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1일 독일-우루과이(3~4위전), 포트 엘리자베스]
3~4위전답게 많은 골이 나온 재밌는 경기였다. 월드컵에서 3~4위전은 비교적 그 의미가 크지 않기 때문에 보통 공격적인 경기가 진행되곤 한다. 월드컵은 4년에 한 번 열리기 때문에 선수들은 항상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자세로 임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비교적 승패의 압박에서 자유로운 3~4위전에서는 선수들이 마음껏 기량을 뽐내는 공격 축구를 볼 수 있다.

우루과이와 독일 모두 이번 월드컵에서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빠른 속공을 보여줬다. 우루과이는 마지막까지 본연의 플레이를 바탕으로 승리에 강한 의욕을 보였지만 독일은 약간의 쇼맨십을 선사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대회에서 독일의 뢰브 감독이 가장 인상적인 지도자로 기억될 것 같다. 대회 전 주목받지 않았던 독일의 스쿼드로 이렇게 좋은 경기력과 성적을 낸 것에는 감독의 공로가 컸다. 뿐만 아니라 이날 경기에는 그동안 출전시간이 적었던 선수들을 배려함과 동시에 승리까지 거두면서 완벽한 유종의 미를 거뒀다.
뢰브 감독은 이번 월드컵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던 클로제, 포돌스키, 람, 노이어 골키퍼 등을 출전시키지 않고 다른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었다. 월드컵은 대부분의 선수들에게 목표이자 꿈이다.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뽑히지 않은 선수들도 실망이 크겠지만 엔트리에 들었으나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고문이라고까지 할 수 있다. 팀 분위기를 위해 마음 고생을 표현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물론 월드컵 개인 통산 최다골 경신을 노렸던 클로제는 부상의 여파가 있었기에 다른 선수들이 출전한 것 같다. 월드컵이 선수 생활의 마지막이 아닌 만큼 현명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2002년 월드컵 3~4위전에 김병지 최용수 윤정환 등이 출전하지 못해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날 독일은 선수에 대한 배려와 승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반면 우루과이는 수아레스가 복귀해 포를란, 카바니와 함께 위협적인 삼각편대를 구성했다. 승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던 우루과이는 역시 속공이 매서웠다. 특히 포를란은 프리메라리가 득점왕 출신의 위상을 확실히 보여줬다. 가나와 8강전 퇴장으로 네덜란드와 준결승에 출전하지 못했던 수아레스는 이날 경기에서 어시스트를 포함해 예상치 못했던 중거리 슈팅 등을 선보이며 좋은 활약을 펼쳤다.
우루과이의 수아레스(23), 독일의 외질(22)과 뮐러(21) 등은 20대 초반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고 앞으로 세계 축구를 이끌어갈 선수로 성장할 것이다.
외질은 게임 메이커인 만큼 동료들의 움직임에 따라 기복이 심할 수 밖에 없다. 스페인과 4강전처럼 상대 수비진이 공간을 내주지 않거나 이날 경기처럼 공격수들의 움직임이 유기적이지 못할 때는 제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세계 최고의 게임 메이커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동료들이 좋지 못한 움직임을 보일 때라도 그들의 진짜 실력을 끌어내야 한다.
아직 나이가 어려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모습까지는 보여주지 못했지만 독일이 한 번 흐름을 탔을 때는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4강 진출을 이끌었다. 일단 개인적인 기량 및 전술적인 이해도 등은 완벽하게 갖추고 있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더 자신감을 갖춘다면 세계 최고의 게임 메이커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뮐러와 수아레스는 저돌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두 선수 모두 볼이 없을 때 움직임이 상당히 좋고 볼을 트래핑하는 순간부터 공격적인 성향을 드러낸다. 이러한 움직임에 기본기까지 갖춰진다면 상대 수비진으로서는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뮐러가 이날 넣은 골 역시 슈바인슈타이거가 슈팅하는 순간 문전으로 쇄도해 들어갔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수아레스는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순도 높은 득점력을 보였다는 것만으로도 그의 장래는 기대할 만하다. 게다가 타겟형 스트라이커가 아니라는 면에서 전술적 활용도가 높기 때문에 빅 리그의 어느 팀에서든 노릴 만한 선수이기에 더욱 그렇다.
독일로서는 공격에 욕심을 내면서 팀의 전반적인 균형이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양 팀 모두 화끈한 공격축구를 바탕으로 펠레 스코어를 연출하며 재밌는 경기를 선사했다.
2010년 남아공 대회는 예외였지만 흔히 월드컵 4강에 진출한 팀 중 1팀은 다음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지 못하는 징크스가 있다. 다음 월드컵에서도 이 징크스를 깨고 두 팀 모두 멋진 활약을 펼쳐주기를 기대한다.
OSEN 해설위원(FC KHT 김희태축구센터 이사장, 전 대우 로얄스 및 아주대 명지대 감독)
<정리> 김가람 인턴기자
■ 필자 소개
김희태(57) 해설위원은 국가대표팀 코치와 대우 로얄스, 아주대, 명지대 감독을 거친 70년대 대표팀 풀백 출신으로 OSEN에서 월드컵 해설을 맡고 있습니다. 김 위원은 아주대 감독 시절 서울기공의 안정환을 스카우트했고 명지대 사령탑으로 있을 때는 타 대학에서 관심을 갖지 않던 박지성을 발굴해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로 키워낸 주역입니다. 일간스포츠에서 15년간 해설위원을 역임하면서 1990년 이탈리아 대회부터 2006년 대회까지 모두 5차례의 월드컵을 현장에서 지켜봤고 현재는 고향인 포천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축구센터를 직접 운영하며 초중고 선수들을 육성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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