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제8구단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 박노준 단장은 프로야구 선수 출신 첫 단장으로 관심을 모았다. 박 단장은 “미국 메이저리그식 구단 운영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혹사와 부상으로 얼룩졌던 선수 시절을 뒤로 하고, 단장으로 새출발하는 모습은 마치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천재 단장’ 빌리 빈을 연상시켰다. 저비용 고효율을 모토로 성공한 빈처럼 박 단장에게 좋은 롤-모델은 없었다. 그러나 빈조차도 ‘야구의 성공에 돈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메이저리그 경영자들의 인식을 완전히 바꾸지는 못했다. 지금 박 단장의 센테니얼은 그보다 더한 개혁에 도전하고 있다. ▲ 센테니얼의 행보 처음 등장할 때 센테니얼은 위기에 빠진 프로야구의 구세주였다. 그러나 자본금 5000만 원에 설립 6개월밖에 되지 않는 투자 전문회사라는 점에서 기대는 곧 의문으로 바뀌었다. 예상대로 센테니얼은 과거 대대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은 창단 구단들과 달리 구조조정과 고통분담을 들고 나왔다. ‘인수가 아닌 재창단’을 강조하며 김시진 감독과 계약을 포기하고 이광환 감독 이하 새로운 코칭스태프를 선임했다. 선수단은 반발했고, 전지훈련 합류를 거부했다. 물론 말이 전지훈련이지 찬바람이 부는 제주도는 전지훈련이라기에는 쓴웃음이 나오는 곳이었다. 하지만 슬림화를 강조한 센테니얼에게는 어쩔 수 없는 과정이었다. 김시진 감독 해임에 반발한 현대 선수단은 센테니얼 합류를 거부했다. 100% 고용승계를 계속해서 고수했다. 결국 선수단의 뜻대로 센테니얼은 선수들을 그대로 승계하고 뒤늦게나마 전지훈련에 합류시켰다. 그러나 여전히 불씨는 사라지지 않았다. 100% 고용승계만 된다면 연봉을 백지위임하겠다던 선수단은 그러나 무조건적인 연봉 후려치기에 아연실색하며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고액연봉자들의 경우에는 60~80% 연봉삭감안까지 나왔다. 그렇다고 저액연봉자들이 대우를 받고 있는 것도 아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100% 고용승계를 조건을 내건 선수단이 감수해야 할 부분이지만 상식밖이라는 점에서 반발 기류가 커지고 있다. 센테니얼은 수익창출과 흑자구조를 구단 운영의 목적으로 내걸었다. 지금껏 야구단을 운영한 모든 구단들이 사회환원 차원에서 어마어마한 적자를 감수하는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프로야구는 지난 몇 년간 거품이 잔뜩 끼어버렸다. 배보다 배꼽이 컸던 것이 사실이었고, 현대 문제는 프로야구의 온상이나 다름없었다. 이 때문에 센테니얼의 등장은 프로야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센테니얼과 관련해서는 오로지 돈에 관한 얘기만 나오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가입금과 메인 스폰서 그리고 연봉협상까지 오로지 돈 얘기밖에 없다. 신생구단으로서 팬들을 사로잡고 인기몰이할 구상은 아예 생각조차 않는 듯하다. ▲ 어긋난 포부 센테니얼은 신뢰를 잃은 상황이다. 선수단은 구단을 믿지 못하고 있다. 신뢰는 한 번 무너지면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 지금껏 센테니얼의 행보는 신뢰를 잃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다. 박 단장은 “홍콩에 본사를 두고, 미국에 자사가 있는 외국계 기업과 메인 스폰서 계약을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이는 결국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당초 KBO에 가입금 120억 원 가운데 20억 원을 먼저 입금하겠다고 했지만 12억 원만 우선 입금했다. 말바꾸기의 연속이었던 것이다. 물론 여기까지는 ‘야구 외적인 돈’이 문제가 된 만큼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야구단 운영의 돈이었다. 박 단장은 “창단 2년차까지는 스타 위주로 팬들을 위한 재미있는 야구를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스타 시스템’이었다. 그러나 지금 센테니얼은 그나마 있는 스타들의 가치마저 스스로 깎고 있다. 팬들을 위한 재미있는 야구는 선수들이 재미있게 야구를 할 때에야 가능하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격으로 선수들을 대한 박 단장은 선수들을 FA로 풀어줄 의사는 보이지 않는다. 최대 80% 삭감 카드를 꺼내들며 연봉을 그야말로 ‘마구마구’ 후려치고 있다. 당장 내년 센테니얼에 지명된 신인들이 입단을 거부할지도 모를 일이다. 빌리 빈과 오클랜드의 성공신화를 담은 에서는 가난한 구단은 별 볼일 없는 선수들이 승리를 거둘 때 그때부터는 별 볼일 없는 스타가 된다고 했다. 이는 가난한 구단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와 한국 프로야구는 분명 다르다. 시스템이 탄탄한 메이저리그는 승리를 하면 모든 것이 따라오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 센테니얼이 모태로 삼고 있는 현대가 대표적이었다. 현대는 한국시리즈 4회 우승의 강호였지만 인기가 없었다. 박 단장이 가장 신경을 써야 할 문제는 연봉과 성적보다도 어떻게 서울팬들을 흡수할 것인지 모른다. 첫 단추를 잘 못 꿰면 문제는 더욱 꼬이는 법이다. ▲ 한국식 방식 센테니얼은 수익창출과 흑자구조가 가장 큰 목적이라고 선언한 구단이다. 팀 성적과 우승도 궁극적으로는 돈이 되는 장사를 하기 위한 방편일 뿐이다. 그러나 센테니얼은 세련되지 못한 행보와 협상을 보여주고 있다. 효율적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수익을 창출해 돈을 벌 궁리를 하기보다는 무조건 지출만을 줄여 흑자구조를 만들겠다는 원론적인 방식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연봉 후려치기와 같은 단순한 방식은 결코 메이저리그식이 아니다. 선수단 연봉을 줄여 어떻게든 흑자구조로 바꾸는 것은 결과적으로 프로야구판을 축소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센테니얼은 프로야구에 들어올 때부터 돈과 수익만을 강조했다. 기업이라면 돈이 되는 장사를 하는 것이 기본이다. 돈이 되지 않는 프로스포츠는 결코 미래가 없다. 그런 점에서 센테니얼의 과감한 도전은 자체만으로도 의의가 있고, 박수받아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센테니얼은 지금 오로지 흑자만을 위한 흑자를 생각하고 있다. 야구판 발전을 위한 흑자는 생각지도 않는 모습이다. 수익창출을 목표로 지출을 줄이는 방향성에는 모든 이들이 공감하고 있지만 센테니얼의 일방통행적 방식에 동조하지 못하고 있는 건 장기적으로 프로야구판 파이를 줄이도록 만들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이다. 프로스포츠는 종잡을 수 없는 세계다. 투자가 성적을 만들지도 못하지만 성적이 또 흥행을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또 흥행이 흑자를 보장하지도 않는다. 당장 선수들의 연봉만 무조건적으로 후려친다고 하루 아침에 적자가 흑자로 바뀌기는 쉽지 않다. 센테니얼은 이제 겨우 첫 해를 준비하고 있고, 앞으로 수많은 일에 부닥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수익창출의 요인을 찾고 후에 흑자구조의 선순환을 도모해도 결코 늦지는 않다. 지금 센테니얼은 폭주족과 다름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