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신일고 동문의 힘으로 일어서나
OSEN 기자
발행 2008.05.12 17: 41

[OSEN=이상학 객원기자]지난 11일 대전구장. 창단 후 최다 9연패에 빠졌던 LG는 한화 ‘괴물 에이스’ 류현진을 침몰시키고 10연패를 어렵게 모면하며 연패탈출에 성공했다. 연패탈출의 주인공은 신일고 1년 선후배 봉중근(28)과 안치용(28)이었다. 봉중근은 국내 데뷔 후 최고의 피칭으로 연패를 끊는 스토퍼 역할을 해냈고, 안치용은 데뷔 첫 홈런을 극적인 역전 투런포로 장식했다. 단순히 이날 경기뿐만 아니라 향후 팀 전체에도 화학 반응을 일으킬 것이라는 기대. 타자로 전향한 김광삼도 2군에서 비교적 빠르게 적응 중이다. 에이스 봉중근 지난해 LG 이적 첫 해 에이스 역할을 제대로 한 박명환은 그러나 올 시즌에는 어깨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어깨 통증에 대한 두려움으로 장기인 파워피칭을 전혀 하지 못했다. ‘외국인 에이스’ 크리스 옥스프링은 지난 10일 경기에서 한화의 다이너마이트 타선에 무너지며 시즌 첫 5회 이전 조기강판과 함께 무너졌다. LG가 믿을 것은 봉중근밖에 없었다.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복귀한 첫 시즌이었던 지난해 6승7패 방어율 5.32 WHIP 1.56 피안타율 2할8푼9리로 실망만 안겼다. 겨우내 연봉도 1억 원이나 깎였다. 거품이라는 악평까지 쏟아졌다. 하지만 올해 봉중근은 화려하게 부활했다. 올 시즌 9경기 모두 선발등판한 봉중근은 3승5패 방어율 3.71 WHIP 1.34 피안타율 2할3푼8리로 확 달라졌다. LG 팀 내에서뿐만 아니라 리그 전체에서도 돋보이는 활약이다. 투구이닝(60⅔)이 리그에서 가장 많고 탈삼진도 42개로 윤석민(KIA)과 공동 2위에 올라있다. 지난 11일 경기에서는 직구 최고 구속이 148km까지 나왔다. 국내 복귀 후 최고 구속. 그동안 타선의 지원부재로 생각보다 많은 승수를 쌓지 못했다. 비자책점이 6점이나 될 정도로 수비도 도와주지 않았다. 하지만 봉중근은 동료들을 원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특유의 메이저리그식 액션으로 사기를 고취시켰다. 봉중근은 “야수들에게 섭섭한 마음은 조금도 없다”고 말했다. 입바른 소리 같지만 봉중근은 진심이었다. “야구를 하다 보면 승운이 따라주지 않을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이제 서서히 야수들이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투수는 야수를 무조건 믿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봉중근은 구위가 좋아진 이유를 ‘어깨 상태의 회복’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04년 9월 어깨 수술을 받은 봉중근은 이후 구속이 저하되고 구위를 잃었지만 올해 부쩍 나아진 모습이다. 봉중근은 “이제 어깨에 대한 부담이 없다. 수술한 지 3년이 지나 믿음이 생겼다. 가면갈수록 좋아지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김재박 감독도 “볼이 빨라지니 위력이 생겼다”고 말했고, 한화 김인식 감독도 “봉중근의 구위에 완전히 막혔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클러치 안치용 기록과 통계를 바탕으로 야구를 분석하는 세이버메트리션들은 ‘클러치 히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러나 야구통계학의 대부로 일컬어지는 빌 제임스는 몇 년 전 ‘클러치 히터가 존재할 수 있다’고 입장을 바꿨다. 아마 지난 11일 안치용은 클러치 히터가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날 안치용은 0-1로 끌려다니던 6회초 2사 1루에서 한화 에이스 류현진의 가운데 몰린 체인지업을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극적인 역전 투런홈런을 작렬시켰다. 데뷔 첫 홈런이 결승홈런이 되는 순간이었다. 올 시즌 안치용은 득점권에서 12타수 7안타 2볼넷, 타율 5할8푼3리를 기록 중이다. LG에 몇 안 되는 클러치 히터가 바로 안치용이다. 안치용은 유명한 유망주였다. 