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한밭벌 대혈투가 벌어진다. 최고조에 다다른 두 팀이 대전구장에서 4월말을 장식하고 5월의 문을 연다. 단독선두 SK와 3위 한화가 29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대전구장에서 시즌 첫 3연전 맞대결을 벌인다. 시즌 초반 최고 빅뱅이다. SK는 최근 20경기에서 무려 18승을 쓸어담았다. 최근 6경기도 전승. SK를 멈출 팀이 없었다. 창단 첫 개막 5연패로 시즌을 시작한 한화도 최근 12경기에서만 10승을 휩쓸며 단숨에 단독 3위로 뛰어오르는 반전을 연출했다. 4월말, 가장 뜨거운 팀끼리 맞붙게 된 것이다. SK와 한화의 ‘한밭벌 대혈투’ 관전포인트를 짚어본다. 사령탑 충돌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노장 사령탑들이 드디어 충돌한다. SK 김성근 감독, 한화 김인식 감독. 이른바 ‘김(金)의 대결’이다. 지난해에는 개막 3연전에서부터 1승1무1패로 팽팽한 대결을 벌인 바 있다. 최종 맞대결 성적은 SK가 11승2무5패로 우위를 보였다. 하지만 경기내용은 박빙이었다. 1점차 승부가 무려 4차례나 있었고 2점차 승부도 5차례였다. 3점차 승부는 3차례. 18차례 맞대결 중 12차례가 3점차 이내 접전 경기였다. 지난해 시즌 전부터 두 감독은 프로야구 흥행차원에서 말싸움을 주고받은 바 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많은 화제를 모으며 프로야구 흥행에 한 몫 단단히 했다. 두 감독은 각자의 스타일로 대가가 됐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는다. 김성근 감독의 SK는 가공할 만한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 투수 한 명이 1승을 거둔 것을 제외하곤 팀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고, 4번 타자 이호준은 부상으로 아직 1경기도 뛰지 못했다. 그런데도 SK는 2위 롯데와 5.0경기차로 독주체제를 굳혔다. ‘공포스러운’ 기세다. 야구는 선수가 하는 것이지만 김 감독의 거짓말같은 용병술이 먹혀든 경우가 유독 많았다. 대타 기용이 척척 맞아떨어지며 기세를 올렸다. 대타성공률이 무려 46.7%나 된다. 정상호의 두 차례 대타 결승홈런과 김재현의 대타 결승타는 김 감독의 작두신공을 그대로 보여준 한판들이었다. 리그에서 2번째로 많은 희생번트(20개), 가장 많은 투수교체(3.9회)도 변함없이 그대로다. 김인식 감독의 한화도 시즌 전 중하위권이라는 평가를 비웃듯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다. ‘기다릴 줄 아는 리더십’이 빛을 발하고 있다. 김 감독의 첫 희생번트 지시는 팀이 침체에서 막 벗어나던 15번째 경기에서 나왔다. 그만큼 일희일비하지 않고, 멀리 내다보는 타입이다. 특히 선수들에게 맡기는 야구를 주창하고 있다. 특별한 작전보다는 선수들이 마음껏 풀스윙하고 달릴 수 있게 배려한다. 한화의 다이너마이트 타선이 시즌 초반부터 무섭게 대폭발하고 있는 것도 선수들에게 맡기는 ‘김인식표’ 야구의 힘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화는 희생번트도 8개로 롯데(7개) 다음으로 가장 적고, 투수교체는 2.42회로 리그에서 가장 적다. 극과 극의 대결이다. 마운드 대결 SK의 공포스러운 기세는 마운드에서 비롯되고 있다. 팀 방어율 전체 1위(3.09)다. 2위 삼성(3.80)과 격차가 꽤 많이 벌어졌다. 방어율 1~3위가 김광현(1.75), 케니 레이번(2.12), 채병룡(2.22)으로 모두 SK 선수들이다. 구원 부문으로 눈길을 돌려봐도 8세이브로 이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는 정대현의 이름이 오롯이 솟아있다. SK의 전문분야 홀드는 또 어떤가. 정우람이 8홀드로 이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뒤쫓고 있는 추격자도 6홀드의 조웅천이다. 여기를 봐도, 저기를 봐도 SK의 이름밖에 보이지 않는다. SK는 선발진 방어율 1위(3.26), 불펜 방어율 2위(2.70)다. 승계주자 실점률도 25.9%로 리그에서 두 번째로 좋다. 벌떼 마운드의 힘이다. 한화도 시즌 초반 극도의 부진을 딛고 마운드가 완전히 안정을 찾았다. 팀 방어율도 어느덧 리그 전체 5위(4.29)로 상승했다. 특히 최근 12경기에서 팀 방어율이 3점대에 가까운 2점대(2.97)였다. 