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위 추락' SK, 지긋지긋한 6강 고비
OSEN 기자
발행 2008.02.11 10: 39

[OSEN=이상학 객원기자] 6강 고비를 넘는 것이 이렇게 어렵다. 서울 SK가 또다시 6강 플레이오프 고비에서 위기를 맞이했다. ‘만년하위팀’ 인천 전자랜드가 4연승을 내달리며 6위로 발돋움하는 사이 3연패를 당하며 7위로 추락한 것이다. SK로서는 충격적인 일이다. 아직 정규시즌 13경기가 더 남아있지만 다시 한 번 6강 진출에 고비를 맞을 줄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다. 지난 몇 년과 패턴이 비슷비슷하다. 만약 SK가 이대로 올 시즌에도 6강 플레이오프에도 오르지 못하면 프로농구 역대 최장인 6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 실패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다. 6강을 넘어 ‘우승청부사’로 데려온 김진 감독 이하 SK는 지금 매우 절박한 심정이다. ▲ 엇박자 타이밍 지난 몇 년 간 SK가 스타선수들로 초호화 진용을 꾸리고도 플레이오프에 오르지 못한 데에는 크게 3가지 요인이 있었다. 정통 포인트가드, 수비 조직력, 희생 정신의 부재였다. SK는 올 시즌 이 3가지 문제를 해결했다. 대학 최고의 포인트가드로 명성을 떨친 김태술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지명했고, 트레이드로 이병석을 데려오는 등 수비 조직력을 강화하는 데 성공했으며 방성윤·문경은·전희철 등 스타선수들이 욕심을 버리고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으며 팀플레이에 집중했다. 외국인선수도 자시 클라인허드라는 대물을 교체로 건졌다. 선수 구성 측면에서도 SK는 효율적으로 변했다. 과거 SK는 공격지향적인 선수들이 중첩되는 경우가 많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에는 재주가 없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확 달라졌다. 김태술-이병석-방성윤의 토종 선발라인업은 신장과 파워 그리고 공수 양면에서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수준이다. 클라인허드는 올 시즌 최고 외국인센터 중 하나다. 문경은도 식스맨으로 자신의 능력을 다해내고 있으며 김기만·김재환·김학섭·정락영·노경석·김종학 등 각 포지션에서도 깊이 있는 백업멤버들을 구축했다. 김진 감독은 라인업에서 이름값과 거품을 빼고, 실효성을 늘리는 데 주력했다. SK로서는 시즌 초반 조금 더 치고 나가지 못한 것이 아쉬움이다. 클라인허드가 합류하기 전 트래비스 개리슨-래리 스미스 조합으로는 골밑에서 승산이 없었다. 시즌 초반 SK가 상위권으로 올라가지 못한 결정적인 원인이 바로 골밑의 약세였었다. 클라인허드가 합류한 이후에야 SK는 비로소 골밑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팀의 에이스 방성윤이 클라인허드와 함께 한 경기는 고작 2게임이었다. 방성윤은 클라인허드의 두 번째 경기였던 지난해 12월21일 전주 KCC와의 홈경기에서 무릎 부상으로 쓰러지며 잠실학생체육관을 비명으로 가득 메웠다. 프로세계에서 만약이라는 가정은 부질없는 짓이다. 하지만 ‘만약’ 클라인허드가 시즌 초반부터 합류했거나 방성윤이 부상을 당하지 않았더라면 SK의 순위는 어떻게 됐을지 또 모를 일이다. SK는 개리슨에 이어 스미스까지 퇴출시키며 브랜든 로빈슨을 긴급 수혈했다. 로빈슨은 12경기에서 평균 17.0점을 올리고 있다. 전임 스미스(13.5점)보다는 낫지만, 리그에서 4번째로 많은 평균 22.4점을 올린 방성윤의 공백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다. 방성윤은 내외곽을 넘나들 수 있는 명실상부한 리그 톱클래스의 득점기계다. 그러나 방성윤이 빠지며 SK는 심장을 잃고 말았다. ▲ 절실한 방성윤 선수 한 명에 대한 의존도가 극도로 높은 팀은 결코 좋은 팀이라고 할 수 없다. SK는 방성윤이 빠진 것이 6강 플레이오프 경쟁 처지로 내몰린 결정적 이유가 되고 있다. 하지만 사실 SK는 방성윤이 빠진 이후 생각보다 선전하고 있는 중이다. 최근 3연패를 당했지만 방성윤이 부상으로 결장한 이후 17경기에서 SK는 8승9패로 꽤 선방하고 있다. 그러나 SK가 6강 플레이오프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나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점이 문제다. 대구 오리온스와 울산 모비스가 ‘확고부동한 2약’으로 처진 가운데 5할 언저리 승률로는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은 어림도 없다. SK는 분명 예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수비 조직력이 강화된 것이 사실이다. 방성윤이 빠진 이후 17경기에서도 평균 80.4실점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방성윤이 부상당하기 전에도 SK는 상대를 평균 81.3실점으로 막았다. 방성윤이 빠진 후 수비농구로 팀컬러를 바꿨다는 것을 고려하면 수치적으로 크게 달라진 건 없다. 강력한 압박수비와 끈끈한 올코트 프레스 그리고 기습적인 런앤점프로 상대를 당황하게 만들고 있지만 이같은 수비는 어디까지나 단기부양책과 같은 것이다. 단기간 효과를 누리기는 쉽지만, 장기간 통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처럼 SK는 수비에서도 고민의 질량이 크다. 방성윤은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큰 사이즈와 집중력으로 상대 외국인 포워드까지 커버한 존재였다. 공격도 다르지 않다. 최근 SK의 공격은 클라인허드 하나에게만 집중돼 있다. 골밑의 클라인허드에게 볼을 투입하는 것이 세트오펜스의 시작이다. 돌파나 컷인 플레이는 기대하기 어려운 처지다. 로빈슨은 빠른 스피드를 앞세운 속공게임에서는 강하지만 세트오펜스에서 공격력이 떨어진다. 이병석이나 문경은도 궁극적으로는 받아먹는 타입의 선수다. 종종 클라인허드와 2대2 플레이를 펼치고 있으나 턴오버만 양산될 뿐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김태술도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김태술은 방성윤이 빠진 초반에는 적극적으로 슛 던지고 득점하며 돌파구를 찾았지만, 최근에는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힘이 부치는 모습이다. 신인 포인트가드에게 너무 지나친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이 SK의 현실이다. SK로서는 ‘빅뱅’ 방성윤의 복귀만이 유일한 해답이다. 클라인허드에게 집중된 단조로운 공격루트를 다양화하고, 김태술에게 지워진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리더는 방성윤밖에 없다. 현재 부상당한 무릎 재활에 한창인 방성윤은 2월 말쯤 팀에 합류해 3월 초쯤에야 출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남은 13경기 가운데 많아야 9경기 정도 출장이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방성윤은 아직 새로 합류한 외국인선수들과 손발이 제대로 맞추지 못한 상황이고, 몸상태도 정상을 확신할 수 없다. 자칫 끈끈한 팀컬러가 흔들릴 소지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차치하더라도 방성윤만이 정답이다. SK를 봄에도 보고 싶은 팬들은 방성윤의 복귀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지난 10일 SK-LG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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