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다이너마이트 타선, 1999 vs 2008
OSEN 기자
발행 2008.02.23 14: 19

[OSEN=이상학 객원기자] 2008년 한화의 키는 다이너마이트 타선이 쥐고 있다. 지난해 후반기는 상상조차 하기 싫을 정도로 타선이 집단침묵하며 졸지에 불발탄이 되어버렸다. 한화로서는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1999년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타고투저의 대명사’로 기억되는 1999년은 다이너마이트 타선을 자랑하는 한화를 위한 한해였다. 그 해 한화가 기록한 팀 장타율(0.484)은 지금도 역대 1위에 올라있다. 1999년 한화는 똘똘한 투수 4명과 막강 타선을 앞세워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똘똘한 투수 4명 중 3명은 지금도 노장이 되어 한화를 지키고 있고 류현진이라는 괴물도 등장했다. 1999년처럼 타선이 막강해지면 ‘V2’를 이룰 수 있다. 1999년 막강 타선과 2008년 예상 타순을 비교 분석한다. ▲ 1번 이영우 vs 고동진 1999년 당시 한화는 리그 최정상급 톱타자를 보유하고 있었다. ‘검증된 3할 타자’ 이영우였다. 입단 4년차였던 이영우는 그 해 데뷔 첫 3할 타율을 3할3푼4리로 기록했다. 리그 전체 6위에 해당하는 고타율로 한화 팀 내에서도 1위였다. 볼넷을 많이 얻어내는 타입은 아니었지만, 워낙 갖다맞히는 재주가 뛰어난 타자였다. 13홈런과 함께 리그 5위에 해당하는 2루타 33개로 장타율도 0.522를 마크했다. 도루도 16개나 해내 리드오프 역할을 충실히 소화했다. 그러나 9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한화는 이영우만한 1번 타자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이영우는 1999년 당시 주전 타자 중 유일하게 지금도 현역으로 한화에 있지만 2년간의 군복무로 감각을 회복하지 못한 데다 부상까지 입었다. 한화의 대안은 고동진이다. 2006년부터 꾸준히 밀어주고 있다. 지난해 타율은 2할4푼9리밖에 불과했지만, 볼넷을 50개나 얻어내 출루율은 타율보다 1할 넘게 높은 3할5푼5리였다. 타격의 꾸준함을 높이는 것이 제2의 이영우가 되는 길이다. 올해도 못뜨면 입영통지서가 고동진을 기다릴 것이다. ▲ 2번 임수민 vs 연경흠 1999년 한화의 2번 타자는 여러 선수들이 번갈아가며 맡았지만 최종적으로는 임수민의 차지가 됐다. 국가대표 출신 유격수 황우구의 가세로 입지가 좁아지며 백업 2루수로 전락했던 임수민은 황우구의 부진과 함께 주전으로 등용돼 시즌 중반부터 2번 타자로 활약했다. 107경기에서 타율 2할7푼4리·16홈런·57타점으로 제 몫을 톡톡히 하며 당당히 우승공신 중 하나가 됐다. 올 시즌 한화의 2번 타자는 아직 유동적이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2번 타자로 맹활약한 3년차 연경흠이 가장 앞서있다. 신인 시절부터 타격재질을 인정받아온 연경흠이 가능성 폭발과 함께 풀타임 주전으로 활약한다면, 임수민만큼 생산력을 뽐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장타력을 갖춘 만큼 타격의 정확도를 높이고, 선구안을 기르는 것이 관건이다. 연경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베테랑 조원우나 이영우가 재중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 3번 데이비스 vs 클락 ‘한국형 외국인선수’ 제이 데이비스의 데뷔 첫 해가 바로 1999년이었다. 그해 데이비스는 130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2푼8리·30홈런·106타점·35도루로 맹활약했다. 한화 구단 사상 첫 30-30 클럽을 달성했고, 리그에서 세 번째로 많은 172안타를 뽑아냈다. 이는 역대 한 시즌 최다안타 4위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공수주 삼박자에서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플레이로 한화 타선을 이끌었다. 특히 전통적으로 한화에 부족했던 적극적인 도루와 안정된 중견수 수비로 팀에 보탬이 됐다. 올해 한화는 다시 ‘데이비스형’ 외국인선수를 찾았다. 