속공 가담이 좋다는 강점이 있다. 이규섭의 백업 멤버로 제격이라는 평이다. 삼성은 이규섭의 마땅한 백업이 없어 고민했지만 차재영의 지명으로 이 고민을 한 번에 털어낼 수 있게 됐다. 약점인 외곽슛만 보완한다면 더욱 더 무서운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2라운드에서 지명한 오정현은 센터로, 박훈근을 제외하면 토종 골밑 플레이어가 없는 삼성에서 보이지 않는 힘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알짜배기다. ▲ 대구 오리온스 - 정재홍 : 동국대/가드/176.5cm/1라운드6순위 - 이상수 : 건국대/포워드/191.0cm/2라운드5순위 - 김용우 : 연세대/포워드/193.1cm/3라운드6순위 로터리픽도 아니고 5순위도 아니었지만, 팀이 필요한 부분을 요소요소 충원하는 만족스러운 드래프트가 됐다. 오리온스는 1라운드에서 포인트가드 정재홍을 택했다. 정재홍은 송도고·동국대 출신으로 김승현의 직속 후배다. 물론 3년 전 드래프트에서 김현중도 김승현의 직속 후배라는 타이틀을 달았지만,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하지만 정재홍의 가능성은 김현중의 그것보다 더 높이 평가되고 있다. 서른을 바라보는 김승현이 허리를 비롯해 잔부상에 시달린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정재호의 지명은 포스트 김승현을 감안한 지명이기도 하다. 김승현처럼 단신이지만 골밑 돌파력이 좋고 속공 전개 능력도 뛰어나다. 오리온스의 팀컬러와도 잘 맞는다. 다만 경기 운영 능력이 떨어지고, 지나치게 공격적이라는 점이 보완해야 할 부분으로 지적된다. 2라운드에서 뽑은 이상수는 외곽슛이 좋은 장신슈터로 전정규와 경쟁할 전망이다. 얼리엔트리로 나와 3라운드에 지명된 김용우는 왼손잡이 포워드로 이현준과 오용준의 보험용이다. ▲ 안양 KT&G 카이츠 - 정휘량 : 단국대/포워드/197.7cm/1라운드7순위 KT&G는 올 드래프트에서 딱 1명만 지명해 아마농구 관계자들로부터 원성을 들어야 했다. KT&G가 유일하게 선택한 선수는 단국대 출신 장신포워드 정휘량이다. 정휘량은 큰 신장에 슛과 기동력을 모두 다 갖췄다는 점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게 평가된다. 1대1 공격에서도 강점을 보였다. KT&G의 스타일과도 들어맞는다. 기동력은 KT&G에서 뛰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대목이다. 그러나 또 하나의 KT&G 필수 조건인 수비력은 의문부호를 떼지 못하고 있다. 신장에 비해 웨이트가 약하고 수비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KT&G는 양희종·이현호·김일두·윤영필로 구성된 리그 최고의 장신 포워드라인을 구축한 상황이라 정휘량의 자리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올 시즌을 끝으로 이현호와 김일두 중 하나가 군입대가 예상되는 만큼 향후 1~2년간 정휘량에게도 기회가 올 것으로 관측된다. ▲ 부산 KTF 매직윙스 - 윤여권 : 명지대/가드/185.0cm/1라운드8순위 - 양우섭 : 고려대/가드/184.1cm/2라운드3순위 올 시즌 전만 하더라도 우승후보였던 KTF가 8위로 추락하며 나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데에는 많은 이유가 있지만, 가드진의 부진을 무시할 수 없다. 신기성을 제외하면, KTF에는 믿을 만한 가드가 없었다. 신기성이 잠시의 휴식을 취할 시간조차 없었다. 자연스럽게 올 드래프트에서 KTF의 테마는 가드지명으로 굳어졌다. KTF는 드래프트에서 2명 모두 가드로 지명했다. 그러나 정통 포인트가드가 없다는 점은 적잖은 아쉬움이다. 1라운드에서 윤여권을 지명했고, 2라운드에서 양우섭을 뽑았다. 윤여권은 외곽슛이 뛰어난 슈터다. 신장이 작지만 슛감각이 좋고 돌파능력도 수준급으로 평가된다. 2라운드 양우섭은 운동능력이 좋은 가드로, 수비가 뛰어나다는 것이 강점이다. 두 선수 모두 스피드가 좋고, 탄탄한 수비력을 갖췄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KTF가 처한 문제점을 해결하기에는 부족한 드래프트였다. 가시적인 전력보강을 기대하기에는 KTF의 지명권이 너무 낮았고, 팀 내 포워드진은 이미 포화상태였다. ▲ 창원 LG 세이커스 - 기승호 : 동국대/포워드/192.7cm/1라운드9순위 - 이지운 : 한양대/포워드/191.3cm/2라운드2순위 LG가 1라운드 전체 9순위이라는 하위 순번에도 불구하고 알짜배기들을 지명하며 소기의 성과를 올리는 데 성공했다. LG는 1라운드에서 기승호를 뽑았다. 동국대 돌풍의 실질적인 주역으로 내외곽 공격이 모두 가능하다. 고교시절까지 빅맨으로 활약하다 대학에서 포워드로 변신한 이력이 있다. 포지션의 다양화를 추구하는 신선우 감독으로부터 중용받을 것으로 기대되는 부분. 게다가 수비력도 나쁘지 않아 프로에서 즉시전력감으로 쓰일 수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2라운드에서 지명한 이지운도 한양대 에이스로 활약했다. 지난해 대학리그에서 가장 높은 평균 득점(21.9점)을 기록한 선수가 바로 이지운이었다. 리바운드 능력이 좋으며 외곽슛도 폭발적이다. LG는 국내선수들의 득점 비중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것이 고민이다. 하지만 골밑과 외곽이 가능한 기승호와 이지운이 공격에서 힘을 보태면 당장 이 같은 고민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낮은 순위라는 것을 고려할 때 LG의 올 드래프트는 대박이다. ▲ 울산 모비스 피버스 - 천대현 : 동국대/포워드/192.8cm/1라운드10순위 - 서 진 : 중앙대/센터/197.8cm/2라운드1순위 - 안희성 : 중앙대/포워드/189.3cm/3라운드10순위 지난해 드래프트에서 가장 많은 4명을 지명했던 모비스는 올 드래프트에서도 오리온스와 함께 가장 많은 3명을 지명했다. 이는 그만큼 모비스의 선수층이 두텁지 못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1라운드 맨 마지막으로 뽑은 천대현은 외곽슛이 장기인 장신슈터다. 서서히 노쇠화가 찾아오기 시작한 우지원을 감안한 지명으로 분석된다. 2라운드 첫 순위로 지명한 서진은 중앙대 연승의 보이지 않는 주역으로 활약했다. ‘괴물’ 후배 오세근에 밀려 출전시간이 적었지만 프로에서 다듬기에 따라 기량이 발전할 수 있는 선수라는 기대. 외국인선수 신장제한이 철폐된 만큼 함지훈과 함께 골밑을 지킬 젊은 빅맨이 필요한 시기다. 이 역시 은퇴를 앞둔 이창수를 감안한 지명이었다. 3라운드 10순위로 막차를 탄 안희성 역시 중앙대 출신 포워드. 공격력이 좋지만, 당장 실전용으로 쓰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모비스에게는 우지원·이창수·김재훈 등 노장선수들의 대안을 고려한 드래프트가 됐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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