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개막 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도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만큼 아쉬운 것은 없다. 시즌 초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되어 있다가 어깨 부상으로 재활에 전념하고 있는 이승학(29. 두산 베어스)의 마음이 그와 같았다. 지난 시즌 6년 간의 미국 생활을 마치고 전격적으로 두산에 입단, 7승 1패 방어율 2.13을 기록하며 투수진에 활기를 불어 넣었던 이승학은 올시즌을 앞두고 4선발로 큰 기대를 모으며 시즌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승학은 호투한 다음 경기서 부진한 투구를 펼치는 등 기복이 심한 모습을 보여주며 3승 4패 방어율 5.40(25일 현재)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결국 그는 어깨 부상으로 인해 지난 5월 10일 이후 1군 무대서 자취를 감췄다. 25일 경기도 이천 베어스 필드서 만난 이승학은 근처 원적산에도 오르는 등 체력 유지에 열중하던 중이었다. 두산의 2군 관계자는 "가벼운 어깨 부상이다. 빠르게 회복되어 1군 무대에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으나 투수 생명에 관련된 부위에 입은 부상은 아무리 조그마한 것이라도 허투루 볼 수 없는 법이다. '두려움'을 가슴에 새겨주기 때문이다. 등산을 마치고 내려온 이승학은 그에 대한 고충을 털어놓았다. 그는 "20년 가까이 야구를 하면서 어깨 부위에 부상을 입었던 적은 없었는 데 나이가 나이니 만큼 걱정이 많다"라며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코칭스태프의 신임을 받으며 성실하게 훈련했던 이승학이었기에 예기치 못했던 부상은 그에게 두려움을 안겨주었다. 선수 생활 내내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야구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이승학. 무뚝뚝한 말투서도 따뜻한 마음씨를 보여 준 그는 또 한번 자신과의 힘겨운 싸움을 치르고 있다. 두산 팬들은 이승학이 건강한 모습으로 지난 시즌처럼 팀에 활력소가 되어 주길 기대하고 있다. 다음은 이승학과의 일문일답이다. -어깨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간 것으로 알고 있다. 통증이 있었다. 아직 실전 피칭을 재개하지 못했지만 50m 토스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상황이 나아진 상태다. -지난 시즌 높은 릴리스 포인트를 바탕으로 변화구 구사력과 제구력이 뛰어났던 것으로 기억한다. 주무기가 무엇이었는지. 좌타자를 상대로 투심 패스트볼을 주로 구사했고 오른손 타자에게는 포크볼을 주로 던졌다. 그러나 올시즌 초에는 포크볼 구사가 잘 되지 않으면서 고전했다. -시즌 초 기복이 심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던지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그에 대한 원인은 잘 모르겠다. -지난 시즌 비슷한 시기에 한국으로 복귀한 송승준(28. 롯데 자이언츠)이 올시즌 롯데 선발진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에 대한 심리적인 자극은 없는가. 자극이나 경쟁 심리 등은 없다. 고향 후배가 고향 팀서 좋은 활약을 펼치면 기분이 좋을 뿐 별다른 것은 없다. -단국대 동기이자 함께 필라델피아 입단 계약을 체결했던 김일엽 또한 롯데서 활약하고 있다. 일엽이는 나보다 더 힘들게 선수 생활을 이어온 친구다. 부상을 당했을 때 자비를 들여 수술을 하고 병역도 마치고 신고선수로 롯데에 입단한 끝에 계투진에 힘을 보태고 있다. 많이 힘들었던 친구인 만큼 좋은 활약 펼치면서 잘되었으면 좋겠다. -경기를 지켜보면서 변화구 구사력이 인상적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투심 같은 경우는 미국서 배운 구질이다. 대학 시절까지 직구-슬라이더의 단순한 조합을 가지고 있던 파워피처 스타일이었으나 미국에 가기 전 포크볼도 익혀놓았다. -필라델피아 필리스 산하 마이너리그 시절을 물어봐도 될런지. 당시 성적은 그럭저럭이었다. 싱글 A나 더블 A 시절에는 선발투수로 꽤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트리플 A서는 경쟁이 치열했다. 당시 코칭스태프가 '팀에 유망주가 많으니 중간 계투로 메이저리그 입성을 노리는 것은 어떻겠나'라고 제안해 계투로 뛰었으나 결과가 좋지 않았다. -처우나 인종 차별 문제 등에 관련한 것도 있었던 것인가. 그런 면도 조금 있었다. '만약 선발 보직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뛰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했다. 미국 시절에 대해서는 떠올리고 싶지 않다. -올시즌 스프링캠프서 굉장히 열심히 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지난해 동계 훈련량이 부족한 상태서 급작스럽게 팀에 가세해 올시즌에는 동계 훈련을 정말 충실하게 했다. 스프링캠프서 2300개 정도 공을 던졌다. (김)명제와 같이 캠프서 가장 많이 던진 수치일 것이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부상을 당해 아쉽다. '너무 많이 던져서 그런가'라는 생각도 들고. -어깨 부상에 대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은 것인가. 원인은 모르겠다. 그동안 20년 가까이 야구를 해오면서 근육에 피로가 누적된 것인지, 아니면 캠프서 많이 던져 어깨에 무리가 간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김선우는 통증을 의식하는 것 때문에 던지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밝혔다. 선우 형 이야기에 동감한다. 나이가 어린 투수들은 부상을 당해도 수술 후 재활 및 치유가 빠른 시일내에 되지만 나이 든 선수는 치료 및 회복이 어려운 편이다. 나도 어느새 우리나이로 서른이다. 당장 생계 문제 등이 걸려 있기 때문에 재발 위험을 생각하면 던지는 데 대한 두려움도 있다. -적지 않은 나이라는 것을 절감한 것 때문에 부담이 크겠다. 그렇다. 빨리 제대로 몸을 만들어 실전 투구에 돌입하고 싶다. -남은 시즌 각오를 묻고 싶다. 정상적인 몸 상태로 팀의 후반기 레이스에 힘을 보태고 싶다. 선발, 중간 계투 등 보직에 상관없이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 시즌 초 코칭스태프가 많은 기회를 주었음에도 나 자신이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 동시에 내 잘못이기도 하다. 그러나 몸 상태가 100%가 되었을 때 팀이 원하는 위치서 내 몫을 충실히 해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chul@osen.co.kr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