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황당한 요구’ 대책마련 고심
항공기 탑승 후 이륙 직전 하기(下機:비행기에서 내림)요구를 하는 사례가 매년 상당수 발생하고 있어 다른 승객과 항공사에 큰 피해를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항공은 지난 18일 항공기 탑승 후 하기한 승객은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38건으로 월 평균 8건씩 발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의 경우 항공기 탑승 후 하기한 승객은 113건에 달한다.
하기는 응급환자 발생이나 비행공포증 그리고 기내소란 등 불가피한 경우 취해지는 조치이나 일부 승객들의 경우 ‘여정이 취소됐다’, ‘자동차 열쇠를 꼽아놓고 왔다’, ‘서류를 놓고 탑승했다’, ‘집 열쇠를 잊었다’, ‘복용하는 약을 챙기지 못했다’ 등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하기를 요구하는 탓에 항공사들의 속을 태우고 있다. 사실 지난해 발생한 하기사례 113건 중 47건(42%)과 올해 38건 중 22건(58%)이 승객들의 지극히 개인적인 사유로 드러남에 따라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승객이 항공기에서 내릴 것을 강력 주장할 경우 항공사는 절차에 따라 하기를 진행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다른 승객의 소중한 시간은 물론 항공사에 막대한 물적인 피해를 입히게 된다. 항공기가 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이동하는 중 하기를 주장하는 승객이 발생할 경우 항공기는 탑승구로 다시 돌아가게 되며, 탑승한 모든 승객은 자신의 모든 짐을 들고 내려야 한다.
또한 테러를 목적으로 폭발물 등을 설치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공항 보안관계기관 직원과 승무원이 하기를 요청한 승객 좌석 주변을 중심으로 객실 전체를 검색하고 이상이 없을 경우에만 승객들의 재탑승이 이뤄진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무분별한 일부 승객의 하기로 인해 국제선의 경우 적게는 30분에서 최대 2시간까지 출발이 지연돼 다른 승객들이 목적지에서 연결 항공편을 놓치는 등 여행 스케줄에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된다”며 “항공사도 운항시간 지연으로 인한 재급유, 추가 지상조업 등 불필요한 손실을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항공기가 출발 후 탑승구로 되돌아오는 경우 인천~LA를 운항하는 보잉747-400항공기의 경우 손실액은 325만원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본지 취재결과 외국적 항공사들의 경우 하기사례는 아직 발생하지 않았으며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올해 국내선 7건, 국제선 7건 등 총 14건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무분별한 하기 승객의 항공권도 환불 및 출발일 변경이 가능하며 구간변경만이 불가능한 것으로 조사됨에 따라 현재 승객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책임을 전가하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한항공은 무분별한 하기가 다른 탑승객에게 피해를 주고 항공사에도 막대한 손실을 입힘에 따라 사회 통념상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한 하기에 대해서는 손해 배상 등 책임을 적극적으로 물을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주)여행미디어 주성희 기자 www.tour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