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 신경현에 대한 오해와 진실
OSEN 기자
발행 2008.05.26 14: 31

[OSEN=이상학 객원기자] 한화 포수 신경현(33)이 지난 23일 대전 삼성전을 앞두고 2군으로 내려갔다. 전격적이지만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이날 경기 전 고졸 3년차 포수 정범모가 훈련을 받고 있는 상태였다. 정범모는 한화가 키우고 있는 포수 유망주 중 하나로 2군에서 실전경험을 쌓고 있는 중이었다. 주전 포수 신경현은 언제나처럼 표정이 좋지 않았다. 결국 타격훈련을 마친 뒤 2군행을 통보받은 신경현은 굳은 표정으로 짐을 쌌다. 수많은 오해를 안은 채 쓸쓸하게 경기장을 떠났다. 정말로 신경질을 내나 포수들은 성격이 좋아야 한다. 포용력이 넓고 파이팅을 불어넣는데 남다른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포수는 투수뿐만 아니라 야수 전체를 이끄는 안방마님이요, 야전사령관이다. 삼성 진갑용과 두산 홍성흔은 전형적인 파이터형 포수이고, SK 박경완은 무뚝뚝하지만 냉정을 잃지 않는 표정으로 투수들로 하여금 깨지지 않는 믿음을 사고 있다. 그러나 신경현은 표정이 늘상 좋지 않다. 인상을 찡그리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렇다고 활달하게 파이팅을 외치는 스타일도 아니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바로 ‘신경질’이었다. 이름과도 절묘하게 매치된다. 신경현은 답답했지만 굳이 남들에게 알리려 하지 않았다. “시력이 좋지 않아 눈을 찡그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인상이 그렇게 굳어지지 않았나 싶다”는 것이 신경현의 말이다. 평소 신경현은 안경을 쓰지 않는다. 일상생활에는 큰 지장이 없지만 경기 중에는 투수의 손짓부터 야수들의 작은 움직임까지 하나하나 철저하게 확인하고, 체크해야 하는 포지션이 바로 포수다. 눈이 좋지 않은 신경현으로서는 인상을 쓰며 플레이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렌즈는 왜 쓰지 않았을까. “안구건조증 때문에 렌즈를 낄 수 없는 상태다. 그냥 인상쓰는 것이 차라리 더 낫다.” 신경현은 조용조용한 스타일이다. 포수를 포기한 홍성흔이 특유의 오버액션으로 선수들의 사기를 고취시키는 타입이라면, 신경현은 보이지 않게 묵묵히 선수들을 독려하며 이끄는 타입이다. 신경현은 “(김인식) 감독님께서는 홍성흔처럼 활기찬 플레이와 행동을 원하신다. 그런데 내가 타고난 성품이 그것과 거리가 멀다. 천성이라서 그런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고 고충을 호소했다. 그래도 투수들은 신경현을 믿고 있다. 윤규진은 “신경현 선배가 인상을 찡그려서 오해가 많은데 젊은 투수들에게는 큰 힘이 되신다. 전부 신경현 선배가 계실 때 데뷔해서 그런지 심적으로 많이 편하다”고 말했다. 정말로 부족한 포수인가 한화는 매년 포수가 약점으로 지적되는 팀이다. 전통적으로 한화는 포수가 부족한 팀이었다. 전신인 빙그레 시절에는 유승안이라는 막강 공격형 포수가 있었지만 1994년 한화로 팀명을 바꾼 이후에는 안방마님 자리가 오래된 아킬레스건이 되고 말았다. 김상국·조경택·강인권·김충민 등이 차례로 마스크를 썼지만 딱히 두드러지지 않았다. 2004년에는 외국인선수 엔젤 페냐가 부득이하게 ‘외국인 포수’로 이름을 남기기도 했다. 그만큼 포수 자원이 부족했다. 그런 한화의 고민을 완벽하지는 않을지라도 상당 부분 해결한 포수가 바로 신경현이다. 한화를 3년 연속 포스트시즌으로 이끈 유일한 포수이며 연봉 1억 원대 한화 포수도 신경현이 처음이다. 그러나 올 시즌 신경현은 냉혹하리만큼 냉정한 평가를 받고 있다. 수비력이 떨어지고, 도루저지율이 미진하며 투수리드마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았다. 김인식 감독마저도 “우리팀은 포수가 정말 문제다. 다른 것은 문제가 없다”고 공개적으로 말할 정도였다. 신경현의 마음고생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신경현은 “감독님의 기대치가 높으신데 거기에 부응을 하지 못하는 바람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김인식 감독은 예부터 포수에 대한 눈높이가 높은 사령탑이었다. 신경현은 “나도 나름대로 잘해보려고 하는데 야구를 한 사람들까지 자꾸 포수만 문제삼으니 야속하고 섭섭한 마음도 있었다”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신경현은 그리 나쁜 포수가 아니다. 물론 블로킹이 미숙한 점은 신경현 본인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도루저지와 투수리드는 다르다. 도루저지와 투수리드는 포수만의 능력이 아니다. 