선발진 방어율(3.32), 불펜 방어율(2.45) 모두 좋았다. 팀 방어율 1위를 자랑하는 SK를 빰치는 수준이었다. 특히 선발투수들이 경기당 평균 5.42이닝을 소화한 것이 큰 힘이었다. 불펜에서는 브래드 토마스와 그 친구들이 바짝 힘을 냈다. 최영필은 ‘필사마’로 돌아왔고, 안영명은 안영명 그대로다. 토마스도 제구가 어느 정도 잡히자 안정감을 찾았다. 토마스는 “처음에는 공인구도 달랐고 마운드 높이도 구장마다 달라 적응하느라 애먹었지만, 이제는 적응을 다마쳤다”고 자신하고 있다. 3연전 선발 로테이션은 SK 채병룡-김원형-레이번, 한화 유원상-류현진-송진우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일단 첫 맞대결 선발은 채병룡과 유원상으로 확정됐다. 방어율 3위를 달리고 있는 채병룡에게 무게가 실리지만 유원상도 꾸역꾸역 막아주는 맛이 있다. 한화는 류현진을 내세운 5경기에서 4승을 거뒀다. 상대적으로 무게가 떨어지는 김원형에게 우세를 점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이 이번 한화와의 3연전에서 승부수를 띄운다면 김원형을 건너 레이번-김광현으로 선발진을 전진배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3연전 후 어린이날 일정으로 하루 쉬기 때문이다. 최고의 컨디션을 자랑하는 김광현의 등판 일정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다. 화력 맞대결 한화의 ‘다이너마이트’ 타선은 달아오를 대로 달아올랐다. 김인식 감독은 “3·4·5·6번, 여기에 걸리면 나도 모른다”고 만면에 미소를 띄었다. 한화를 상대하는 팀들마다 하나같이 “뭐 이런 타선이 다 있냐”는 반응이다. 한화는 팀 홈런 28개로 이 부문에서 독보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다. 덕 클락(8개)이 홈런 1위를 달리고 있고, 김태균과 김태완이 7개로 그 뒤를 잇고 있다. 5홈런의 이범호도 5위에 올라있다. 김태균과 이범호가 각성한 가운데 클락이 가세하고 김태완이 급성장하며 무시무시한 공포의 타선을 구축했다. 그렇다고 중심타선만 강한 게 아니다. 테이블세터에는 이영우와 고동진이 있고, 하위타순에는 김민재가 매서운 눈빛으로 버티고 있다. 그렇다고 타자들이 풀스윙만 하는 건 아니다. 김민재는 “4번 타자는 4번 타자답게, 9번 타자는 9번 타자답게 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SK도 한화에 뒤질 게 없다. 마운드뿐만 아니라 타선도 막강한 팀이 바로 SK다. SK는 팀 출루율이 3할6푼3리로 전체 1위에 올라있다. 타자들이 자주 출루할수록 득점 기회가 많아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SK는 팀 득점이 116점으로 1위 한화(130점) 다음으로 많다. 타격 2위의 최정(0.380)을 비롯해 박재홍(0.308)·나주환(0.304)·김재현(0.302)·이진영(0.297)·박경완(0.296)이 3할~2할9푼대 고타율을 유지하고 있는 중이다. 팀 득점권 타율이 전체 6위(0.260)에도 불구하고, 팀 득점 2위에 오를 정도로 타자들이 특별한 집중력을 과시하고 있다. 라이벌팀 두산 김경문 감독도 “SK 타자들은 정말 잘 친다”고 인정할 정도로 타자들이 뛰어나다. 이처럼 기본적으로 좋은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 차고 넘치기 때문에 김성근 감독의 용병술도 더 화려하게 빛을 발하고 있는 모습이다. 막강 화력 대결의 변수는 도루와 전력분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SK는 올 시즌에도 36도루로 이 부문에서 2위를 달리고 있다. 한 베이스를 더 노리는 적극적인 베이스러닝은 변함없다. 한화로서는 포수 신경현과 이희근이 얼마나 SK 주자들을 견제하느냐가 중요한 관건이 될 전망이다. 물론 SK 포수 박경완도 안심할 수 없다. 올해 한화는 예전 그 굼벵이 한화가 아니다. 놀랍게도 올 시즌 한화는 도루성공률(75.9%)이 가장 높은 팀이다. 한화에게 허용하는 도루는 데미지가 크다. 전력분석도 중요한 관건 중 하나. 두산 김경문 감독은 “SK는 전력분석에 많은 투자를 한다. 특히 투수 쿠세를 잘 잡는다. 투수가 뭘 던질지 알고 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건 차이가 크다”고 높이 평가했다. 물론 전력분석팀은 한화에도 있다. 그라운드 안에서도 그리고 백네트 뒤에서도 혈투가 예상된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