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철 선배처럼 전북을 떠올리면 기억되는 선수로 남고 싶어요". 전북 현대와 올림픽대표팀에서 왼쪽 풀백으로 활약하고 있는 '최투지' 최철순(21)이 오래도록 전북맨으로 남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 22일 오후 전북 선수단 숙소에서 만난 최철순은 최근 이슈가 됐던 포항 스틸러스 박원재와 트레이드설에 심적 고생이 많았었는지 인터뷰 초미부터 대뜸 "계속 전북에서 뛰고 싶다"는 말부터 했다. '투지'란 별명처럼 활달한 행동과 환한 표정이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최철순은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고 했지만 갑작스레 불거졌던 트레이드설에 잠시 위축된 것도, 의기소침해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다행히 최강희 감독은 "박원재가 탐나는 선수인 것은 틀림없지만 최철순을 보내는 것은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이적 불가 방침을 선언했고, 큰 변수가 없는 한 최철순의 전북 잔류는 기정사실이 됐다. 벌써 K리그 3년차인 최철순에게는 올 시즌 두 가지 과제가 있다. 하나는 2008 베이징올림픽 메달권 진입과 두 번째는 소속팀 전북을 K리그 정상에 올려놓는 일이다. "신광훈 김창수 박주호 등 워낙 쟁쟁한 동료들이 많지만 꼭 올림픽 무대를 밟고 싶다"고 의지를 불태우는 최철순은 "올림픽의 기세를 몰아 프로서도 아시아를 평정한 2006년을 다시 재현하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최철순은 학창 시절(보인정보고-충북대) 줄곧 수비수로만 활동했다. 스리백 포메이션의 스위퍼, 스토퍼도 소화할 수 있지만 포백 수비진의 왼쪽 측면에서 좀 더 안정된 플레이를 한다. 왼발뿐 아니라 오른발도 잘 쓰는 점까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튼햄 핫스퍼의 이영표와 닮은 꼴이다. 최철순은 체구(172cm)는 크지 않지만 적극적인 오버래핑과 적절한 위치 선정과 감각으로 신체적인 단점을 극복하고 있다. "측면 수비수는 가장 많은 활동량을 보여야 하는 위치다. 대인 방어 맨마킹과 볼 처리 타이밍에서 남보다 한 발 앞서야 좋은 디펜스를 할 수 있다. 제공권은 약해도 나만의 강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매 경기 자신있는 플레이를 펼치는 최철순도 스스로 많이 부족하다고 여긴다. 대학까지 준족이라는 평가를 많이 받았지만 프로 무대는 전혀 달랐다. "스피드는 정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했는데 프로는 전혀 달랐다. 정확한 패스와 동료의 움직임을 읽고 방향을 전환해 볼을 넘기는 플레이, 오버래핑 타이밍을 제대로 못잡아 쓸 데 없는 플레이가 많았다". 최철순은 지난 1월부터 대단히 바쁜 스케줄을 소화했다. 박성화 감독의 부름을 받고, 올림픽팀에 소집돼 스페인 라망가와 말라가로 전지훈련을 다녀왔고 이후 곧바로 전북 선수단에 합류해 태국과 일본을 오갔다. 조금은 어려웠고, 힘겨운 일정이었으나 최철순은 여기서 새로운 실험을 했다. 왼쪽이 아닌, 오른쪽 풀백으로 포지션을 바꿔본 것. 나름대로 괜찮았던 시도였다는 판단이다. 어쩌면 아이러니였을 수도 있다. 왼쪽 풀백이 왼발 크로스의 정확도가 떨어졌기 때문에 박성화 감독도 최강희 감독도 결코 흡족할 수 없는 장면이었고, 최철순은 고민 끝에 오른쪽으로 보직 변경을 신청했다. "치열한 스쿼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남들보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당연한 노력이다. 좌우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풀백으로 최고의 올 시즌을 보내겠다". 자신감 넘치는 말투. 모든 걸 스스럼없이 털어놓던 최철순은 그래도 꼭 한 명만큼은 막아내기가 어렵다고 한다. 소속팀의 김형범. 발군의 프리킥 능력이야 그렇다손, 타이밍은 물론 대인 방어가 워낙 까다롭다. "뛰어난 선배, 동료들이 많은데 전 유독 (김)형범이 형이 까다롭다. 다른 팀에서 뛰고 있었다면 정말 막아내기가 아주 힘들었을 것 같다. 그와 같은 팀이라는 게 다행스럽다". yoshike3@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