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봉에 오르니 울릉도가 한눈에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0.06.10 17: 42

-이브닝 독자 울릉도 요트투어
[이브닝신문/OSEN=김미경 기자] 행복충전 이브닝신문은 지난 5월19일 창간2주년을 맞아 독자들과 울릉도·독도 및 요트여행 기회를 가졌다. 총 5명의 애독자와 지난달 21일부터 4박5일간의 여행일정을 꼬박 함께 했다. 비가 와 궂은 날도 있었고 생애의 첫 요트승선에 벅찬 마음을 나누기도 했다. 창간2주년을 동고동락해준 독자분들께 감사의 말을 전한다. 이날 함께 한 김윤홍·신세인· 김상완씨 등 총 3분의 여행기를 담았다. 울등도의 다채로운 모습이 글에 고스란히 담아 있다.
◆“싱싱한 회와 소주한잔…시름도 훌훌”

반복되는 일상 속 하루 고된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전철입구에 놓여진 석간 이브닝신문을 무심코 집어들었다. 누구나 일상의 탈출을 꿈꿔 보고 이리저리 틈을 엿보지만 여의치 않은 게 현실. 마침 이브닝지의 울릉도·독도 여행체험의 기회가 눈에 꽂혔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자꾸 새로운 모험에 도전하고 싶은 것은 또 다른 나를 찾고 싶어서일까. 혹 새로움에 대한 열정이 몸속에 꿈틀대고 있기 때문인가. “당첨이다!”
하루 한번 출발한다는 후포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늦은 밤바다의 파도소리에 귀 기울여본다. 이른 아침 가벼운 조깅을 하며 둘레둘레 한적한 후포항을 배회도 했다. 저 멀리 바다에서 가뜩 잡아올린 홍게의 하역을 돕는 지친 어부들의 모습과 물메기를 놓고 흥정하는 모습들을 바라보며 요트대회를 준비하는 선수들의 바쁜 움직임을 마음으로 나눠도 본다.
 
 
국내 최대의 범선인 ‘코리아나’를 타고 눈앞에 펼쳐지는 국제요트대회의 장관은 연신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게 했다. 울릉도 깊은 계곡 별장에 짐을 풀고 일행과 함께 처음으로 성인봉에 올랐다. 나리분지가 손에 닿을 듯한 절경이다. 이 또한 기쁨이요 행복이리라. 하산 길에 도동항에서 저동항으로 가는 해안산책로. 천혜의 절벽을 걸으며 펼쳐지는 장관에 자연예찬론자가 된다.
늦은 시간 저동해변가에서 싱싱한 회에 소주 한 잔 기울이니 이브닝 신문에 감사할 따름이다.
밤새 때 아닌 장대비가 내릴 때는 오후 일일관광택시를 렌트해 한적한 해변 길을 달렸다. 거북바위, 마귀바위, 사자바위, 곰바위 등. 구구절절한 사연 없는 바위는 없었다. 구비구비 나리분지에 올라 유래를 들어보고 감자부침전에 토속막걸리 한잔도 걸친다. 대회 마지막 날에는 대아리조트에서 시상식이 치러졌다. 문득 크루가 되고 싶은 마음이 용솟음쳤다. /글=김윤홍(55‧서초구 방배동)
◆“요트 매력적인 스포츠로 다가왔다”
후포 요트경기장 앞에서 이브닝신문 식구들과 범선을 만났다. 한국유일의 범선 코리아나 호는 거대하지만 민첩해 보였다. 요트협회직원들은 분주하게 움직였고 한 방송국에서는 코리아나호의 정채호 선장을 인터뷰하고 있었다. 대회운영본부의 배에 일반 관광객이 탑승하는 것은 최초였기에 여행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휴가철에 늘 찾았던 동해는 요트의 등장에 이국적이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요트의 디자인과 움직임을 살피다보니 어느덧 해가 저물고 있었다. 어둑어둑해진 순간에도 요트의 항해는 계속됐다. 요트에 있는 선수들은 범선에 있는 우리를 향해 환호했고, 우리는 영화 속에서나 보던 세련된 요트에 넋이 나갔다. 곧 정신을 차리고 선수들을 격려했다. 1구간 경기의 첫날! 바람, 바다, 태양을 즐기며 항해하는 요트의 매력에 홀딱 빠져버렸다.
 