지난해 연착륙한 제이콥 크루즈와의 재계약을 포기한 것도 수비와 주루에서는 팀에 기여하지 못하는 ‘반쪽짜리’ 선수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한화가 찾은 제2의 데이비스는 덕 클락이다. 지난해 크루즈를 영입하기 전부터 한화가 관심을 갖고 주시한 선수가 바로 클락이다. 주루와 수비가 크루즈보다 비교 우위에 있지만 타격에 대한 기대도 크다. 3번 타자는 아무에게 맡기지 않는다. ▲ 4번 로마이어 vs 김태균 댄 로마이어는 타고투저의 1999년에서도 가장 돋보인 타자 중 하나였다. 132경기에서 타율 2할9푼2리·45홈런·109타점으로 4번 타자 역할을 아주 완벽하게 수행했다. 장타율은 무려 0.643이었다. 그해 로마이어는 홈런 2위, 타점 6위, 장타율 3위에 올랐다. 홈런은 역대 외국인 타자 중 최다였으며 이는 2002년 SK 호세 페르난데스가 기록한 45홈런과 함께 타이 기록으로 지금도 남아있다. 로마이어가 2000년을 끝으로 한화를 떠났고, 이후 4번 바통을 이어받은 주인공이 바로 김태균이다. 김태균은 올해로 어느덧 8년차가 됐다. 지난 2년은 퇴보의 시간이었다. 여기저기서 4번 김태균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올해는 김태균의 야구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김태균은 과거 자신의 최대 강점이었던 정확도 있는 타격을 되살리겠다는 의지다. 장종훈 타격코치도 이에 중점을 두고 있다. 김태균이 31홈런을 쳤던 2003년 그의 타율은 3할1푼9리로 전체 7위였다. 정확한 타격을 해도 홈런이 따라붙었다. ▲ 5번 장종훈 vs 이범호 ‘영원한 홈런왕’ 장종훈에게 1999년은 정점에서 조금씩 내려오는 시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타자들과 함께 클린업 트리오를 형성했다. 성적도 좋았다. 126경기에서 타율 2할8푼4리·27홈런·86타점을 기록했다. 한화의 다이너마이트 타선에서 토종의 자존심을 지켰다. 다이너마이트 타선의 원조에 어울리는 활약상이었다. 올해 한화의 5번 타자는 이범호가 맡을 것이다. 지난해 3루수로는 최초로 4년 연속 20홈런을 돌파한 이범호지만 아직 27홈런을 기록한 적은 없다. 2005년 26홈런이 한 시즌 개인 최다 홈런이다. 이범호로서는 1999년 베테랑 장종훈만큼 생산력을 과시해야한다. 지난 2년간 파워는 그런대로 유지했지만 타격의 정확도가 형편없이 떨어졌다. 그래도 한 가지 고무적인 건 지난해 데뷔 후 가장 많은 볼넷(72개)를 얻어냈다는 점. 기존의 파워와 선구안에 정확도까지 더해지면 금상첨화요, 차마 손으로 꺾을 수 없는 아름다운 꽃이 될 것이다. ▲ 6번 송지만 vs 김태완 1999년 한화가 진정으로 다이너마이트 타선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리그 최정상급 리드오프와 막강 클린업 트리오 그리고 강력한 6번 타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 6번 타자가 송지만이었다. 1999년 이영우와 입단 4년차를 맞이했던 송지만은 132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1푼1리·22홈런·74타점·20도루를 기록, 다방면에서 활약했다. 생애 첫 3할 타율에 20-20 클럽에까지 가입했다. 데이비스와 로마이어를 피하면 장종훈, 장종훈을 넘어서면 송지만이 있었다. 산 넘어 산의 연속이었다. 올해 한화의 6번 타자는 김태완이 유력하다. 올해로 3년차가 되는 김태완은 1루 포지션을 포기하고, 외야수로 변신했다. 김인식 감독은 김태완의 타격재능을 썩히지 않기 위해 외야수로 돌려 활용할 복안이다. 김태완에게 송지만 같은 레이저빔 송구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타격은 모른다. 김태완의 파워히팅이 잠재력을 폭발한다면 한화 타선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김태완이 부진할 경우에는 이영우·조원우가 대체재가 될 것이다. ▲ 7번 백재호 vs 한상훈 1999년 백재호는 3년차였지만, 매해 성적이 떨어지는 추세였다. 1999년에도 마찬가지였다. 132경기에서 타율 2할4푼8리·7홈런·46타점으로 부진했다. 데뷔 첫 해였던 1997년 16홈런을 쳤다는 것을 감안하면 성장세가 너무 더뎠다. 하지만 백재호는 타격 대신 수비로 팀에 공헌했다. 시즌 초에는 2루수로 뛰다 황우구의 부진과 임수민의 등용 이후에는 유격수로 활약했다. 유격수·2루수를 넘나들며 우승에 보이지 않는 역할을 했고 포스트시즌에서는 맹타를 휘둘렀다. 