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플 - ‘아이러브 베이스볼’ 김석류 아나운서
한달동안 출장…28연전 뛰며 구장 소식 전달
‘여자가 뭘 안다고 귀찮게 해’라는 시선도 받아

생생한 현장 에피소드 하루 2시간 자며 책으로
[이브닝신문/OSEN=백민재 기자] 야구는 남자들의 세계였다. 술 취한 관중들은 경기 중 고래고래 욕설을 내뱉거나, 단상 위로 올라가 난동을 부렸다. 응원이 격해지면 소주병과 컵라면이 날아들기 일쑤였다. 시간이 흘러 야구장의 풍경도 많이 바뀌었다. 여성 관중들의 수도 크게 늘었다. KBS N 스포츠 ‘아이러브 베이스볼 시즌2’의 김석류 아나운서는 “2007년 처음 야구장에 갔을 때만 해도, 온통 남자들뿐이었다”고 말한다. 야구가 뭔지, 도루가 뭔지도 몰랐던 그녀는 이제 ‘야구장의 여신’으로 불린다. 그리고 지난달, 야구 입문서 ‘아이러브 베이스볼’을 냈다.
-월드컵 시즌이라 야구 열기가 다소 줄었다.
▲관중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야구팬들은 계속 야구를 보신다. 월드컵과 시간대도 다르고. 야구도, 축구도 잘 됐으면 좋겠다. 우리나라 대표팀이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도 내고, 그 열풍이 K리그로 이어졌으면 한다.
-요즘은 야구장에 직접 나가지 않는데.
▲예전에는 지방출장이 많아 힘들었는데, 지금은 스튜디오에만 있으니까 조금 답답하기도 하다. 지난해에는 한 달 동안 출장만 다닌 적도 있다. 28연전을 뛴 거다. 한 여름에는 정말 힘들었다. 스튜디오에서 하는 방송도 물론 저에게는 소중한 일이다. ‘아이러브 베이스볼 시즌2’ 시청자들은 무엇보다 그날의 경기를 보고 싶어 한다. 짧은 시간에 4개 구장 소식을 전하는 것에 가장 신경을 많이 쓴다. 이제는 경기가 없는 월요일에도 뭔가 말을 해야 할 것 같다.(웃음)
-책 ‘아이러브 베이스볼’에는 고생담이 절절하다.
▲아버지는 다 읽고 울컥하셨다고 하더라. 그렇게 힘들게 일했는지 몰랐다고. 처음에는 “여자가 뭘 안다고 와서 귀찮게 하느냐”는 시선도 받았다. 어떤 선수는 인터뷰할 때 “아까 그게 무슨 상황이었죠?”라며 되물어 보기도 하고. 공을 던져보지도, 배트를 들어본 적도 없으니 선수들에게 “왜 그 순간에 병살을 치셨느냐”고 묻기가 당연히 힘들다. 최대한 건방져 보이지 않기 위해 애썼다.
-야구 입문서인데 본인 사진이 많다.
▲사진을 너무 많이 넣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웃음). 사실 책을 낸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야구를 전혀 모르던 분들도 저처럼 좋아할 수 있기를 원했다. 나머지는 3년 동안의 저의 모든 것을 담고 싶었다. 평생 제가 가지고 갈 보물 같은 책이기에, 사진에 욕심을 냈다. 각 구단의 선수들 유니폼도 입어보고 싶었고. 입문서이지만, 야구를 아는 분들이 봐도 몰랐던 이야기가 분명 있을 것이다.
-책의 반응이 좋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렇게 말랑말랑한 야구 책이 없었기 때문 아닐까. 야구와 재미있는 현장 에피소드를 첨가한 것에 대해 공감하신 것 같다. 쓰면서 사실 힘들었다. 잠을 2시간 밖에 자지 못하기도 했고. 그런데 그렇게 몰두하던 시간이 끝나고 나니 또 그립다. 출산 후유증이 이런 건가 느껴질 정도다.
