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7일 네덜란드-우루과이(4강전), 케이프타운]
이번 남아공 월드컵의 특징은 기복 없는 축구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 화려한 공격축구나 개성있는 플레이보다는 탄탄한 조직력과 높은 볼 점유율을 앞세워 경기를 자신의 페이스로 끌고 간 팀이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

네덜란드 역시 조직력을 앞세운 팀이다. 브라질을 꺾으면서 그 기세가 절정으로 오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네덜란드는 월드컵서 항상 우승후보로 주목받으면서 토너먼트의 벽을 넘지 못했는데 이번 대회에서는 그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조별리그에서는 팀의 전체적인 수준에 비해 날카로운 공격력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로벤이 살아나면서 180도 달라졌다고 할 수 있다.
네덜란드는 조별리그까지만 해도 선수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위치를 지키는 정적인 스타일이더니 토너먼트를 치르면서 전반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공격수인 반 페르시, 로벤, 카윗 등이 폭넓게 위치를 바꿔가며 상대 수비진을 흔드는데 모두 한 방의 슈팅 능력이 있는 만큼 이렇게 동적인 움직임은 상당히 효과적이다.
네덜란드는 토틀사커의 원조답게 4-2-3-1의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팀 전체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면서 수비 시에는 공격수들의 수비 가담, 공격 시에는 수비수들의 서포트가 활발해 상대팀이 어떤 전술을 구사하든 언제나 자신들의 스타일대로 플레이를 구사할 수 있다.
이렇게 왕성한 기동력을 보이면서도 선수들이 포메이션의 균형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공수 전환이 빠른 속도로 이뤄질 수 있다. 게다가 네덜란드는 템포 조절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볼 점유율을 높이면서 그들의 페이스로 경기를 끌고 나갈 수 있고 90분 내내 기복이 적은 선 굵은 축구를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로벤이 복귀한 이후 네덜란드의 공격력이 살아나고 있는데 이는 로벤이 저돌적이고 돌파력과 볼 키핑력을 갖추고 있을 뿐더러 패스 타이밍도 좋고 득점력까지 지니고 있어 팀에 동적인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우루과이는 한국과 16강전서 2골을 넣은 수아레스의 공백이 아쉬웠다. 네덜란드의 수비는 공간 차단이 특징인데 슈팅 능력과 순발력, 왕성한 활동량을 갖추고 있는 수아레스가 있었다면 막아야 할 범위 자체가 훨씬 넓어졌을 것이다.
평소 3톱을 앞세운 공격력을 자랑하던 우루과이는 수아레스의 빈 자리를 공격수가 아닌 미드필더로 채워 4-4-2의 전술을 들고 나왔다. 미드필더를 한 명 더 강화한 만큼 우루과이는 강한 압박 수비를 선보였다. 이러한 전진적인 압박 수비로 인해 인터셉트에 이은 속공 찬스가 몇 차례 있었지만 포를란과 카바니 두 명의 공격수로 네덜란드를 뚫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보였다.
일반적으로 조직력이 강한 수비진을 깨는 방법은 방향 전환을 통해 공격 각도를 달리하든가 순간적인 빠른 공격으로 진행하며 템포에 변화를 주는 것이다. 우루과이는 주로 짧은 패스로 수비진을 교란시키며 공격을 진행했으나 네덜란드가 상대 공격수를 따라다니기 보다는 공간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수비진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공격이 효과를 보지 못했다.
앞서 말했듯 수아레스와 같은 공격수가 한 명 더 있었다면 네덜란드의 수비진이 커버해야할 범위가 넓어지기 때문에 경기의 양상이 달라졌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수아레스의 퇴장으로 인해 4강에 진출할 수 있었던 우루과이로서는 이번 대회에서 그들이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의 활약을 펼쳤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포를란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득점왕 출신답게 멋진 골과 위협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이날 경기는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네덜란드는 약 1700만 명, 우루과이는 350만 명 정도로 인구가 적은 나라다. 네덜란드, 우루과이와 같이 적은 인력풀을 갖추고 있는 나라가 이렇게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유소년 양성 시스템 덕분이라 할 수 있다.
선천적인 재능이라면 한국에도 이청용과 같은 선수가 있고 신체적인 능력이라면 차두리와 같은 선수도 있다. 네덜란드의 유소년 훈련 프로그램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우루과이 등의 남미에서도 우수한 선수는 조기에 해외로 진출할 여건을 갖추고 있다.
한국의 특수한 상황을 감안하면 유소년 선수들의 해외 진출은 쉽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한국이 장차 16강의 벽을 깨고 월드컵 우승을 노리는 국가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네덜란드와 같은 우수한 유소년 축구 훈련 프로그램 계발과 체계적인 지도자 양성 프로그램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OSEN 해설위원(FC KHT 김희태축구센터 이사장, 전 대우 로얄스 및 아주대 명지대 감독)
<정리> 김가람 인턴기자
<사진> 케이프타운(남아공)=송석인 객원기자 song@osen.co.kr
■필자 소개
김희태(57) 해설위원은 국가대표팀 코치와 대우 로얄스, 아주대, 명지대 감독을 거친 70년대 대표팀 풀백 출신으로 OSEN에서 월드컵 해설을 맡고 있습니다. 김 위원은 아주대 감독 시절 서울기공의 안정환을 스카우트했고 명지대 사령탑으로 있을 때는 타 대학에서 관심을 갖지 않던 박지성을 발굴해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로 키워낸 주역입니다. 일간스포츠에서 15년간 해설위원을 역임했고 1990년 이탈리아 대회부터 2006년 대회까지 모두 5차례의 월드컵을 현장에서 지켜봤고 현재는 고향인 포천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축구센터를 직접 운영하며 초중고 선수들을 육성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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