백재호는 지난해를 끝으로 은퇴했지만, 한화에는 백재호 같은 선수가 있다. 한상훈이다. 지난해 풀타임 주전 첫 해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데뷔 후 4년간 꾸준히 타격에서 상승곡선을 그렸다. 같은 기간 대다수 한화 타자들이 하향세를 걸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2루 수비도 고영민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내실을 지녔다. 우투좌타로서 공수양면에서 알토란 같은 활약이 기대된다. 하위타순에서 복병 노릇을 한다면 팀 타선은 더욱 강해질 것이 자명하다. ▲ 8번 조경택 vs 신경현 ‘수비형 포수’ 조경택은 전설적인 투수들을 이끌고 한화의 창단 첫 우승을 이끌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타격은 별로였다. 118경기에서 타율 2할3푼2리·2홈런·20타점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하지만 강타자들이 많은 한화의 포수로서 타격보다는 수비가 먼저였으며 그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해냈다. 올해 한화의 주전포수이자 8번 타자는 신경현이 유력하다. 지난 3년간 주전으로 활약한 신경현도 전형적인 수비형 포수다. 하지만 타격이 만만한 수준은 결코 아니다. 군산상고 시절 날카로운 방망이 솜씨로 이름을 날렸다. 지난해에는 107경기에서 타율 2할5푼을 기록했다. 하체를 거의 쓰지 않고 상체만 이용하는 타격 매커니즘에도 특유의 밀어치기로 팀배팅에 능하다. 하지만 김인식 감독은 새로운 젊은 포수를 기용할 생각을 갖고 있다. 3년차 정범모가 그 주인공으로 파워와 주루를 겸비하고 있다. 지난해 한화 2군서 가장 많은 홈런(8개)과 김태완 다음으로 높은 장타율(0.454)을 마크했다. ▲ 9번 강석천 vs 김민재 1999년과 비교할 때 가장 매치가 잘 되는 타순이다. 1999년 강석천은 주로 하위타순에서 활약했다. 7번과 9번이 강석천의 자리였다. 포스트시즌에서는 9번 타자로 맹활약하며 한화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견인했다. 그해 성적은 130경기 타율 3할3리·5홈런·42타점·24도루. 하위타순의 뇌관 노릇을 톡톡히 했으며 주전 3루 수비에서도 공헌을 했다. 게다가 우승 당시 주장으로서 그라운드 안팎에서 부지런히 활약했다. 올해 한화 9번 타자 김민재도 주장이다. 한화 출신이 아니지만, 덕망과 카리스마를 인정받아 주장완장을 찼다. 지난해 한화 입단 2년차를 맞아 118경기에서 타율 2할7푼3리·6홈런·47타점으로 활약했다. 필요할 때에는 상위타순에도 기용될 정도로 타격이 좋았다. 유격수 수비도 건실함 그 자체. 한화 역사상 최고의 유격수라 할 만하다. 올해도 하위타순의 뇌관이자 건실한 유격수로 활약이 기대된다. ▲ 총평 1999년 한화는 상대에게 숨막힐 듯한 타선을 자랑했다. 장타도 많았지만, 데이비스·송지만·강석천·이영우처럼 루상에서 적극적으로 달리는 타자들도 많았다. 그해 팀 도루가 전체 3위(128개)였다. 가장 다이내믹한 타선으로 기억될 만하다. 2008년도 1999년처럼 힘과 빠르기를 갖춘 다이너마이트 타선이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키는 역시 김태균과 이범호가 쥐고 있다. 김태균과 이범호가 얼마나 팀 타선의 중심을 잡아주느냐가 중요하다. 1999년 한화의 힘도 클린업 트리오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여기에 클락이 제2의 데이비스가 된다면 한화 타선은 1999년만큼 다이내믹해질 수 있을 것이다. ‘톱타자’ 고동진도 이영우처럼 많이 때리고 걸어나가야 한다. 이와 함께 연경흠·김태완·정범모 등 젊은 선수들이 얼마나 성장하느냐 여부도 빼놓을 수 없는 관건이다. 1999년은 이영우와 송지만이 4년차를 맞아 껍질을 깨고 가능성을 폭발시킨 한 해였다. 올해 나란히 3년차가 된 연경흠과 김태완이 당시 이영우와 송지만처럼 잠재력을 폭발해 ‘외야의 양날개’로 자리 잡는다면, 한화는 상대적으로 베테랑 의존도가 높았던 1999년보다 더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막강 다이너마이트 타선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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