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태의 WC 돋보기]파라과이, 확실한 공격 패턴 있어야 8강 이상 가능
OSEN 조남제 기자
발행 2010.06.21 10: 40

[6월 20일 파라과이-슬로바키아(F조), 블룸폰테인]
 
이번 월드컵은 유독 선수비, 후역습 전술이 자주 보이는 것 같다. 하지만 파라과이는 공격이 최선의 수비라는 모토로 '전진 수비'를 펼쳐 슬로바키아에 기분 좋은 승리를 거두며 16강 진출에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파라과이는 아르헨티나와 유사한 팀 컬러를 갖고 있다. 공격수 개인에게 의존하는 공격과 전체적인 압박을 강조하는 수비가 그것이다. 하지만 파라과이는 아르헨티나보다 그 수비 전술의 정도가 훨씬 짜임새 있고 독특하다.
파라과이는 상대방의 선수가 볼을 잡으면 일단 한 명의 선수가 적극적으로 달라붙는다. 그리고 팀 동료가 그 주변을 포위하며 인터셉트를 노린다. 즉, 수비수가 상대방의 볼을 직접 빼앗기보다는 강한 압박을 통해 상대방의 부정확한 패스를 유도하고 이를 가로채는 것이 파라과이 수비의 핵심이다.
하지만 이러한 수비는 말처럼 간단한 것이 아니다. 일단 포메이션을 지키며 공간을 막는 수비가 아니기 때문에 선수들의 이동량이 많고 체력적인 부담도 크다. 그리고 상대방에게 압박을 가하는 선수가 드리블 돌파를 당한다면 수비 진영이 붕괴될 가능성도 있다.
물론 파라과이 선수들의 수비는 압박을 가하되 무작정 달려들기 보다는 상대 공격 템포의 지연을 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쉽게 돌파당하지 않는다. 이것이 슬로바키아가 제대로 된 공격을 시도하지 못한 이유다. 
반면 파라과이에 아쉬운 점은 제대로 된 공격 전술의 부재다. 산타크루스와 베라의 이타적인 플레이에 힘입어 승리를 거뒀지만 16강 토너먼트 이후 강팀과 상대할 때는 보다 확실한 공격 패턴이 필요할 것이다.
물론 아르헨티나 공격수들 정도라면 특별한 전술이 없어도 개인기술과 2대1 패스 등의 부분전술만으로도 상대 수비진을 뚫을 수 있겠지만 파라과이 공격수들의 수준으로는 16강 이후 강팀을 만났을 때 확실한 공격 패턴 없이 골을 기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월드컵의 묘미는 대회가 진행될수록 참가국들의 조직력이 강해진다는 것이다. 파라과이는 이미 완성된 조직력을 갖추고 있기에 조별리그서는 좋은 경기를 펼쳤지만 16강에서 보다 발전된 공격 전술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그 이상의 성적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다.
반면 슬로바키아는 16강 진출을 위해 파라과이를 꼭 이겨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무기력한 플레이만 반복했다. 슬로바키아의 공격을 전개해야 하는 함식이 파라과이의 강한 압박으로 인해 부진했기 때문에 공격의 활로를 찾지 못한 것이 그 패인이라 할 수 있다.
슬로바키아의 3차전 상대가 이탈리아임을 감안하면 적극적인 공세를 펼칠 것이라 예상했는데 오히려 파라과이가 공격적으로 경기를 지배했다. 슬로바키아 감독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경기가 진행될 때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파라과이는 공격적인 전진 수비에 이은 인터셉트가 주효하면서 어려운 위기 없이 2-0 완승을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경기 양상을 지켜볼 때 파라과이는 보다 많은 득점을 기록할 수 있었다.
파라과이가 아르헨티나나 브라질과 같은 강호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찬스가 났을 때 그것을 골로 연결시키는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팀의 짜임새로 보면 가장 완성도 있는 팀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파라과이를 8강, 4강팀으로 예상하기에 망설여지는 것이 바로 확실한 공격 패턴의 부재 때문이다.
파라과이가 3차전서 만날 뉴질랜드는 공격 전술을 훈련하기에 최적의 상대다. 파라과이의 전체적인 팀 전술은 상당히 안정적이기 때문에 뉴질랜드를 상대로 완승을 거두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이번 월드컵에서 파라과이의 돌풍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OSEN 해설위원(FC KHT 김희태축구센터 이사장, 전 대우 로얄스 및 아주대 명지대 감독)
<정리> 김가람 인턴기자
■필자 소개
김희태(57) 해설위원은 국가대표팀 코치와 대우 로얄스, 아주대, 명지대 감독을 거친 70년대 대표팀 풀백 출신으로 OSEN에서 월드컵 해설을 맡고 있습니다. 김 위원은 아주대 감독 시절 서울기공의 안정환을 스카우트했고 명지대 사령탑으로 있을 때는 타 대학에서 관심을 갖지 않던 박지성을 발굴해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로 키워낸 주역입니다. 일간스포츠에서 15년간 해설위원을 역임했고 1990년 이탈리아 대회부터 2006년 대회까지 모두 5차례의 월드컵을 현장에서 지켜봤고 현재는 고향인 포천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축구센터를 직접 운영하며 초중고 선수들을 육성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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