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기량발전 선수' 탑10
OSEN 기자
발행 2008.06.04 17: 38

[OSEN=이상학 객원기자] 프로농구에는 기량발전상(MIP)이라는 것이 있다. 부쩍 좋아진 기량으로 기대이상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아직 프로야구에는 기량발전상과 비슷한 성격을 갖는 공식적인 상은 없다. 하지만 기대이상 성적으로 확 달라진 모습을 보이는 것만큼 인상적인 것도 없다. 만약 프로야구에 기량발전상이 있다면 올 시즌 그 상을 놓고 경쟁할 만한 선수 10명을 꼽아본다. ① 롯데 강민호 강민호는 지난해에도 충분히 좋은 선수였다. 8개 구단 가운데 유일한 20대 주전 포수로 주가를 높이고 있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폭발적인 성장세로 리그를 대표하는 특급선수가 됐다. 49경기에서 타율 3할3푼7리·10홈런·36타점으로 포수 중 가장 폭발적인 생산력을 뽐내고 있다. 원래 타격이 좋은 선수였지만 올해는 훨씬 더 좋아졌다. 롯데에서 장타율(0.566)·OPS(0.985)이 가장 높은 타자가 바로 강민호다. 물론 타격만 좋은 포수는 반쪽이지만 올 시즌 강민호는 수비도 좋아졌다. 도루저지율(0.305→0.333)이 상승했고 포수 방어율은 전체 1위(3.41)에 올라있다. 올해에도 강민호는 삼진 37개로 전체 6위지만 누구도 그에게 선풍기라고 비아냥대지 못한다. ② 두산 김현수 지난해 한국시리즈 기간 중 백인천 전 롯데 감독은 두산 김현수에 대해 “야구 센스가 아주 좋다. 발도 느리지 않다. 앞으로 이승엽 같은 대선수가 될 자질이 있다”고 극찬했다. 물론 올 시즌 전 점친 이승엽의 대활약은 빗나가고 있지만 적어도 김현수에 대한 예상은 맞아들어가고 있다. 올해 풀타임 주전 2년차가 된 김현수는 올 시즌 51경기에서 197타수 69안타로 타율 3할5푼·3홈런·36타점·10도루를 기록 중이다. 타격 전체 3위, 최다안타 2위를 달리고 있다. 발이 느리고 수비가 약하다는 평도 쏙 사라졌다. 적극적인 타격을 펼치는 테이블세터임에도 불구하고, 볼넷도 31개나 얻어 이 부문 전체 5위에 랭크돼 있다. 자연스럽게 출루율에서도 전체 4위(0.442). 백 전 감독의 체면을 살려주고 있는 김현수다. ③ LG 안치용 안치용은 발전이 없는 선수라는 평가를 달고 다녔다. 신일고에서 연세대 그리고 연세대에서 LG로 올 때마다 기량이 퇴보했다. 심지어 ‘초등학교 이후로는 발전이 없는 선수’라는 말까지 있었다. 안치용은 초등학교 때부터 남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체격으로 그때부터 야구를 잘하는 선수로 명성을 떨쳤다. 하지만 프로 입단 7년차가 된 올해에야 드디어 갖고 있던 잠재력을 대폭발시키고 있다. 올 시즌 32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8푼4리·5홈런·29타점을 기록 중이다. 특히 2루타를 14개나 뽑아내는 등 장타율도 0.661에 달한다. 아마 시절 명성에 비추면 신일고 후배 봉중근처럼 기량발전이 아니라 기량회복일지 모른다. 지난달 11일 안치용은 데뷔 첫 홈런을 터뜨린 후 “주전들이 복귀하면 백업으로 돌아갈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 말처럼 되길 바라는 LG 팬은 없다. ④ SK 김광현 지난해 페넌트레이스 3승 투수였던 김광현은 그러나 한국시리즈부터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베이징 올림픽 최종예선까지 무려 4승을 따내며 환골탈태한 모습을 보였다. 기세는 올 시즌 페넌트레이스에서도 쭉 이어지고 있다. 올 시즌 12경기 모두 선발등판한 김광현은 6승3패 방어율 3.07 WHIP 1.44 피안타율 2할5푼3리를 기록하고 있다. 사실 시즌 초반과 비교하면 기록이 많이 하락했다. 5월 부진으로 4월 성적을 다 까먹었다. 그래도 충분히 발전적이다. 이미 지난해보다 2배나 더 많은 승수를 챙겼다. 특히 득점권 피안타율이 1할8푼3리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위기에서 강했다. 지난해 위기상황에서 김광현은 그냥 무너지는 투수였지만 올해는 무너질 듯 하면서도 무너지지 않는다. ⑤ 삼성 박석민 지난 2004년 대구고를 졸업하고 1차 지명을 받아 삼성에 입단할 때부터 박석민은 가능성이 있는 기대주로 평가됐다. 사실 그런 선수는 어느 팀에서나 한두 명쯤은 있기 마련이다. 데뷔 첫 2년간 박석민은 삼성의 두터운 내야진에 막혀 별다른 활약 없이 상무에 입대했다. 데뷔 첫 2년간 75경기에서 타율 1할7푼3리·1홈런·7타점. 하지만 올해 야수진 세대교체를 틈타 기회를 잘 잡은 박석민은 55경기에서 타율 3할4리·7홈런·29타점으로 활약하고 있다. 4번 타자로 고정된 후에만 타율 3할2푼1리·6홈런·23타점을 몰아쳤다. 삼성 야수진 세대교체의 선두주자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사실상 시즌아웃된 심정수의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박석민은 양준혁 이후 삼성이 오랜만에 자체적으로 길러낸 순수혈통 4번 타자다. ⑥ 두산 김명제 두산 김경문 감독은 올해로 4년차가 된 김명제에 대해 “기록상 에이스”라고 평가했다. 틀린 말이 아니다. 올 시즌 김명제는 11경기에서 4승1패 방어율 3.19 WHIP 1.29 피안타율 2할4푼4리로 매우 준수한 성적을 올리고 있다. 