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한 '천재' 이윤열, 광안리를 꿈꾼다[와이드 인터뷰]
OSEN 고용준 기자
발행 2010.07.23 16: 36

프로리그가 생긴 뒤 한 순간도 잊은 적이 없는 꿈의 무대 '광안리'에 서는 것이 드디어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 데뷔한 지 어느덧 10년이 훌쩍 지나가 이제는 '노장' 소리를 듣는 '천재' 이윤열(26, 위메이드)의 대망이 눈 앞으로 다가왔다.
2000년 itv '고수를 이겨라' 를 통해 데뷔한 이윤열은 데뷔 초기부터 '천재 테란'으로 그 이름을 날렸다. 스타리그 3회 우승으로 '골든 마우스', MSL 3회 우승으로 '금배지'를 받으며 '본좌'로 이름을 떨쳤다. 한때 적수가 없어 '무적'으로 군림하던 시절도 있었고, 기나긴 부진의 터널에 빠지며 선수 생명의 부침을 겪어야 하는 순간도 있었지만 그가 한 순간도 잊은 적이 없는 꿈은 e스포츠 최대 축제이자 성지로 불리는 광안리에 서는 것이었다.
열정이 살아나자 실력도 덩달아 회복하기 시작했다. 전성기 시절과 비교하면 부족함이 있을지 모르지만 프로리그 2009~2010 시즌 5라운드 오뚜기처럼 일어서면서 5승을 기록했다. 아울러 그 뿐만 아니라 모든 이가 기다렸던 프로리그 통산 100승의 금자탑을 이뤘다.

이윤열이 특별한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 아직 넘어야 할 관문이 두 개나 남았지만 이미 마음은 광안리 무대에 올라가 있었다. '천재 테란' 이윤열을 만나봤다.
▲ 한 번 바뀐 강산, 이제는 가야 할 곳 광안리
10대의 앳된 소년에서 이제는 어엿한 20대 중반 청년이 된 그에게 세월이 주는 무게감은 느낄 수 없었다. 언제나 한결같이 한 곳을 바라보고 있는 '거목'의 느낌이 강했다. 10년간 선수생활 중 개인리그서 누릴 수 있는 영광은 모두 누렸던 그도 한 가지는 해내지 못한 게 있다.
바로 광안리 무대에서 경기. 이벤트전인 올스타전이 아니라 모든 프로게이머들이 갈망하는 무대인 프로리그 결승전 무대서 우승 트로피를 번쩍 들어오리는 꿈이다.
"친구인 (이)창훈(26, 은퇴)이가 '광안리는 장난이 아니다'라는 말을 했다. 그래도 너무나 부러웠다. 아직 서보지 못한 무대인 광안리에 설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 또 차려진 밥상을 먹기는 싫다.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같이 차려서 맛있게 멋진 추억을 남기고 싶다. 맛있게 차릴 자신도 있고, 맛있게 먹고 싶다".
지난 10년에 대해 이윤열은 "잘 버텨왔다"며 수줍게 웃었다. 그는 "10년이면 강산이 바뀌는데 나름대로 잘 버텨왔다고 생각한다. 팬들께서 영광스럽게도 '전설'로 불러주시니 이만하면 '이미지' 관리도 잘한 것 아닌가. 지금 내가 하는 모든 경기가 기록이 된다는 생각도 나를 기분 좋게 해준다"고 지난 10년을 돌아봤다.
'불씨' '열망' '열정'은 그가 좋아하는 단어. 부진했던 2008~2009시즌의 악몽을 말끔하게 털어내고 2009~2010 시즌 막바지 살아난 기세에 대해 그는 "운이 좋았다"며 겸손하게 말한 뒤 "그냥 불씨를 태웠다.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후배들에게도, 팬들에게도 이윤열이 자신있게 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열심히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감도 많이 찾았다. 특히 (전)상욱이가 팀에 합류한 것은 나에게 큰 도움이 됐다. 상욱이에게 많이 배운다"며 후배 전상욱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이어 그는 "명예를 얻고 돈도 많이 벌었다. 내성적인 성격도 밝게 바뀌고 무엇보다도 팬들의 사랑을 받은 건 너무나 감사한 일"이라며 "친구들이 즐기고 있는 학창생활과 대학생활 등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은 잃었다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아쉽지만 후회는 없다"고 덧붙였다.
▲ '본좌' 이윤열과 화려한 부활
e스포츠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한 번 들을 법한 소리가 바로 '임이최마' 본좌라인다. 임요환 이윤열 최연성 마재윤으로 이어지는 최고 선수를 일컬는 말. 역대 본좌 중 두 번째 위치에 서 있는 이가 이윤열이다.
2006년 신한은행 스타리그 시즌2 우승으로 골든마우스, 2007 신한 마스터즈 우승으로 다시금 최고 선수 반열에 올라섰지만 이윤열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 '머머전'으로 불렸던 라이벌 '괴물' 최연성과의 센게임MSL 결승전과 마재윤과 혈전을 치렀던 신한은행 스타리그 시즌3 결승전을 꼽았다. 두 결승전 경기 결과는 2-3, 1-3 패배였지만 최고의 정점을 찍고 치른 경기에 대해서 승패에 상관없이 회상에 잠겼다.
2007년 신한마스터즈 우승을 기점으로 점차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그는 2010년 3월 다시 한 번 반전의 기회를 스스로 잡았다. 바로 세계 굴지의 항공사로 성장하려고 하는 대한항공과 CF 계약이 그를 다시 달리게 만들었다.
"목표가 희미해져 가고 있었다. 뭔가 동기부여가 필요했는데 대한항공 CF였다. 비록 예선전을 통과하지는 못했지만 다시 열심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됐고, 다시 달리게 된 동기부여도 됐다. 그 때 열심히 하는 마음이 지금까지 이어진 것 같다. 계속해서 더 보여드리고 싶다".
그에게 프로리그 통산 100승에 대한 질문을 빼 놓을 수 없었다. "100승을 한때 포기한 적도 있었다. 100승을 한 지금은 다르다. 열심히 해서 이기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102승, 103승, 104승을 올린다면 더욱 기쁠 것 같다. 1승 1승이 이렇게 소중한 줄 몰랐다".
▲ 스타크래프트2로 세계적인 월드스타의 탄생을 기원
오는 27일 글로벌 게임대작인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스타크래프트2'가 전세계에 동시 발매된다. 스타크래프트의 대표 프로게이머인 이윤열 역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정말 2가 잘됐으면 좋겠다. 물론 1도 잘됐으면 한다. 세계적으로 e스포츠 붐이 일어나서 e스포츠 시장이 한층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흥행이 되면 김연아 선수처럼 e스포츠 선수들도 세계에서 인정받는 스타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각도 좋아질 거라고 믿는다. e스포츠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많은 이들이 환호해주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이어 그는 "내가 '2'를 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잘 모르겠다. 군대 문제가 마무리되지 않아 섣부른 약속은 힘들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윤열을 믿어준 팬들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항상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뛰겠다".
scrapper@osen.co.kr
<사진>김영민 기자 ajyo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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