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진, "오직 경쟁 뿐 나이·이름은 머리 속에 없다"
OSEN 기자
발행 2009.01.02 15: 36

나이, 이름값은 도움이 되지 못한다. 오직 실력과 노력만으로 버텨야 한다. 현재의 능력이 중요할 뿐이다. 이미 스프링캠프에서 엄청난 훈련량을 예고한 히어로즈 김시진(51) 감독이 2009년 기축년 첫 일성으로 선입견 없는 무한 주전경쟁을 선언했다. 히어로즈는 오는 9일 경기도 고양시 원당에서 1박 2일간에 걸친 워크샵을 통해 합숙훈련을 시작한다. 11일에는 투수 마일영의 결혼식으로 휴식을 취하고 이후 '나흘 훈련 하루 휴식', '사흘 훈련 하루 휴식' 일정으로 컨디션을 조절한 후 오는 29일 미국 플로리다 브래든턴으로 출발한다. 히어로즈는 2월 25일까지 미국 스프링캠프를 마친 후 한국을 경유, 2월 27일 일본 가고시마로 떠난 뒤 28일부터는 롯데, KIA 등과 연습경기 위주로 시즌을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김 감독은 OSEN과의 전화통화에서 올해 목표를 묻는 질문에 "지난해 10월 취임식 때와 마찬가지다. 팬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경기를 하도록 만들 것"이라며 "팬들에게 조금이라도 기쁨을 줄 수 있는 경기를 하도록 9회말 끝날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달라붙는 히어로즈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올해 작년보다 나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선수들이 나이의 많고 적음이나 이름값은 머리 속에서 지워야 할 것"이라며 "오직 경쟁 속에서 살아나길 바란다. 분명히 약속할 수 있는 것은 운동장에서 더 많은 땀과 더 많은 노력을 한 선수에게 기회를 더 줄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김 감독은 가장 기본이 될 큰 맥락만 정해 놓았을 뿐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우선 김 감독은 올해를 국내 투수 중심의 리빌딩의 해로 정했다. 지난해 일본인 마무리였던 다카쓰 신고와의 재계약을 과감하게 포기했다. 대신 황두성을 붙박이 마무리로 천명한 상태다. 김 감독이 히어로즈와 3년 계약을 맺은 만큼 올해가 아닌 2~3년 후까지 내다본 포석이다. 선발진은 장원삼, 마일영의 원투 펀치를 전면에 내세울 예정이다. 가장 만족스런 그림은 여기에 이현승, 오재영 등이 가미된 좌인 4인방에 김수경으로 5인 로테이션을 가져가는 것이다. 중간 투수는 노환수가 수술로 5~6월이 돼야 합류할 예정인 가운데 송신영, 전준호, 신철인, 김성현, 박준수, 이상열, 조용준, 이정호 등으로 메울 생각이다. 이 가운데 전준호, 김성현, 이상열 등은 언제든 선발경쟁도 가능하다. 특히 이정호와 김성현은 키워야 할 차세대 선발감이다. 김 감독은 "이정호는 롱릴리프로 생각하고 있다. 후내년을 선발진에 투입시키기 위해서라도 짧게 쓰지는 않을 것이다. 안된다 해도 그렇게 할 것이다. 김성현도 선발 능력이 충분한 만큼 그렇게 돼주길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히어로즈 내야 포지션 중 가장 치열한 곳은 1루다. 자원이 남아도는 상태다. 베테랑 이숭용을 비롯해 오재일, 조중근, 강병식이 틈을 노리고 있다. 김 감독은 여기에 2차 1번으로 지명된 부천고 출신의 신인 장영석도 후보라고 강조했다. 2루는 김일경에 유재신, 권도영 등 젊은 선수들가 도전하고 있다. 3루는 황재균이 유력하지만 중고 유망주 김민우가 올해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그나마 사실상 유력한 것은 유격수 강정호 뿐이다. 강정호는 지난해 황재균 대신 유격수 자리를 맡은 후 골든글러브 시상식 후보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공수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김 감독도 강정호 외에 이렇다할 후보가 없음을 인정했다. 김 감독은 "만약 올해 황재균-강정호 라인이 완성되면 히어로즈는 앞으로 오랫동안 히어로즈는 내야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지 모른다"면서도 "그렇다고 오늘의 주전이 내일 주전이 된다는 보장이 없다"고 강조했다. 포수도 주전과 백업 어느 것 하나 정해지지 않았다. 작년 강귀태가 많은 발전을 했지만 허준과 유선정도 충분히 안방을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이 김 감독의 생각이다. 베테랑 김동수는 플레잉 코치가 됐지만 훈련 여부에 따라 충분히 주전과 백업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외야는 덕 클락의 가세로 치열한 쟁탈전에 돌입할 전망이다. 클락은 지난해 한화에서 뛰며 20-20클럽에 가입, 스피드와 파워를 동시에 자랑했다. 그런 만큼 김 감독은 클락을 "중견수 혹은 우익수로 내보내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다. 따라서 기존 중견수 이택근과 송지만은 좌익수로 이동해야 한다. 딱히 붙박이로 내세울 수는 없지만 주포지션이 이렇다는 설명이다. 이럴 경우 외야는 최소 60~70경기에 수비수로 선발 출장시키고 싶어하는 브룸바를 비롯해 베테랑 전준호, 송지만, 이택근의 경쟁구도가 될 전망이다. 브룸바는 고질적인 왼쪽 아킬레스건을 수술, 재활까지 거의 끝나가는 상태로 알려졌다. 여기에 젊고 빠른 외야진까지 가세할 경우 지명타자까지 고려한다해도 경쟁은 피를 말릴 수 밖에 없게 된다. 사실상 외야 포지션의 멀티화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김 감독은 한 언론에서 보도한 '3루수 이택근'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이택근이 3루 수비를 하겠다는 얘기는 들은 바 없다. 그런 말을 했다하더라도 그럴 생각은 없다. 본인 굳이 원한다면야 맡겨보겠지만 무리수는 던지고 싶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작 이택근 자신은 "3루와 관련된 그 어떤 이야기도 한 적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김 감독은 클락의 가세로 타선에도 변화가 있길 바라고 있다. FA 정성훈의 LG행으로 타선의 짜임새가 약해 보인다던 그는 "클락이 3번 혹은 5번을 맡아주면 좋겠다. 그러면 전체적인 짜임새가 좋아질 것 같다"고 밝혔다. 하지만 무엇보다 김 감독이 강조한 것은 "나이를 떠나 경쟁 속에서 살아남길 바란다"는 것이다. 이는 곧 강제적이고 인위적인 세대교체가 없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밝힌 대신 자연스런 세대교체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낸 것이다. 다시 말해 베테랑과 젊은 선수들에게 동시에 희망을 던져 자연스런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뜻이다. 히어로즈와 3년을 계약하고 장기 플랜을 세운 김 감독의 이런 계산이 올해부터 맞아떨어질지 관심을 모은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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