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선 유지 VS 과감한 투자·홍보
개별여행시장 선점위해 가격경쟁 불가피
2008년은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인해 세계 유수의 항공사들간 인수 및 합병 과정을 거치며 탄력적인 재편 움직임을 보였던 해였다. 본지에서는 지난호에 이어 2008년 항공업계를 정리하는 한편,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양 국적 항공사를 비롯한 각 항공사들이 바라본 2009년 전망과 기축년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2008년은 상반기 고유가와 하반기 외부 금융위기에 취약한 모습을 드러낸 한국 경제로 인해 항공사들이 맥을 못 추는 한해였다.
지난해 3월 미국 알로하를 필두로 세계 35개 항공사들이 도산했으며, 올해에도 30여개 항공사가 문을 닫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성장추세에 있던 중국 항공사들도 정부에 도움을 청하지 않으면 위태로운 상황에 놓인 것으로 전해진다.
신화통신에 의하면 중국 정부는 현재 경영 악화로 위기에 봉착한 동방항공과 남방항공에 각각 30억위안의 자금지원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항공사와 에어차이나 등 3대 중국 국영 항공사 간 임원 인사이동 단행과 더불어 정부의 공적 자금 투입이 잇따르면서 강력한 구조조정도 임박했다는 관측이다.
또한 상대적으로 사정이 나은 업체가 경영난에 허덕이는 경쟁업체 인수에 적극 나서면서 시장의 판도 변화를 이끌고 있다. 델타항공의 노스웨스트 인수로 세계 항공사 순위의 정상 탈환이 예고되고 있으며, 결렬됐지만 영국 브리티시항공과 콴타스항공도 최근까지 합병을 추진해왔다. 이보다 앞서 독일 루프트한자항공도 벨기에 브뤼셀항공 지분 및 오스트리아항공·영국 BMI항공을 인수했다.
국내적으로는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급감으로 국내 저가항공사들도 위기에 처해 인천시와 태국 타이거항공의 합작 저가항공인 인천타이거항공의 출범을 저지, 설립이 중단된 사례도 있었다. 여기에 한성항공의 운항중단, 영남에어의 부도 발표 등으로 항공업계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대기업을 등에 업어야만 저가항공사 운영이 가능하다는 평가가 이뤄지기도 했다.
3월 보릿고개, 하반기 희망적
항공업계는 올 하반기쯤 경기가 다소 풀릴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상반기까지 경기 최저점을 찍고 오르는 전환점의 의미로 풀이된다. 또한 3월은 여행 비수기 시즌이어서 가장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부진이 원인이기는 하나 한때 배럴당 140달러를 넘어섰던 유가가 4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어 업계 일각에서는 올해까지 유가가 70달러 정도에서 유지될 것으로 전망됐다. 환율도 1250~1300원 선에서 안정세를 되찾을 것으로 예측되면서 여행심리도 한층 살아날 것으로 보고 있다.
외부적인 악재들도 여행 수요 감소에 영향을 미쳤지만 지난해 여름 시즌 이후부터 일반인들이 경기불황을 체감하면서 6개월여 해외여행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국내여행으로 대체할 수 없는 해외여행의 특성을 고려, 환율과 유류할증료 등에 대한 부담으로 해외여행을 떠나지 못해 잠재된 수요들이 올 상반기 이후 점차 증가할 것으로 항공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위기관리’가 관건
힘들게 지난해를 넘긴 국내 양 국적 항공사는 2009년을 대비해 ‘위기관리 능력에 대한 제고’에 주력할 의지를 피력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항공업계가 합병과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 예측하며, 신년사를 통해 국내외 경영환경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위기관리 능력 제고에 주력할 것을 당부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올해 경영방침을 ‘안정 및 성장 기반 정착’으로 정하고 최선과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분명한 목표를 설정해 위기를 극복하고 수요 감축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전사적인 위기관리 역량을 제고해야 함을 강조했다.
