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만 관중 도전' 프로야구, 호재와 악재들
OSEN 기자
발행 2008.03.19 08: 21

[OSEN=이상학 객원기자] 2008년 프로야구가 500만 관중을 목표로 설정했다. 지난해 시즌 시작 전 400만 관중을 목표로 할 때에만 하더라도 공염불이 될 것처럼 보였지만 2007년 프로야구는 410만4432명의 관중을 동원하며 11년 만에 400만 관중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지난해의 경우에는 월드컵이나 올림픽·아시안게임과 같은 큰 대회가 없었고, 여러 가지로 흥행에 호재가 많았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호재도 많지만, 악재도 없지 않다. 더군다나 500만 관중은 프로야구 인기가 최절정에 달한 1995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점에서 쉽지 않은 도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호재 지난해 프로야구의 가장 큰 호재는 역시 빅마켓을 지닌 롯데와 LG의 시즌 초반 선전이 크게 작용했다. 두 팀의 포스트시즌이 물 건너가기 시작한 지난해 말미부터 내심 500만 명을 바라보던 총 관중수가 급락하기 시작했다. 시즌 초반부터 막판까지 두 팀의 역할이 중요하다. 사상 첫 외국인 사령탑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선임돼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롯데는 옛 향수를 자극하는 마해영까지 영입해 인기몰이 기반을 확실히 다져놓았다. 인기의 양대 축이 되는 새 얼굴과 프랜차이즈 스타의 가세로 롯데는 팀 성적만 뒷받침된다면 프로야구 흥행의 선두주자가 될 것이라는 기대. 김재박 감독 부임 2년째를 맞는 LG도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서울의 전통 인기구단으로서 성적 상승과 함께 관중몰이의 중심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실제로 롯데는 8개 구단 중 가장 많은 100만8000명을 목표치로 잡았고, LG는 그 다음으로 많은 100만 명이다. 이와 함께 메이저리그 출신 해외파들의 가세로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KIA는 서재응, 두산은 김선우를 영입해 관중몰이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해 KIA 최희섭 돌풍을 떠올리면 두 선수에 대한 기대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다만 최희섭이 시즌 중 전격적으로 한국행을 결정지으며 바람을 일으킨 것과 달리 서재응과 김선우가 처음부터 얼마나 관중들을 끌어들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또한, 최희섭의 복귀 여파가 오래 가지 못한 것에서 나타나듯 두 선수의 성적도 중요하다. 성적이 따라주지 못하면 관심도 줄어들 게 자명하다. 하지만 원정지 관중 동원력을 갖춘 KIA와 서울 연고지 두산 선수들이라는 점에서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다. 이를 반영하듯 KIA는 8개 구단 중 가장 높은 52.0%의 관중증가율에 도전하고, 두산은 3번째로 많은 90만 관중을 목표로 잡았다. 무승부제 폐지로 조금 더 팬서비스에 치중하고 있다는 점도 야구팬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매력으로 다가설 것으로 관측된다. ‘무제한 연장전’ 도입에 대해 현장의 지도자들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지만, 적어도 야구팬들 입장에서는 큰 볼거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포테인먼트’로 대성공을 거둔 SK를 필두로 각 구단들이 팬들에게 직접 다가서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는 점도 흥행몰이에 있어서 매우 고무적인 대목이다. 인기 구단들의 성적과 순위 다툼이 맞물리다면 흥행 폭발도 기대해 볼 만하다. 악재 가장 큰 악재는 역시 베이징 올림픽이다. 이렇다 할 국제대회가 없었던 지난해와 달리, 전국민적인 관심을 끄는 올림픽 전후에는 프로야구에 대한 흥미가 떨어질 것이다. 야구 대표팀이 베이징 올림픽 진출을 확정지은 것도 기회보다는 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처럼 대회 기간 동안 페넌트레이스를 일시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대회 동메달을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킨 대표팀이었지만 프로야구 총 관중은 1999년보다 22.1%나 하락했다. 물론 당시에는 프로야구 인기가 하락세가 된 시기였지만 올림픽 영향을 무시할 수 없었다. 아테네 올림픽이 열렸던 지난 2004년에는 8개 구단 체제 이후 가장 적은 총 관중 233만1978명을 동원하는 데 머물렀다. 제8구단으로 프로야구에 참가하는 우리 히어로즈도 변수다. 호재보다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존립 기반이 취약한 신생팀은 흥행이 쉽지 않다. 8개 구단 유지 체제에서 2000년 창단한 SK 와이번스도 인천이라는 수도권 연고에도 불구하고 겨우 8만4564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SK는 창단 3년째서야 40만 관중을 돌파하며 연고 팀으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SK가 완전한 인천 팀으로 거듭나는 데는 그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히어로즈는 서울 제3구단으로 연고지적 기반이 과거의 빙그레와 쌍방울보다 훨씬 더 탄탄하지만 구단의 기반이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점이 불안요소다. 또한 전반적으로 투고타저 양상에 거포 부재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으며 전체적인 팀컬러가 획일화되고 있다는 점도 악재라면 악재다. 지난해 각종 호재가 겹치며 인기몰이에 성공했지만, 팬들의 거포에 대한 갈증은 컸다. 물론 사상 최고의 타고투저 시즌으로 기억되는 1999년에도 322만624명밖에 동원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같은 현상이 반복된다면 악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전반적인 스몰볼 집중 현상도 야구의 다양성이라는 점에서는 아쉬운 부분이다. 야구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가 바로 다양성이기 때문이다.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