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태의 WC 돋보기]'막강' 브라질도 기본 전술은 '선 수비 후 역습'
OSEN 조남제 기자
발행 2010.06.29 09: 48

[6월 29일 브라질-칠레(16강전), 요하네스버그]
 
브라질과 칠레의 경기를 지켜보면서 브라질과 북한의 경기가 떠올랐다. 칠레는 화끈한 공격축구로, 북한은 촘촘한 수비축구로 브라질에 대항했다. 결과는 모두 브라질의 승리였다. 결론적으로 극단적인 수비축구와 공격축구로는 브라질을 막을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맞불 작전으로 브라질을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은 팀도 딱히 보이지 않는다. 아르헨티나 정도가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아르헨티나의 수비력으로 브라질의 공격력을 막아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물론 독일 등이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자신의 페이스로 경기를 끌어간다면 브라질을 고전하게 만들 수 있을지 모르지만 브라질의 템포를 90분 내내 흩뜨릴 수 있을지도 역시 의문이다. 브라질을 상대로 멋진 경기를 할 수 있는 전술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브라질을 이길 수 있는 필승 전술은 떠올리기 쉽지 않다.
그만큼 브라질은 약점이 없는 팀이다. 브라질의 둥가 감독은 수비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공격력을 유지했다.
브라질은 10명의 선수 중 누가 골을 기록했다고 해도 납득할 수 있을 정도의 막강한 공격력을 자랑하긴 하지만, 그 중 탄탄한 4백 수비와 질베르투 실바의 압박, 루이스 파비아누, 호비뉴, 카카의 유기적인 공격력에 마이콘의 오버래핑 정도로 브라질을 특징지을 수 있다.
아르헨티나와는 다르게 탄탄한 수비력이 뒷받침된다는 것은 경기의 흐름을 자신의 페이스로 끌고 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믿기 어렵겠지만 둥가 감독의 전술은 '선 수비 후 역습'이다. 먼저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자신들의 흐름대로 경기를 끌어가면서 그 후에 공격에 비중을 둔다. 다만 카카, 호비뉴, 파비아누로 이어지는 그 공격력의 강도가 너무 세기 때문에 공격 축구로 보일 뿐이다.
브라질의 2번째 득점은 브라질 3각 편대의 위력을 여실히 보여줬다. 호비뉴와 카카에 의해 이어진 패스를 파비아누가 골로 연결지었는데 이런 식의 공격은 알고 있다고 해도 막을 수 없을 정도로 위협적이다. 수비만 해서는 브라질을 막을 수 없는 이유다.
결국 브라질을 90분 내내 무득점으로 묶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브라질을 이길 가능성이 있는 팀은 브라질의 4백과 질베르투 실바의 압박에 맞서 득점을 노릴 수 있는 공격 패턴을 보유한 팀이라 할 수 있다. 메시를 앞세운 파상 공세의 아르헨티나와 빠른 역습을 골로 연결 짓는 능력이 탁월한 독일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칠레는 3-3-4에 가까운 극단적인 공격 축구를 보였다. 비엘사 감독으로서는 에스트라다, 폰세, 메델 등의 결장이 아쉬웠을 것이다. 칠레는 전반적인 연령이 20대 중반으로 젊은 팀이기 때문에 다음 월드컵이 더욱 기대되는 팀이다. 이 멤버가 4년간 호흡을 맞추면 조직력은 저절로 갖춰지게 되고, 그것은 수비력의 안정으로 이어질 것이다. 칠레의 공격력에 수비력까지 가미되면 매우 위협적인 팀이 될 것이다.
전통적으로 월드컵을 개최하는 대륙 팀이 강세를 보여왔음을 감안하면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칠레는 그 절정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월드컵은 유독 수비 축구를 선호하는 팀이 많은데, 이렇게 극단적인 공격 축구를 선사했다는 것만으로도 칠레는 이번 남아공 월드컵의 재미에 한 몫을 담당했다고 할 수 있다.
우승후보 0순위인 브라질의 명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경기이고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이 그 누구보다 기대되는 칠레의 가능성을 보여준 화끈한 경기였다.
 OSEN 해설위원(FC KHT 김희태축구센터 이사장, 전 대우 로얄스 및 아주대 명지대 감독)
<정리> 김가람 인턴기자
<사진> 요하네스버그(남아공)=송석인 객원기자 song@osen.co.kr
■필자 소개
김희태(57) 해설위원은 국가대표팀 코치와 대우 로얄스, 아주대, 명지대 감독을 거친 70년대 대표팀 풀백 출신으로 OSEN에서 월드컵 해설을 맡고 있습니다. 김 위원은 아주대 감독 시절 서울기공의 안정환을 스카우트했고 명지대 사령탑으로 있을 때는 타 대학에서 관심을 갖지 않던 박지성을 발굴해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로 키워낸 주역입니다. 일간스포츠에서 15년간 해설위원을 역임했고 1990년 이탈리아 대회부터 2006년 대회까지 모두 5차례의 월드컵을 현장에서 지켜봤고 현재는 고향인 포천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축구센터를 직접 운영하며 초중고 선수들을 육성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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