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질 깨고 도약 꿈꾸는 '만년' 유망주들
OSEN 기자
발행 2008.03.06 14: 52

[OSEN=이상학 객원기자] 프로야구를 지켜보는 재미는 유망주의 성장이다. 지난해 LG가 막판까지 4강 가을잔치를 바라볼 수 있었던 것도 유망주 이대형의 급성장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이대형은 데뷔 5년 만에 껍질을 깨고, 풀타임 톱타자로 발돋움했다. 타격왕 이현곤 역시 데뷔 6년 만에 비로소 아마 시절 명성을 회복했다. 프로야구에는 많은 만년 유망주들이 있다. 4년차 이상 만년 유망주 리스트를 살펴본다. ▲ 전병두(24·KIA) 전병두는 행운아임에 틀림없다.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깜짝 발탁돼 왼손 스페셜리스트로 4강 신화에 한 몫하며 병역면제 혜택을 받았다. 그러나 전병두는 이후에도 큰 활약을 보이지 못한 채 제 자리 걸음만 했다. 2006년 5승8패 방어율 4.35로 부진하더니 지난해에는 팔꿈치 부상으로 9경기에서 3승2패 방어율 4.18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고질적인 제구력 난조와 자신감 부족이 약점으로 지적됐다. 2005년 맞트레이드된 다니엘 리오스라는 그림자도 전병두를 괴롭혔다. 하지만 리오스는 일본으로 떠났다. 부담을 떨치고 보여주어야 할 시점이다. 마침 KIA 선발진은 왼손 투수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강속구를 던지는 왼손 전병두가 제 격이다. ▲ 김주형(23·KIA)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만년 유망주 중 하나가 바로 김주형이다. 매년 오른손 거포로 기대를 모았지만 기대의 불꽃은 잠깐이었다. 매년 꾸준함을 이어가지 못하며 주저앉기를 반복했다. 2004년 1차 지명을 받고 계약금 3억 원에 입단했지만, 지난 4년간 홈런 숫자는 10개밖에 되지 않는다. 매년 ‘한 시즌 두 자릿수’ 홈런은 거뜬히 때릴 것이라던 차세대 거포의 차가운 현실이었다. 그러나 매년 감독이 바뀌어 충분한 기회가 보장되지 않는 어려움도 있었다. 올해 새로 지휘봉을 잡은 조범현 감독은 김주형을 외야수로 포지션을 변경시키며 활용도를 극대화할 생각이다. 김주형의 타고난 파워배팅을 어떻게든 살려내겠다는 생각이다. 김주형도 올해로 5년차다. ▲ 강철민(29·KIA) KIA 팬들에게는 김진우 못지않게 아쉬운 이름이 바로 강철민이다. 지난 2002년 계약금 5억 원을 받고 입단할 정도로 김진우만큼 대우를 받았다. 대학 최고투수답게 프로에서도 좋은 활약이 기대됐다. 그러나 이후 좀처럼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한 채 아쉬움만 남겼다. 2004년 8승을 올렸지만 방어율은 5.33으로 20위였다. 2005~2006년에는 2년 연속 3승에 머물렀다. 2006년 시즌 말,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을 접고 수술한 뒤 지난해 통째로 시즌-아웃되며 재활에만 몰두했다. 지난달 피칭을 시작한 강철민은 5월 중에야 마운드에 모습을 드러낼 전망. 여전히 유망주라는 꼬리표가 붙어있지만 강철민에 대한 기대는 아직 유효하다. ▲ 유재웅(29·두산) 우리 나이로는 서른살이다. 하지만 유재웅은 여전히 유망주다. 지난 1998년 2차 지명된 후 2002년 계약금 1억5000만 원을 받고 두산에 입단한 유재웅은 왼손 거포로 주목받았다. 입단 당시 향후 두산 중심타선을 이끌 재목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데뷔 첫 해 교통사고를 당하며 육체적·정신적으로나 불운을 입었다. 2004년 복귀해 76경기에서 5홈런을 뽑아냈으나 인상적이지 못했고, 이듬해 상무에 입대했다. 지난해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올 때에만 하더라도 김경문 감독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불의의 부상을 당해 김현수에게 주전 자리를 내줬다. 특유의 파워배팅에 왼손이라는 이점이 있어 김경문 감독은 유재웅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 박경수(24·LG) LG를 대표하는 유망주 박경수는 아직 껍질을 깨지 못했다. 지난 2003년 계약금 4억3000만 원에 입단했을 정도로 대형 유격수로 주목받았던 박경수는 그러나 매년 하락세를 거듭해 지켜보는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타율은 한 번도 2할8푼을 넘기지 못했으며 시즌 전에는 주전 자리를 보장받았다 시즌 후에는 이종렬이 그 자리를 대신하기를 반복했다. 