 
다음날에는 성인봉에 올랐다. 울릉도에서의 산행은 특별했다. 산 주변에는 명이나물, 삼나물, 고사리 등이 가득했고, 더덕향에 발을 멈추기도 했다. 정상에 다다르자 동해가 펼쳐졌다. 나리분지, 저동항, 죽도, 도동항 등 울릉도 전체가 한 눈에 펼쳐졌다.
 
독도박물관도 방문했다. ‘독도는 우리 땅’ 노래는 알고 있지만 사실 독도에 대해서는 무지했다. 그저 우리 땅이라고 소리만 치는 것에 익숙해 독도를 어떻게 지킬 것인지에 대한 대안도, 지식도 부족했다. 국내외로 수집된 객관적인 자료들을 살펴보며 독도수호에 한 발짝 다가간 셈이 됐다.
요트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세계, 마피아나 엄청난 부를 가진 사람들만 즐기는 것이라고 여겼었다. 하지만 요트를 가까이서 지켜본 후 매력적인 스포츠라고 느끼게 됐다. 저렴한 가격으로 요트세일링을 할 수 있다고 하니 이번 기회를 계기로 요트에 도전장을 내 볼 생각이다. /글=신세인(25·송파구 문정동)
◆“거북바위, 제주도 용두암 저리가라”
도동에서 뻗은 해안일주도로를 따라 시계방향으로 걷는다. 머리꼭대기에 태양을 걸어놓고 도동을 둘러싼 고개를 넘는다. 고개를 넘자 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 바다와 하늘을 구분할 수 없는 푸른 배경은 등허리에 맺힌 땀방울마저 시원하게 씻겨준다. “아~ 여기가 울릉도구나” 탄성의 순간도 잠시. 여행은 곧 현실이 된다. 인적 뜸한 도로에서 ‘나’와 울릉도, 텅 빈 ‘무념’의 단계가 발걸음에 맞춰 교차한다. 이 맛, 이 허허로운 맛이야말로 끈적끈적한 땀을 능가하는 걷기의 매력이 아닐까.
 
도로를 따라 이어진 해안절벽의 위세는 장난이 아니다. 구멍 뚫린 시커먼 현무암의 절벽들이 나를 작게 만든다. 설악산이 여기고, 북한산이 저긴가 싶다. 살짝만 건드려도 바스라질 것 같은 아슬아슬함이 어깨를 긴장시킨다.
 
 
제주도의 용두암을 생각나게 하는 거북바위에 도착한다. 바위 자체의 위용보다는 저녁시간을 알리며 서쪽으로 지는 해를 등진 그 명암이 더 인상 깊다. 마치 커다란 바위를 기어 올라가는 거북이의 형상이랄까. 그후 몇 개의 터널을 지나 남양 몽돌해수욕장에 도착했다. 해수욕장이라고는 하지만 고운 모래사장이 아니라 자갈과 돌로 이뤄진 해수욕장이다. 해변에 깔린 자갈 사이로 방파제용 삼발이가 불쑥 박혀있는 것이 조금은 을씨년스럽게도 보인다.
울릉도를 한 바퀴 반, 트위스트로 엮으며 땀으로 둘러본 일정. 피곤한 몸이었지만 그 만큼 더 오래 기억에 남을 듯싶다. 한창 공사 중인 일주도로와 이를 둘러싼 푸른 파도소리. 성인봉의 의연함과 긴~하산 길. 내 몸을 둘러싼 땀과 바람의 소리 없는 전쟁…. 이 모든 것이 올 여름을 장식할 최고의 피서라고 되뇌어 본다. 그리고 울릉도를 통해 스쳐간 사소하지만 깊은 인연에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글=김상완(30·노원구 상계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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