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톱스타 없는 성공이 살 길?
OSEN 기자
발행 2008.03.29 17: 31

영화 흥행과 제작비는 정비례 할까?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게 충무로 영화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제작비 100억원을 쏟아부은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쫄딱 망하기도 하고 10억원짜리 저예산 영화가 대박을 치는 일이 다반사다. 요즘 유행어처럼 '복불복'으로 돌리기에는 너무나 가혹한 현실이다. 제작비를 알뜰살뜰 하게 쓴 영화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영화계가 지난해 1000억원 이상의 손실을 기록하면서 생겨난 풍속도다. 투자자들이 자취를 감추고 제작 여건이 힘들어진 탓이다. 평균 제작비 40억~50억원 소리는 벌써 옛말, 예전같으면 저예산영화 취급을 받았을 10억원대 영화들이 상업영화로 선보이는 중이다. 출연료 3억~5억원 사이, 여기에 흥행 수익에 따른 러닝 개런티까지 요구하는 톱스타를 캐스팅해서는 말도 안될 제작비의 영화다. 더군다나 일부 톱스타들은 바쁜 스케쥴로 인해 영화 촬영 일정을 맞춰야하는 부실공사까지 따른다. 이에비해 450만 관객을 동원한 '추격자'는 김윤석 하정우의 연기파 투톱을 기용해 보란듯이 축포를 터뜨렸다. 이 영화의 제작비는 30억원대 초반. 액션 장면이 많은 잔혹 스릴러로서는 제작비를 최대한 절약한 '짠돌이' 영화다. 또 몸을 사리지않은 배우들의 혼신 연기와 열정도 빛을 발했다. 올 봄 주목할만한 저예산 영화로는 코미디 '경축! 우리사랑'과 이색 멜로 '동거, 동락' 등이 있다. '국민 엄마' 김해숙을 주연으로 김영민 기주봉 김혜나 등이 출연했다. 톱스타 한 명 쓰지않았으면 시사회 이후 입소문을 타고 있다. '추격자'와 비슷한 양상이다. '쉰(?)'살 봉순씨와 21살 연하남과의 부도덕한 로맨스를 유쾌하고 상큼하게 그렸다. 김태희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동거, 동락'도 톱스타 캐스팅없이 조윤희 김동욱 김청 등을 주연으로 기용했다. 상투적이고 진부한 스토리 라인을 떠나서 관객들의 감탄을 자아낼 만큼 특특한 전개가 강점이다. 엄마 정임(김청)과 단둘이 사는 유진(조윤희)는 생일 선물로 여성용 자위기구를 선물할 정도로 살갑게 지낸다. 정임이 20년만에 첫사랑 승록(정승호)를 다시 만나면서 얽히고 설키는 사연이 드러난다. 그럼에도 저예산영화의 제작사 입장에서는 돈을 적게 들였다는 점에서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경축! 우리사랑'을 내놓은 아이비픽쳐스의 이형승 대표는 "신선하고 파격적인 소재나 내용으로 저예산 영화가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한다"며 "그러나 영화가 스크린을 통해서 관객들에게 최대한 많이 노출이 되고 보여줘야 하는데 그런 부분들에 있어서 기회를 많이 얻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저예산 영화를 만들 때는 고액의 개런티를 자랑하는 톱 스타와 스타 감독이 함께 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 투자를 받는데도 어려움이 따른다는 설명이다. 지난 수년 동안 한국영화가 위기로 치닫게 된 배경에는 사실 부실한 시나리오에다 스타 한 두명을 캐스팅하고 '묻지마 투자'를 받은 졸작들의 탓이 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톱스타 마케팅으로 관객들을 유인하고는 형편없는 내용과 졸속 촬영으로 실망감으로 안겼다는 지적이다. 물론 예전에도 저예산영화의 상업적인 성공 사례가 없었던 건 아니다. 2006년 봄 대성공을 거둔 '달콤 살벌한 연인'(이하 '달살련')은 당시로는 파격적인 단돈 9억원 순 제작비로 탄생한 영화다. 신예 감독과 아직 스타 대열에 오르지 못했던 최강희 박용우를 기용한 스릴러 코미디였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시사회후 좋은 반응을 얻자 이후 마케팅비 10억원을 추가로 쓰면서 공격적인 전략을 폈고 전국 관객 250만명 가량을 동원하며 대박을 쳤다. 배급 CJ엔터테인먼트, 제작싸이더스FNH 등 메이저 스튜디오의 영화였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트 틈바구니에서 수백배 수익률의 신화를 이뤄낸 외화 ‘원스’처럼, 질좋은 저예산 한국영화들에게 보다 많은 스크린을 열어야된다는 게 영화인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mcgwire@osen.co.kr '추격자'(왼쪽)와 '경축! 우리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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