투수와의 호흡이 잘 맞아야 하며 언제나 결과론적이라는 딜레마가 있다. 신경현은 굳이 언급을 하지 않으려 했지만 “투수들의 퀵모션이 느려 도루를 저지하는 데 어려움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젊은 투수들도 원하는 코스로 공이 제구되지 않는 경우가 잦았다”고 말했다. 한화 김호근 배터리코치도 “모든 것을 (신)경현이 탓으로만 돌리니 선수 본인도 의기소침해졌다. 볼 배합에는 정답이 없는데 결과가 안 좋으니 스스로 자신감을 잃었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올 시즌 신경현의 도루저지율은 2할7푼3리로 8개 구단 주전 포수 가운데 최하위다. 그러나 송구능력이 좋은 것으로 평가받는 대졸신인 이희근의 도루저지율은 신경현보다도 낮은 2할4푼4리에 불과하다. 신경현은 “어깨가 좋은 강민호도 도루저지율(.328)은 높지 않다. 투수가 주자에게 모션을 먼저 빼앗기니 도리가 없다. 그래서 더 빨리 던지다 보니 송구의 정확도도 떨어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주자를 묶어두는데 어느 때보다 많은 신경을 쏟은 지난해 신경현은 도루저지율이 3할7푼4리로 전체 2위였다. 신경현은 더 이상 투수의 등을 맞힐 정도로 극악의 송구를 하는 포수가 아니다. 물론 리그에서 가장 많은 포일(5개)은 변명의 여지가 없지만 그래도 신경현의 존재는 한화에서 무시할 수 없다. 김호근 코치는 “그래도 팀을 3년 연속 포스트시즌으로 이끈 주전 포수다. 우리팀 선수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냉정하게 상·중·하로 분류할 때 적어도 상~중에는 들어가는 포수가 신경현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말로 필요한 존재 한화 김인식 감독은 신경현의 2군행 사유에 대해 “정신적으로 재무장이 필요하다”고 이유를 댔다. 김 감독은 “너무 느릿느릿해 답답할 때가 많다”고 덧붙였다. 이는 어느 정도 자기관리를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질책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신경현은 시즌 초반부터 감기몸살에 시달렸다. 신경현은 “감기가 정말 제대로 걸렸다. 몸에서 힘이 쭉 빠지고 경기에 집중하지 못할 정도로 심한 몸살을 앓았다. 약 기운으로 힘이 빠질 정도였다. 이제는 감기몸살이 다 나았지만 컨디션을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다. 몸 관리를 제대로 못한 것도 결국 내 탓이다.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라며 책임을 통감했다. 하지만 2군에 머무는 기간은 길지 않을 전망. 김인식 감독은 “그동안 신경현이가 2군에 내려간 적이 많지 않았다. 정신을 새로 무장하고 컨디션을 잘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호근 배터리코치도 “지금 당장 (이)희근이가 주전을 보며 기대이상으로 잘해주고 있지만 아직은 신인이다. 대학 때와는 달리 프로는 시즌이 길다. 혼자서 다할 수 없다. 요즘 타격이 좋지 않은 것도 포수로서 부담이 많기 때문이다. (이)희근이에게 타격을 기대하기에는 너무 큰 부담을 안고 있다. 그래서 (신)경현이가 꼭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또 하나의 포수 유망주 정범모가 1군으로 승격됐지만 김인식 감독은 아직 모자라다는 판단을 내렸다. 포수 문제로 고민이 많은 김호근 코치는 “현재 우리팀에는 젊은 포수들이 많다. 그러나 상무에서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박)노민이를 제외하면 모두 군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희근이도, (정)범모도 군대를 다녀와야 한다. 나중을 생각해서라도 당장 팀에 경험을 가진 베테랑 포수가 꼭 필요하다. 한화에 그런 선수는 하나밖에 없다. 바로 (신)경현이다. (신)경현이는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선수”라고 강조했다. 많은 오해를 안고 있으며 한계도 뚜렷한 신경현이지만 그래도 한화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가 바로 신경현이다. 신경현은 “내가 빠진 동안 (이)희근이가 공백을 잘 메워줘 위기의식도 느꼈지만 한편으로는 또 대견했다. 앞으로 우리팀을 이끌어갈 포수다. 내 장점을 최대한 전수해주고 싶다”며 팀의 미래도 생각했다. 누가 뭐래도 신경현은 뼛속까지 독수리맨이다.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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