신일고 시절 봉중근·김광삼과 함께 3인방으로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연세대 입학 후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고, 이는 프로 무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언제부턴가 안치용은 매년 겨울 정리대상 명단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렸다. 하지만 안치용은 주전들의 부상으로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있다. 기회의 장벽은 높았지만 안치용은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데뷔 후 6년간 도합 15안타를 때리는 데 그쳤던 안치용은 올 한 해에만 6년간 합한 것보다 더 많은 16안타를 쳤다. 한화 김인식 감독은 “안치용이는 갑자기 어디서 나타났나. LG 사정을 모르지만 밖에서 보기에는 그 이전 선수들보다 안치용이 훨씬 낫다”고 할 정도였다. 안치용의 첫 홈런은 아이러니하게도 오랜 2군 생활 효과였다. “그동안 2군 생활을 참 오래했다. 2군에서는 낮경기만 하지 않나. 오늘이 마침 낮경기라서 공이 더 잘 보였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13경기밖에 뛰지 않았지만 안치용은 39타수 16안타, 타율 4할1푼·1홈런·11타점을 기록 중이다. 2루타가 6개이고 3루타도 1개있다. 삼진(8개)보다 많은 볼넷(11개)도 인상적이다. 하지만 안치용의 목표는 소박했다. “큰 욕심은 없다. 1군 경기에 나온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정말 감사하고 고마운 일이다. 올해 처음 1군에 올라올 때에도 백업으로 열심히 뛰겠다는 생각뿐이었다”는 것이 안치용의 말이다. 지난 겨울 캠프에서 제외, 2군 구리구장에서 겨울바람을 맞으며 훈련한 안치용은 “그때를 떠올리면 지금은 행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웃지는 않았다. 그에겐 독기가 서려 있었다. 타자 김광삼은 봉중근과 안치용은 1년 선후배 사이다. 안치용이 1년 선배다. 11일 경기 전 안치용이 이날 전격 3번 타자로 배치되자 봉중근은 농담을 던졌다. “LG 3번 타자가 (안)치용이 형이라니. 왜 하필 내가 나오는 경기에서…”라며 놀려댔다. 물론 너무나도 절친한 사이라서 할 수 있는 장난이었다. 하지만 안치용은 결정적인 홈런 한 방 포함 4타수 2안타 3타점으로 봉중근을 도왔다. 안치용은 “(봉)중근이가 그동안 잘 던지고도 이상하게 승운이 따르지 않아 오늘은 내가 꼭 도와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봉중근도 “(안)치용이 형이 요즘 타격 컨디션이 제일 좋다. 홈런을 쳐줘서 고맙다. 앞으로도 쭉 도와줬으면 좋겠다”며 선배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봉중근과 안치용이 나란히 1군에서 투타를 대표해 활약하고 있는 가운데 신일고 3인방 주역 중 하나였던 김광삼이 거론됐다. 안치용은 “내가 4번을 치고, (봉)중근이가 3번, (김)광삼이가 5번을 쳤다”고 말했다. 봉중근은 “그때는 정말 대단했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당시 봉중근·안치용·김광삼의 3인방이 주축이 된 신일고는 최희섭·정성훈·이현곤의 광주일고와 양강 체제를 형성하며 고교야구 패권을 다퉜다. 안치용이 3학년이고 봉중근·김광삼이 2학년이었던 1997년 신일고는 청룡기·봉황기·황금사자기 등 3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광주일고를 무관의 제왕으로 만들었다. 이제 김광삼만 올라오면 그 때 그 3인방이 다시 한 팀에서 누비게 된다. 김광삼은 지난해 가을 타자 전향을 전격 선언했다. 투수로는 성공하지 못했다. 7시즌 통산 23승29패 방어율 5.24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2004년 8승7패1홀드 방어율 4.47로 호투했지만 2006년 팔꿈치 수술을 받은 뒤 투수로는 재기에 실패했다. 하지만 타격재능이 남아 있었다. 김용달 타격코치의 권유로 김광삼은 방망이를 잡았다. 10년 가까이 투수로 활약하며 어느 정도 지명도가 있는 투수의 타자 전향으로 더 많은 관심을 불러모았다. 김광삼은 2군 19경기에 출장, 타율 3할5푼1리·1홈런·13타점·16득점·10볼넷·4도루로 비교적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그러나 2군 성적은 예부터 믿을 것이 못 된다. LG 코칭스태프는 ‘김광삼에게 시간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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