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덕, 탬파베이의 '차세대 비밀 병기'
OSEN 기자
발행 2008.04.23 06: 56

[OSEN=탬파, 김형태 특파원] 코리언 빅리거들의 위상이 약화되고 있는 현실과는 반대로 마이너리그에선 유망주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빅리거의 꿈을 키우고 있는 강경덕(20)도 그 중 한 명이다. 2006년 메이저리그 아마추어 드래프트에서 15라운드로 지명된 강경덕은 지난해부터 프로 세계에 본격 뛰어들었다. 지난해 6월 탬파베이에 입단한 강경덕은 웨스트 버지니아주에 있는 루키리그 프린스턴 레이스에서 활약했다. 지금은 세인트피터스버그의 연장 스프링캠프에서 열심히 땀흘리고 있다. 강경덕은 '조기 유학파'다. 야구 명문 경남중 3학년 재학 당시 "야구로 대성하려면 큰 물에서 일찍 배우는 게 낫다"는 아버지 강삼석 씨의 권유로 조지아주 애틀랜타로 이민을 떠났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스타 제프 프랑코어가 나온 파크뷰 하이스쿨에 입학, 졸업할 때까지 빼어난 기량을 선보였다. 타자로서 재능이 엿보이자 2006년 드래프트에서 여러 구단이 그에게 관심을 나타냈다. 미네소타 트윈스는 "5라운드에 지명하겠다"고 먼저 연락을 해왔고, LA 에인절스도 "6라운드에서 선택하겠다"며 의향을 물어왔다. 드래프트 5라운드 권은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성이 매우 높은 유망주로 분류된다. 빅리그 스카우트들의 평가가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강경덕은 이 제안을 모두 거절했다. 아버지의 권유 때문이었다. 부친 강삼석 씨는 "견문을 좀 더 넓히고, 미국을 제대로 알려면 대학을 가는 게 낫다"고 권유했고, 강경덕은 이를 받아들였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은 탬파베이가 '갑자기' 그를 15라운드에서 지명하면서 탬파베이의 인연이 시작됐다. 하지만 이미 결심을 굳힌 강경덕은 예정대로 차타후치 빌리 커뮤니티 컬리지에 입학했고, 그곳에서 학창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2006년 6월 어느날. 그를 지명한 탬파베이 스카우트 밀트 힐에게서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시간이 됐으니 이제 계약을 하자"고. 메이저리그 드래프트에는 'DFE(Draft and Follow, Evaluation)'이라는 독특한 제도가 있다. 고교 졸업 당시 프로 구단에 지명됐지만 종합 대학에 진학한 선수는 첫 수업에 출석하는 순간 지명권의 효력이 사라진다. 하지만 커뮤니티 컬리지를 선택한 선수에 한해서 빅리그 구단은 드래프트 시점 후 1년까지 계약을 유보할 수 있다. 선수의 성장과정을 지켜보고 계약 여부를 판단하고자 하는 제도다. 탬파베이는 강경덕을 일단 관찰하고 나서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 하에 계약을 제시한 것이다. 탬파베이의 제시 금액은 7만 5000 달러. 앞서 미네소타나 에인절스와 계약했으면 수십만 달러를 받을 수 있었다. 아니면 2007년 드래프트에 다시 참가했다면 더 높은 순위에서 지명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강경덕은 두말 없이 계약서에 사인했다. "돈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어요. 어차피 야구를 하려면 일찍 프로로 뛰어드는 게 낫다는 생각 뿐이었습니다. 사실 대학에서 1년 동안 그다지 배운 것도 없었거든요". 곧바로 생면부지의 세인트피터스버그로 이동한 강경덕은 그곳에서 생각지도 않았던 '한국 선배들'을 만났다. 레이먼드 네이몰리 컴플렉스에서 훈련을 마친 어느날 당시 탬파베이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던 서재응(31.KIA)과 류제국(25)이 그를 찾아온 것이다. "재응이 형, 제국이 형을 만나서 정말 기뻤어요. 이곳에선 한국 사람을 볼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형들 덕분에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라요. 당당히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한국 형들이 있다는 것 자체가 큰 힘이 됐지요". 연장캠프를 마치고 곧 프린스턴으로 이동한 강경덕은 55경기에 출장, 타율 2할7푼6리 3홈런 22타점을 기록했다. 대학과는 전혀 다른 수준의 투수들과 상대한 탓에 초반 적응이 힘들었지만 후반기로 갈 수록 감을 잡고 맹타를 휘둘렀다. "대학 때는 빠른 공을 접할 기회가 드물었는데, 그곳에 가니 98마일을 던지는 투수도 있었다"는 게 그의 말이다. 외형적인 성적은 돋보이지 않지만 구단의 평가는 매우 좋다. 류제국은 "구단 내에서 경덕이 칭찬이 자자하다. 방망이 재질이 보통이 아니라고 관계자들이 입을 모은다"고 전했다. 프로 첫 시즌을 보낸 강경덕은 다시 한 번 연장 캠프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6월말 캠프가 끝나면 7월에는 새로운 소속팀이 결정된다. 현재로선 올 시즌 뉴욕과 펜실베니아 주에서 열리는 뉴욕펜리그(쇼트 시즌 싱글A) 참가가 유력하다. 이틀에 한 번 꼴로 시범경기에 출전하고 있는 강경덕은 현재 4할대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186cm 89kg에 좌투좌타다. 단점이라면 파워가 다소 부족하다는 것. 지난해에는 큰 타구를 쳐도 타구가 담장 바로 앞에서 잡히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요즘 그는 웨이트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타격에 비해 처지는 외야 수비는 경험이 쌓이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강경덕은 팀내 클린업트리오와 좌익수를 맡고 있다. 강경덕은 말수가 별로 없다. 묵묵히 자신의 일에만 충실할 뿐이다. 일찍 유학을 떠난 관계로 의사소통에 불편함이 없다. 다만 자신의 차가 없어 주말에는 숙소인 구단 지정 모텔 밖을 떠나지 못할 뿐이다. 다행히 최근 메이저리그에 승격됐던 류제국이 신경을 써 준 덕에 인근 탬파 시내에서 한국 음식을 실컷 맛보기도 했다. 강경덕은 "카를로스 벨트란 같은 다재다능한 타자가 되고 싶습니다.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두루두루 잘 하는 선수가 되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고 포부를 밝혔다. 메이저리그 진출 시점을 판단하기는 물론 시기상조다. 빅리그의 호출을 받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관문이 여러개다. 더구나 올해부터 그는 본격적인 검증 단계에 접어든다. 그러나 타고난 재능이 있고, 워낙 성실해 성장 가능성은 매우 높다. 앞만 보고 달려갈 경우 몇년 뒤 또 하나의 한국인 빅리그 타자를 볼 수 있을지 모른다. 강경덕의 부모는 몇년 전 생업 관게로 한국으로 되돌아갔다. 애틀랜타 집에는 그의 남동생 혼자 거주하고 있다. 외롭고 힘들 때가 많지만 강경덕은 "부모님이 우리 형제 유학비를 대느라 고생 많이 하셨어요. 반드시 성공해서 호강시켜드릴 겁니다"고 힘주어 말했다. workhorse@osen.co.kr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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