대한항공은 오는 3년까지 총 25대의 항공기를 도입하고, 중국내 사업 확장과 더불어 신규 투자를 늘리는 등 올해 계획했던 사항들을 차질 없이 진행한다. 또한 올해로 40주년을 맞아 다양한 이벤트도 준비하고 있다. 이밖에도 신 시장개척 차원에서 텔아비브 노선을 꾸준히 운항하며, 오는 5월 계획했던 보잉777-300ER 기종 도입도 순차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은 일본 시즈오카의 신규취항을 제외하고는 기존 노선 운영에 주력할 예정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오는 3월 유류할증료는 현재보다 1단계 이상 떨어질 예정이어서 대중에게 유류할증료는 더 이상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아직은 환율과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이 문제이므로 장기적인 안목으로 2009년을 준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어텔 등으로 개별여행자 공략
점점 확대되고 있는 개별여행 시장에 대비해 항공사들은 이들 수요 창출에 집중하고 있다.
개별 수요가 많은 전일본공수는 지난해 실적이 2007년 정도 수준을 유지했다. 이에 올해에도 개별여행 대리점을 집중 관리해 지난해 실적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또한 일본 본사 측에서 4월1일부터 김포~오사카 노선 운항을 검토 중에 있어 한국사무소는 관서지역 증편에 주력하면서 본사차원의 노선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출범한 홍콩엑스프레스도 현재 90%를 넘는 패키지 수요 비율을 70%대로 낮추고 개별 수요를 끌어들이기 위해 가격경쟁력을 갖춘 에어텔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홍콩 뿐 아니라 마카오, 심천 수요까지 접근해 인지도 높이기에 주력할 방침이다.
오는 2월안으로 새 지점장이 결정될 타이항공은 겨울방학 시즌인 1월, 가족단위 여행객을 유도하기 위해 유류세 포함, 50만원대의 저렴한 요금을 선보이고 있으며, 개인요금도 그룹가격 수준으로 낮출 계획이다.
중국민항 중 점유율이 높은 동방항공은 수요가 낮으면 기종을 교체하거나 운항을 취소하는 등의 방식을 취할 예정이다. 또한 올해를 공격적인 영업을 피하고 서비스 강화 등 내실을 다지는 기간으로 잡고 있다.
베트남항공은 개별여행 수요 창출과 더불어 나트랑 등 중부지역을 꾸준히 알려 패키지 수요 창출에도 힘쓸 예정이다. 또한 홍보를 강화해 지방수요까지 끌어들이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여기에 세계적 경기불황 상황을 반영해 베트남 호텔연합회는 베트남의 호텔가를 20% 정도 인하하기로 해 에어텔 상품을 준비하고 있는 베트남항공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세부퍼시픽항공은 에어텔 판매, G마켓과 공동 온라인 마케팅 추진, 좌석의 15%를 얼리버드 요금제로 판매하는 등 개별여행 수요 창출에 주력할 계획이며, 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도 지난달 에어텔 프로그램 '가루다 오리엔트 홀리데이(GOH)'의 한국 런칭으로 개별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전망이다.
남아프리카항공은 오는 4월 에어버스 기종 6대 추가 주문과 함께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주 3회 신규취항 계획을 세우고 있어, 다양한 중남미 상품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과감한 투자로 인지도 높여
반면 과감한 투자를 통해 인지도를 구축하려는 항공사들도 다수 눈에 띈다.
지난해 6월 인천~누메아 간 운항을 시작한 에어칼린은 인지도 확립을 위해 최대 50% 가격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등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이에 올해도 토요일 운항 등 스케줄 변경과 함께 마케팅에 집중 투자할 계획을 세웠다. 토요일 오전편의 경우 리턴 복편을 일본 오사카 경유 항공을 이용해 가족 및 개별여행자 뿐 아니라 허니문 수요 증대도 기대하고 있다.
터키항공은 4월부터 주 4회 증편을 계획 중이며, 신규 취항 편부터 한국인 승무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또한 홍보대행사를 선정해 터키항공 알리기에도 주력한다.
월드윙즈에이앤티는 한국총판매대리 업무를 맡았던 항공사들의 직항화를 준비하고 있으며, 전세기편의 정기편 구축으로 한국 시장에 안정적인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2011년경 연매출 850억~1500억 이상의 수익을 창출한다는 목표를 정했다. 이에 타 저가항공사 대비 5% 가량 저렴한 항공료로 가격경쟁에 있어 우위를 선점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어 얼어붙은 수요를 움직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 : 여행미디어 김승희 기자 bom@tourmedia.co.kr 박은경 기자 eun@tour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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