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축년 새해를 맞아 본지에서는 유난히 다사다난했던 2008년을 되짚어보고, 장기화조짐을 보이고 있는 경기침체로 위축된 소비심리가 살아날 수 있는 시기를 업계 각 대표들의 의견을 통해 전망해봤다. -편집자 주
지난 2008년도는 여행업계에 있어 암울한 한 해였다. 연초부터 시작된 악재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성·비수기 개념을 나누는 일 조차 무색해질 만큼 전 지역에 걸쳐 여행객들의 소비심리가 얼어붙었다.
2008년 한해를 돌아보면, 1월부터 업계의 가장 중요한 상품지역이었던 중국이 대폭설로 불운을 알렸고, 곯을 데로 곯다가 터져 나온 3월 티베트 사태, 이후 5월 쓰촨성 대지진과 잇따른 여진 소식이 여행객들의 발길을 돌리게 했다. 여행업계는 9월 베이징올림픽으로 여행 수요가 촉진될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 측의 엄격한 비자 발급으로 인해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동남아지역도 사건이 속출했다. 5월 미얀마 사이클론과 8월 태국폭동, 11월 인도네시아 테러 등으로 성수기 시즌 효자노릇을 했던 관광지들이 연달아 여행 경보 지역으로 등극하면서 여행객들의 발길을 막았다.
개별여행시장으로 뜨거웠던 일본은 독도 망언 문제가 불거져 나와 개별 수요는 물론 학단 및 수익성이 높은 인센티브 단체 수요까지 얼어붙게 만들었다.
끊이지 않는 사건사고
외부에서 발생한 굵직굵직한 사고 외에도 연초부터 치솟은 국제유가로 유류할증료가 항공료보다 지역에 따라 크게는 2배 가까이 높게 책정되는 등 웃지 못 할 상황이 속출하기도 했다.
지난해 2월20일 국제 유가(WTI 기준)가 배럴 당 100달러를 돌파, 급속한 상승곡선을 그리면서 7월11일을 기준으로 147.27달러까지 올라 ‘유가 200달러’ 시대가 도래한다는 일각의 전망에 신빙성을 더했다. 여기에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한 부동산 침체 여파가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데 이어 월스트리트 발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금융위기가 곧바로 실물경제 추락으로 이어졌다.
미국, 중국을 필두로 한 전 세계적인 산업 침체로 석유 재고량이 증가하기 시작하면서 유가는 12월19일 배럴당 32.40달러까지 떨어지는 등 안정세로 접어들었으나 환율이라는 복병은 쉽사리 잡히지 않고 있다.
현재 여행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로 여겨지고 있는 것은 바로 널뛰듯 움직이는 환율.
3월부터 조금씩 오르기 시작하던 환율이 9월 이후 3개월여 간 요동을 치며 위협해 여행업계는 환차손에 따른 막대한 손실을 떠안아야 했다. 게다가 오르내림 폭이 불안정해 여행사들은 소비자를 설득해 상품가에 환차를 반영하는 과정에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랜드사에서 마이너스 투어피로 행사를 진행하고, 여행사에서 초특가 상품을 내놓고, 항공사에서 유가를 반영한 항공료를 내놔도 원화가치 하락으로 현지에서 소비하는 여행객들의 여행경비가 한국 경제의 현실을 체감할 수 있을 정도여서 당분간은 소비심리가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여행업계 최대화두 ‘환율’
여행업계에서 가장 문제시 되고 있는 환율. 과연 그 적정선은 어디까지일까?
바로 한 달 앞도 보이지 않는다는 암울한 경제상황에 처해있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비교적 긍정적으로 전망하며 소비자들의 여행심리와 더불어 여행업계도 생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익선을 원·달러 당 1200원선으로 제시했다.
이는 소비자들도 이미 원·달러 환율의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졌던 1500원선 붕괴를 지켜봤으므로 과거 900원선을 조금 웃도는 환율을 기대하기보다는 1200원 정도면 소비가 가능한 수준으로 받아들인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또한 여행사에서도 최소한의 수익을 바라볼 수 있어 행사진행에도 무리가 없는 마지노선을 1200원대로 잡고있다.
이는 여행사, 랜드사를 비롯해 달러베이스로 지불하는 항공 GSA업체, 외항사 한국 사무소 등에서 공통적으로 내놓은 적정 환율선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안정된 환율이 지속돼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1300원선에서라도 그 수준에서 장기간 유지된다면 소비자들은 환율에 적응하고 상품을 구매한다는 설명이다.