두산 선발진에서 최다승을 거두고 있고 방어율·WHIP 역시 가장 낮다. 지난해 김명제는 강가에 내버려둔 어린아이처럼 불안 불안한 투수였다. 특히 위기상황에서 무너지기를 반복했다. 자신감있게 승부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어린 투수들에게 비수가 되는 ‘새가슴’이라는 평가를 들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이 같은 모습들이 사라지고 어른곰의 풍모가 느껴진다. 득점권 피안타율도 2할3푼1리에 불과하다. 김명제는 “마운드에서 여유가 생겼다. 공에 대한 자신감이 붙으면서 자신있게 공을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 유원상이 한 번쯤 새겨들어 볼만한 말이다. ⑦ SK 나주환 SK 나주환은 두산 시절부터 수비가 좋은 유격수로 각인됐다. 올 시즌에도 수비는 변함없이 일품이다. 수비율이 9할7푼9리로 8개 구단 주전 유격수 가운데 가장 높고, 실책도 5개로 LG 권용관(1개) 다음으로 적다. 하지만 나주환은 부상당한 권용관보다 18경기나 더 많이 소화했다. 물론 수비라는 건 수치상으로 나타내기가 어렵고 또 그것이 전부가 아니지만 나주환의 수비는 기록만큼 안정적이지만 나주환은 지난해보다 대시나 송구가 더 안정됐다는 평을 받고 있다. 여기에다 타격까지 좋아졌다. 50경기에서 타율 2할9푼5리를 기록하고 있다. 이 역시 8개 구단 전체 유격수 가운데 가장 높다. 나주환은 “삼진을 당하더라도 적극적으로 방망이를 돌린다”고 비결을 설명했다. 가치를 인정받은 나주환은 베이징 올림픽 예비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렸다. ⑧ 한화 추승우 추승우는 지난 시즌을 끝으로 LG에서 방출됐다. 당시 LG에서 방출된 선수들이 바로 진필중과 마해영이었다. 대스타들에 가려 방출되는 순간에도 추승우는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그때 추승우를 주목한 사람이 바로 한화 김인식 감독이었고 조용히 수화기를 들어 “조만간 연락할테니 몸 만들어 놔라”고 지시했다. 그 추승우가 올해 일을 내고 있다. 올 시즌 49경기에서 타율 2할8푼·8도루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까지 통산 타율은 2할9리였고 도루는 하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올해 처음으로 1군 멤버가 된 추승우는 원래 포지션인 내야수가 아니라 외야수로 빠른 적응속도를 보이며 기대이상 활약을 펼치고 있다. 더욱 놀라운 건 그의 연봉이 최저 수준인 2500만 원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연봉 대비 활약상이 좋은 ‘저비용 고효율’의 상징이 됐다. ⑨ KIA 차일목 시즌 10번째 경기에서 주전 포수 김상훈이 부상으로 쓰러지는 순간 KIA도 억장이 무너져내렸다. 우려대로 한동안 KIA는 김상훈의 공백을 실감하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대부분 시간을 2군에서 보낸 차일목에게 김상훈의 자리를 메우기란 조인성이 몸쪽 공을 요구하는 것만큼 기대하기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반전이 일어났다. 경기를 거듭하던 차일목이 점차적으로 나아진 것이다. 투수들이 “이상하게 리드가 좋아졌다”고 말할 정도다. 투수리드와 볼 배합이 한결 더 좋아진 가운데 블로킹·송구도 안정됐다. 도루저지율은 3할5푼5리로 전체 5위고, 포수 방어율도 4.44로 5위다. 딱 리그 평균이지만 차일목이 처음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전이 됐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게다가 타격도 타율 2할5푼2리·2홈런·17타점으로 쏠쏠하다. 괄목상대가 아니라 일목상대다. ⑩ LG 박경수 LG 박경수는 초고교급 유망주였다. 지난 2003년 LG로부터 1차 지명을 받으며 계약금으로 무려 4억3000만 원을 받았다. 이는 역대 프로야구 고졸 야수로는 최고액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데뷔 후 지난해까지 5년간 박경수는 전혀 이름값에 걸맞는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LG의 스카우트 실패사례가 되는 듯했다. 하지만 6년차가 된 올해 극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55경기에서 타율 2할7푼3리·6홈런·26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성남고 1년 선배인 두산 고영민(0.276·5홈런·35타점)과 비슷한 성적이다. 또한, 희생타가 무려 20개로 이 부문에서 압도적인 전체 1위를 달리고 있다. 리그에서 가장 많은 희생번트(14개)가 원동력. 작전수행에도 일가견이 있는 것이다. 2루수와 유격수를 넘나드는 내야수비도 안정적이다. 이제야 조금씩 등번호 6번의 옛 주인다운 면모를 엿보이고 있다.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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