-본인은 실제로 어느 팀을 좋아하나.
▲다들 믿지 않으시는데, 정말 8개 팀을 다 좋아한다. 약한 팀에 오히려 정이 가는 편이다. 처음에는 롯데의 매력에 빠졌었다. 부산 출장을 갔을 때, 시민들의 열광적인 야구사랑에 충격을 받았다. 지금은 롯데뿐만 아니라 야구 자체를 사랑하게 됐다.
-그 동안 야구선수들과 스캔들도 많았는데.
▲이제는 스캔들이 나지 않는다. 그게 또 서운하더라(웃음). 처음에는 야구장에 여자가 돌아다니니까 선수들이 신기하게 생각했고, 인터뷰만 해도 스캔들이 났다. 지금 한창 활동하는 선수들은 88년생, 89년생들이다. 제가 83년생이니까, 정말 남동생을 아끼는 누나의 마음이다. 김현수, 양현종, 강민호…. 모두 아끼는 동생들이다. 다들 바빠서 자주 만나지도 못한다.
-처음부터 스포츠 아나운서가 목표였는지.
▲꿈은 쇼핑호스트였다. 딱딱한 뉴스보다는 대본이 없고, 생동감 있는 방송을 하고 싶었다. 쇼핑호스트 준비 차 아나운서 학원을 다녔는데, 덜컥 아나운서 시험에 합격해버렸다. 생각해 보니 제가 추구하던 방송이 스포츠와 딱 맞더라. 공중파 아나운서 시험을 보라는 권유도 많이 받았지만,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야구장의 여신이라 불리는데.
▲여신이 아니라 여시다(웃음). 사실 저는 예쁘지 않고, 끼도 없다고 생각한다. 방송 리포트는 자신 있지만 노래나 춤, 연기는 정말 손발이 오그라든다. “자연미인은 아니어도 자연인”이라고 이야기하고 다녔다. 성형수술을 한 적도 없고, 쌍꺼풀도 짝짝이다. 그런데도 ‘쌍꺼풀 수술 망했다’는 악플이 달리더라. 처음에는 속상했는데, 지금은 웃어넘긴다.
-대시한 야구선수도 있다고 들었다.
▲야구선수들은 정말 매력적이다. 하지만 제가 이 일을 하는 만큼, 절대 야구선수와 연애를 위한 연애는 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운동선수들은 승부욕이 강한만큼 연애도 적극적이다. 그런데 그만큼 포기도 빠르시더라(웃음). 개인적으로 여자는 10번 찍으면 넘어가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스포츠 말고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요즘 그 부분을 고민 중이다. 살면서 저 자신을 위한 시간을 한 번도 가져보지 못했다. 취미도 없고, 이것 말고 좋아하는 게 뭐냐고 물어보면 할 말이 없다. 요즘은 스포츠 말고 즐길 수 있는 게 뭔지 찾으려 한다.
-야구 전문 아나운서로 알려져 있다.
▲지금은 야구를 많이 하고 있지만, 저는 스포츠 아나운서다. 배구, 탁구, 테니스, 씨름 소식도 전한다. 축구 프로그램인 ‘띠아모 세리에A’ 진행할 때 받은 축구 팬들의 사랑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회사에 소속돼 있으니 제가 종목을 마음대로 정할 수 없는 입장이다. 그러니 다른 스포츠를 중계한다고 너무 미워하지 않으셨으면 한다.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저는 행운아라 생각한다. 아무것도 모르던 사람이 스포츠를 알게 되고, 삶의 목표가 생겼으니까. 어떠한 삶을 살더라도, 스포츠와 관련된 일을 하며 살고 싶다. 그리고 욕심일지 모르겠는데, 스포츠와 관련된 또 다른 책을 써 볼까 생각 중이다. 일본에서 한국야구에 대한 책을 내는 것도 계획하고 있다. 한일 야구 교류의 역사는 무척 깊은데, 그것을 다룬 책은 보지 못했다. 늘 사람들에게 기분 좋은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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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동호(드가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