10여개가 넘는 외항사의 GSA 업무를 맡고 있는 공경식 월드윙즈에이엔티 부사장은 “환율이 완만하게 오른다면 송출규모는 줄겠지만 손실은 줄지 않는다”며 “IMF 이후 1400원이었던 시기도 있었지만 그 때보다도 지금처럼 급작스럽게 요동치는 상황이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원화로 받아서 외화로 송금하는데도 시간차에 따른 환차손이 발생해 상용노선을 개척하는 등 대안을 강구할 수 없는 상황에서 피해가 더욱 컸다”고 답했다.
모두투어는 지난달 22일 발표한 ‘2009 사업계획’에서 패키지 송출인원 62만명, 매출 962억원을 올해의 경영 목표치로 수립했다. 이는 올해 경제 전망치 평균, 즉 환율 약 1200원을 기준으로 한 목표이며, 지난 97년부터 약 10년 동안의 출국자수와 환율, GDP 등을 측정·분석해 회귀분석을 통해 산출된 결과라고 밝혔다. 모두투어의 자체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통해 올해 환율이 1250원 정도로 유지될 것으로 가정할 때, 출국자수는 1000만명이 조금 안되는 수치에 머무를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홍기정 모두투어 사장은 “하반기 이후 경기 회복을 예상하는 전망에 따르자면, 상반기에는 1250~1300원 수준에 머무르다가 여름성수기 이후 1200원 이하로 떨어지면서 점차 안정세를 찾아가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밝혔다.
또 홍 사장은 “급격한 환율변동이 오히려 큰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며 “2007년도 수준(2007년 12월 기준 약 930원)의 안정적인 환율로 유지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천만명 이상 출국이 관건
지난해 말부터 FIT 홀세일 사업을 본격화한 내일여행의 이진석 대표는 적정 환율 수준을 1150원으로 전망했다. 이 대표는 “1150원 정도가 여행객들의 심리적인 마지노선”이라고 밝히면서 “환율이 지난해처럼 1300대를 상회할 경우 아웃바운드에 큰 어려움이 있고, 2007년처럼 900원대에 머무르면 인바운드가 힘들기 때문에 1150원 정도가 인·아웃바운드가 모두 살아나는 적정선일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환율이 내년 늦은 하반기부터 안정되더라도 소득 수준이 높은 여행객을 대상으로 하는 고가 상품과 배낭여행 상품을 제외한 중저가 패키지 상품은 더디게 소비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영민 세계투어 이사는 “1200원은 2~3년 전 환율”이라며 “이때의 관광통계를 보면 1100만명 정도가 출국했으며, 800~900원일 때 1300만명이 출국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국내 시장 규모에서 1000만명 이상이 나가면 여행사가 선전하는 데 무리가 없다는 평가다.
반면 권희석 하나투어 사장은 “환율이 여행시장에 있어 큰 문제이긴 하지만 국가적으로 경기 자체가 위축돼 쉽게 소비할 수 없는 상황이 더욱 큰 문제”라며 “오히려 하나투어는 지난해 대비 전체적인 지역에서 모객율이 감소했으나 그중 1500원대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 지역이 다른 지역에 비해 모객율 감소폭이 적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권 사장은 “적정 환율수준은 1000~1100원 정도로 생각하지만 현재의 상태 그대로라도 유지된다면 언젠가는 고객도 적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제불황 터널의 끝은?
현재의 경제상황에 대해서 대부분의 여행사 대표들은 올 한 해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적 석학이나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오바마 정부가 안정적으로 착륙해 경기 상황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미국 경기는 상반기 넘어서면서 바닥을 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어 소비심리나 정책들이 미국시장에 효과를 나타내기까지의 소요 시간을 6개월 정도로 보면 우리 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쳐 한국 소비자들의 소비심리가 정상궤도에 들어서는 시기는 내 후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행사들은 서비스 강화 등 내실을 다져 장기적인 관점에서 준비해 2010년부터 있을 발권수수료 제로 시대도 함께 대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글 : 여행미디어 김승희 기자 bom@tourmedia.co.kr 박은경 기자 eun@tourmedia.co.kr]
[OSEN=생활경제팀]osenlif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