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이 최고구속이 147km까지 나온다고 하더라". SK 김성근 감독이 모처럼 껄껄 웃었다. 올해 첫 선을 보일 신인 투수 박현준(23) 때문이다. 전주고-경희대를 졸업한 우완 사이드암 박현준은 2차 1번(전체 8번째)으로 1억 2000만 원의 계약금을 받을 만큼 기대를 모으고 있다. 벌써부터 'SK 와이번스의 심장이 되겠다'는 뜻인 '용(龍)심장'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그는 SK팬들로부터 지난해 11월 자신의 미니홈피에 '용 심장이 되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남겨 먼저 주목을 받았다. SK 입단의 기쁨보다는 프로구단에 지명받지 못해 다른 길을 찾아야 하는 많은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에 대한 내용이었다. 실력보다 '인성'으로 먼저 주목받아 기대를 더욱 모았다. SK 코칭스태프에 따르면 박현준은 지금 현재 상태로만 훈련한다면 올해 1군 무대에 진입할 수 있는 즉시 전력감이다. 스피드가 꾸준히 상승 중이며 보기드물게 사이드암으로 포크볼을 구사한다. 변화구도 좋다. 군 입대한 이영욱과 혈행장애를 겪고 있는 이한진 등 사이드암 투수를 대신할 수 있으리라 조심스럽게 기대하고 있다. 김성근 감독도 "잘하면 올 시즌 1군 마운드에 오를 것"이라며 "제구는 좀더 다듬으면 좋아질 것이다. 무엇보다 떨어지는 변화구가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박현준은 전주고 시절부터 완투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대학시절에는 노히트노런도 기록한 바 있다. 이에 박현준은 "이제 열심히 해서 감독님의 눈에 들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진 후 "아버지가 신인왕을 꼭 받으라고 하셨다. 그러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박현준과 일문일답. -SK에 들어와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제 두달 동안 훈련했다. 운동은 아마추어 때랑 크게 다른 것이 없다. 하지만 시간을 체계적으로 쓴다는 점, 자기 스스로 할 것을 찾아야 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이미 일본 고지에서 마무리 훈련을 받고 온 만큼 많이 적응했다. 폼도 교정했다. 왼 어깨가 빨리 열리고 상체가 서는 모습이었는데 한층 안정됐다는 평을 들었다. 스스로도 좋아진 느낌이 든다. 전까지는 투구 후에 모자가 벗겨지곤 했는데 폼 교정 후에는 그런 것이 없어졌다. -하루 일과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문학구장에 나와 체력 훈련 위주로 운동하고 있다. 피칭 후 러닝, 상하체 웨이트 트레이닝 순서로 진행한다. 피칭은 하루 최대 200개 정도를 던지고 러닝은 폴, 인터벌 등 다양하게 소화하고 있다. 숙소에 돌아가서는 휴식을 취한 뒤 주로 컴퓨터 오락을 한다. -SK 유니폼을 입을 줄 알았나. PC방에서 계속 지켜봤는데 앞에서 선택되지 않아 '안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에 SK에 호명됐을 때는 오히려 걱정이 앞섰다. 훈련이 많고 힘들다는 말은 전부터 들어 알고 있었다. 그런 것이야 어차피 하면 되니까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SK에는 좋은 사이드암 계열 투수가 워낙 많다. 또 개인적으로 프로가 되면 모든 것이 다 끝났다는 생각보다는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에 더 그런 마음이 들었다. -전주고 출신이 많나. 그렇다. 박경완, 김원형, 박정권, 최경철 선배가 있다. 박경완, 김원형 선배는 워낙 대선배지만 잘하라고 격려해주셨다. 같이 훈련하는 박정권 선배가 잘 대해 주신다. -야구는 언제 시작했나. 전북 진북초등학교 3학년 때 시작했다. 팀이 해체되는 바람에 금평초등학교로 옮겼고 동중을 나왔다. 그리고 전주고로 진학했다. -고교시절까지는 어떤 선수였나. 한마디로 잘 못하는 선수였다. 연습이나 훈련 때는 잘하다가도 대회만 나가면 못했다. 투수가 나 혼자였는데 모든 경기를 다 책임져야 하다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고 2때부터 1루수를 겸하며 투수가 전향했다. 그 전까지는 유격수로 시작해 3루수와 2루수 등 주로 내야수를 봤다. 사이드암으로 바꾼 것은 고 2때 말부터다. 팔 각도가 쳐져 나오자 감독님께서 바꿔 보라고 권유했다. 오히려 내게 잘 맞는 것 같았다. -대학 때는 잘했다. 좋은 투수가 많아서 그런지 잘했던 것 같다. 3학년 때를 제외하고는 매년 우승을 경험했다. 김이슬(롯데), 박종규(KIA), 장태종(히어로즈) 등 투수진이 좋았다. -본인의 장점은. 평상시 성격은 밝다. 대신 야구적인 면에서는 승부욕이 강해 지기 싫어한다. 왼손타자를 상대하는 것이 오른쪽 타자를 상대하는 것보다 쉽다. 직구가 지저분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타자가 없을 때보다 타자가 서 있을 때 컨트롤이 좋아진다. -좌타자 상대가 왜 더 쉬운가. 아무래도 포크볼 때문인 것 같다. -몇 개 구질을 가지고 있나. 포크볼은 대학 1학년 때 선배를 따라하다 우연히 던지게 됐다. 그런데 내게 잘 맞아 떨어졌다. 그로부터 3일 후 있었던 춘계리그에서 써먹었다. 직구 외의 결정구로 효과를 봤다. 제구도 잘 된다. 커브와 슬라이더가 있다. 모두 스트라이크 존에 넣은 자신이 있다. -좋아하는 등번호는. 지금은 17번을 달고 있지만 37번이다. 대학교 때까지는 이 번호를 계속 달 수 있어 좋았다. 그런데 김연훈 선배가 내게 준다고 해서 좋아했다가 얼마전 LG에서 이승호 선배가 이 번호를 원하셔서 결국 가지지 못했다. 임창용 투수 같은 역동적인 투구폼이 좋아서 이 번호를 좋아하게 된 것 같다. 실제로 임창용 투수는 내 롤 모델이기도 하다. -앞으로 목표는. 언젠가 한 팀의 대표적인 마무리 투수가 되고 싶다. 하지만 당장 올해는 부상없이 1군에 진입해 던지고 싶다. 1군 무대는 아직 현실적으로 와닿지 않는다. 하지만 1군 마운드에 서면 재미있을 것 같다. 어릴 때부터 관중이 엄청 많은 곳에서 경기하는 것이 꿈이었다. 아버지께서 올해 신인왕 하라고 하셨다. 그럴려면 10승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나. 외동 아들이라 힘들게 일하고 계시는 아버지를 위해 꼭 성공하고 싶다. letmeou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