김재박 감독은 LG가 크기 위해서는 박경수 같은 유망주의 성장이 필수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지난해 데뷔 후 가장 많은 115경기를 뛰었지만, 활약상은 저조했다. 같은 포지션에 박용근이라는 또 다른 유망주가 들어온 상황이라 입지도 흔들리고 있다. 입단 6년차가 되는 올 시즌 잠재력을 터뜨려야 한다. ▲ 이성렬(24·LG) 지난 2004년 계약금 2억3000만 원을 받고 입단할 때부터 박경수와 함께 특급 유망주로 한껏 기대를 모았다. 장타력을 지닌 대형포수로 광고됐다. 그러나 이성렬이 포수로서 보여준 건 없었다. 타자로서만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특히 2년차였던 2005년 주로 대타로 홈런 9개를 때려냈다. 9개 홈런 가운데 무려 7개가 잠실구장에서 쳐낸 것이었다. 그러나 이후 2년간 1·2군을 오르락내리락하며 가능성을 실현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 김재박 감독은 포수 마스크를 벗기고 외야수로 변신시켰다. 그리고 이성렬을 중심타선에 중용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왼손 거포로서 가능성을 구현시키기 위한 과감한 결정이다. 이성렬에게는 올해가 중요하다. ▲ 정상호(26·SK) 동산고 시절 메이저리그 필라델피아로부터 입단 제의를 받았을 정도로 정상호는 특급 포수 유망주였다. 2001년 SK는 4억5000만 원이라는 거액을 들여 정상호를 잡았다. 당시 필라델피아가 정상호에게 제시한 금액이 계약금 무려 138만 달러였다. 이보다 많은 돈을 받고 태평양을 건넌 선수는 김병현(225만 달러)·류제국(160만 달러)밖에 없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정상호는 실망스러웠다. 공격형 포수라는 찬사를 받았으나 타격은 타격대로, 수비는 수비대로 엉성했다. 박경완에게 밀려 출전기회를 잡는 것도 어려웠다. 지난해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왔지만 박경완은 계속 자리를 지켰고, 이재원이라는 또 다른 포수 유망주까지 들어왔다. 올해도 상황은 녹록치 않다. ▲ 이정호(26·우리) 지난 2001년 대구상고를 졸업한 뒤 삼성에 1차 지명받으며 입단할 때 이정호가 받은 계약금 무려 5억3000만 원이었다. 삼성은 빠른 공을 뿌리는 이정호에게 큰 기대를 걸었다. 김응룡 당시 감독도 이정호에게 남다른 기대를 표했다. 그러나 데뷔 3년간 이정호가 거둔 승수는 고작 1승. 방어율 5.55였다. 1군에서 24⅓이닝밖에 던지지 못하고, 2군에서만 전전했다. 전형적인 새가슴 기질을 보이며 속을 태우다 2004년 FA 박진만의 보상선수가 되어 현대로 떠났다. 김시진 전 현대 감독은 이정호를 재기시키겠다는 의지와 애정을 보였으나 팀은 우리 히어로즈가 됐다. 타고난 하드웨어를 앞세운 강속구 피처였던 이정호는 이제 진정한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 조규수(27·한화) 한화의 ‘잊혀진 영건’ 조규수가 올해 군복무를 마치고 복귀했다. 지난 2000년 계약금 2억8000만 원을 받고 한화에 입단할 때만 하더라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기대대로 데뷔 첫 해 10승을 올렸다. 고졸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후 매년 승수가 줄어들더니 2005년에는 5경기에서 1승도 건지지 못한 채 방어율 22.09를 기록, 서서히 잊혀지고 말았다. 조규수처럼 매년 일정하게 하락세를 보이며 바닥까지 치는 경우는 드물었다. 2년간의 공백기를 거치고 돌아온 조규수는 초심으로 돌아갔다. 아직 27살로 나이가 많지 않다. 만년 유망주와 새가슴이라는 지긋지긋한 꼬리표를 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 김수화(22·롯데) 롯데가 김수화에게 건 기대는 어마어마했다. 2차 지명이었지만, 2차 지명 중 전체 1번이었다. 계약금도 무려 5억3000만 원을 받았다. 고교 시절 메이저리그 구단들도 관심을 보일 정도로 발군의 기량을 과시한 김수화는 그러나 프로에 들어오자마자 어깨 부상으로 드러누웠다. 2005년에야 1군에 올라왔으나 그리 인상적이지 못했다. 2006년 데뷔 첫 승을 완투승으로 장식했지만, 이후에만 10패를 떠안았다. 2007년에는 아예 1군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1승10패 방어율 7.41. 결국 지난 시즌을 끝으로 상무에 입대했다. 데뷔 첫 4년간 아무 것도 보여주지 못한 김수화지만 군복무를 마친 이후에도 만 24살로 젊다. 미래를 기약해야 할 시점이다. 전병두-김주형-강철민-유재웅-박경수-이성렬-정상호-이정호-조규수-김수화(왼쪽부터 시계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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