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부터 다시 출발, 갈 길 멀지만 희망은 있다
대한항공이 ‘2010년 항공권 발권수수료 자유화 도입’을 선언한 지 꼭 1년 됐다. 2007년 12월 대한항공이 발권수수료를 9%에서 7%로 인하한 후 지난해 7월1일 발권수수료 자유화 시행을 공식 발표하기까지 여행사와 항공사는 첨예화된 갈등을 겪어왔다. 한국 실정에 맞는 TASF제도 도입이 발권수수료 폐지의 유일한 대안으로 논의되는 현재, 불과 반년 앞으로 다가온 제로컴 시대를 바라보는 여행업계의 시각을 모아봤다.
‘항공사 발권수수료 폐지…여행사 중소업체 줄도산’ 지난 4월2일 조선닷컴에 보도된 기사 제목이다. 전 세계적인 극심한 경기침체와 환율급등에 이어 신종플루라는 악재까지 겹치며 불황의 늪에서 좀처럼 헤어나오기 힘들었던 여행업계의 지난 1년여를 돌아볼 때, 이 기사의 제목은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여행업계는 심지어 6월 말까지만 해도 7~8월 성수기 시장을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었다. 다행히 그동안 위축됐던 여행심리가 서서히 풀리는 가운데 여름 성수기를 맞이해 한 고비를 넘어섰다고 할 수 있지만 앞으로 6개월 후 도래할 제로컴 시대 이후 시장 상황은 다시 미궁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특히 국내 중소여행사들 대부분은 매출의 70% 이상을 발권수수료 수익에 의존하고 있어 발권수수료가 없어지는 내년 1월부터는 존폐기로에 몰리게 된다. 더욱이 제로컴에 대비한 유일한 수입원이자 대비책으로 간주되는 TASF제도의 도입마저 현재 원활히 진행되고 있지 않는 실정이라 여행업계는 또 한번 큰 난관에 봉착할 것으로 예고된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최선을 다해 여행업계와 함께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지난 8일 본지를 통해 밝혔다.
대한항공은 과거 해외여행객들이 항공권 구매 시 여행사에 의존했던 것과 달리 현재 인터넷을 통해 간편하게 항공권을 구매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선진국 항공사들은 소비자들에게 공정한 수익을 돌려주고자 2000년대 초부터 수수료 자유화를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세계적 추세에 발맞춰 대한항공은 내년에 발권수수료 자유화를 시행하기에 앞서 올해 여행사와의 상생관계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BSP 담보정산기간과 담보산정주기를 주도적으로 단축, 여행사의 재정부담을 크게 경감시키고 신용카드 전자인증시스템을 여행사에 제공함으로써 업무 개선과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
대한항공은 “발권수수료 자유화에 대비해 현재 여행업계가 추진 중인 TASF시스템을 통해 국내 여행업계가 선진화되는 전환점을 맞을 것을 확신한다”며 “특히 여행사가 고객에게 예약 등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고 받는 서비스피가 여행사의 새로운 수입원으로 정착함으로써 이로 인해 여행상품이 더욱 다양해지고 전문화돼 여행사를 찾는 고객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한항공은 여행업계의 새로운 제도 도입에 대해 고객들에게 잘 인지시키고 알려 조기에 정착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임을 강조했다. 때문에 고객 서비스를 강화하고 노력하는 여행사를 위해 인센티브 제공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다양한 판매지원 정책을 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여행업계는 제로컴 시행과 관련해 다양한 타개책을 모색 중이다.
하나투어는 지난 5월11일 대리점 대상의 새로운 B2B 항공 발권요청 시스템을 오픈, 항공발권시스템의 자동화를 통해 업무 효율화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하나투어의 발권시스템은 대리점 직원이 직접 여행매니저에 접속해 예약코드를 생성하고 하나투어에 발권을 의뢰하는 시스템으로, 대리점에서 직접 세금과 할증료, 여정, 영문이름 등의 예약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토파스 230만개의 요금 데이터베이스와 자동매치를 통해 발권 요청한 예약의 요금이나 규정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
또한 가상계좌를 통해 실시간 입금 확인이 가능하며, 본인 확인이 가능한 카드인증기능을 통해 3자 카드 도용 및 대체발권사고를 방지하는 시스템도 갖춘 것이 장점이다.
하나투어는 새 발권시스템을 통해 대리점과 하나투어의 항공업무 프로세스를 효율화하고 최적화해 급변하는 시장에서 지속적인 경쟁력을 확보해나간다는 계획이다.
노랑풍선은 고객 만족을 위한 직원 서비스교육 강화와 경쟁력 있는 상품개발에 주력할 방침이다. 노랑풍선은 제로컴 시행으로 여행사의 수익이 현저히 줄어들겠지만 더욱 전문적인 지식과 친절함으로 무장한 직원들의 여행상담 컨설팅을 통해 고객에게 보다 큰 만족을 제공한다면 서비스피 등의 별도 요금이 부과된다고 해도 경쟁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노랑풍선 관계자는 “일반 생산물품의 기본원가에는 재료비와 인건비 등이 당연히 포함되지만 여행상품의 원가에는 인건비가 포함되지 않는다”며 “여행사가 상품을 구성하고 판매하며 취하는 수익이 과도하다는 잘못된 안식이 있는데 여행상품에서도 인건비(서비스피)가 정당하게 원가로 인식되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2010년 제로컴 시행 이후 경쟁력 없이 단순히 항공권과 여행상품을 대행 판매하는 업체들은 설 자리가 더욱 좁아질 것”이라며 “경기침체와 더불어 여행사들의 개편이 가속화됐는데 앞으로 더욱 전문성을 겸비한 경쟁력 있는 업체들만이 살아남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자유투어 역시 고객 서비스 강화를 첫 번째 대비책으로 꼽았다. 자유투어는 고객의 편익을 증진시키기 위한 ‘원스톱 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데이터베이스를 확보, 시장을 확장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온라인 마켓 플레이스 등 다양한 툴을 통해 판매 채널을 확대한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모두투어는 제로컴 시행으로 인한 수익 감소를 인바운드와 국내여행 부문을 강화 등 수익채널 다양화를 통해 극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제로컴의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서비스피, 볼륨인센티브 등의 제도 도입은 어느 한 여행사의 주장만으로는 진행될 수 없기에 협회 차원에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피력했다.
한진관광은 2010년 제로컴에 대비한 태스크 포스트 팀을 구성해 대처방안을 오랫동안 검토해왔으며 이와 관련해 동종업계 및 이종업계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한 시장 확대를 최우선으로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한진관광 관계자는 “제로컴 시대에는 몇몇 소수 메이저 여행사가 주축을 이루며 업계를 리드할 것으로 보이며 볼륨의 경쟁시대로 변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레드캡투어는 “제로컴 시행 이후 당장의 타격은 피할 수 없겠지만 제도 도입 초기의 어려운 시간을 슬기롭게 대처한다면 또 다른 수익모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제로컴으로 많은 업체들이 힘든 시기를 겪게 될 것은 자명하며 이로 인한 업계 구조조정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롯데관광은 TASF제도의 성공적인 정착을 기대했다. 롯데관광 관계자는 “TASF의 제도화 없이는 업계가 자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전무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여행미디어 주성희 기자 www.tour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