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수 얘기 물으면 '입닫는' 유해진 왜?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0.08.21 08: 49

한여름 무더위에 숨이 턱턱 막혀오는 어느 날 삼청동 한적한 카페에서 배우 유해진을 만났다. 그의 새 영화 '죽이고 싶은' 개봉을 앞두고다.
배우로서 유해진은 여러 얼굴과 이미지로 대중에 각인된 지 오래다. 마치 '십검'의 중국 배우마냥 순식간에 탈을 바꿔쓰며 관객을 만났다.
때로는 밉지 않은 건달('공공의 적')이거나 도박꾼('타짜')으로, 그들을 쫓는 경찰('광복절 특사')이었다가 군수('이장과 군수')까지 출세하나 싶었더니 초랭이란 이름의 개('전우치)도 되고 신들려 개거품을 무는 촌부('이끼')로 변신했다.

배우 유해진은 스크린을 통해 늘 친숙하게 만날 수 있으니 그 속에 감춰진 인간미가 궁금했다. 어떤 남자일까.
유해진은 솔직한 남자다
ㅡ 겸손하다는 주위의 평에 대해 그는 부담스러워하고 때로 역정을 낸다. 그냥 자기 식대로 살뿐이라는 강변이다. 그런 모습이 외부에는 더 겸손을 떠는 것처럼 비춰졌을지 모를 일이다.
사실 유해진은 겸손하다기 보다 솔직한 남자로 느껴진다. 그냥 가식없이 말하고 거짓없는 인생을 살아갈 뿐이다. '배우란 어떤 의미냐'고 물으면 "생계를 위한 것이며 사실 그것만큼 중요한 게 어딨냐"고 답한다. 맞는 말이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연극에 반해 배우의 길로 들어선 뒤 오랫동안 춥고 배고픈 무대 생활을 전전했던 그의 지난 날을 돌이키면 고개가 끄덕거려진다.
'저에게 연기란..'을 놓고 철학적으로 포장하거나 미사려구로 포장해서 말하지 않는다. 그에게 인생이란? "행복을 목표로 살아가는 데 그럴려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필요하죠. 돈을 벌게 해주는 게 연기인데..연기를 통해서 물론 행복을 느끼지만 아름다운 수식어로 얘기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유해진은 절약하는 남자다
ㅡ연극배우 출신으로 스크린 스타가 된 배우들을 만나면 십중팔구 눈물 젖은 빵의 사연을 얘기한다. 유해진도 예외는 아니다. "춥고 배고픈 시절이 길었다. 그래도 영화 쪽에 진출하면서 다만 얼마라도 출연료를 받았다. 통장에 돈이 들어온다는게 정말 신기했고 이 돈을 받아도 되는 건가, 잘못 들어온것 아닌가 의심까지 들었다"고 했다.
꽃무늬 남방을 입고 경찰서 취조실에서 나이프로 손가락 돌려찍기를 과시했던 그 건달, '공공의 적' 용만 역으로 유해진은 일약 '영화배우'가 됐다. 그럼에도 "생활은 안됐다"고 한다.
 "(출연료라는 게) 올라갈 때는 아주 천천히 올라간다. 그런데 떨어질 때는 갑자기 뚝 떨어진다. 벌이도 일정치 않아서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되기 마련이다. 공과금 내야지 얼마 꿍쳤다가 전세 마련해야지. 지난해에도 몸은 무척 바빴는데 벌이는 얼마 안됐다"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래서 검약하는 게 몸에 밴 유해진은 아직까지 명품과 거리 먼 인생을 살고 있다.
유해진은 마음 약한 남자다
ㅡ 유해진이 자신에게 주는 선물은 1년에 한번 씩 짧은 여행을 떠나는 정도다. 그 외의 시간은 작품을 기다리고 준비하다 캐릭터에 몰입하는 배우로 살아간다.
"시간이 흐를수록 배우에게는 (쉬는 기간을)어떻게 기다리는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차도 오래 세워두면 방전되지 않냐. 하고 싶은 역할을 만났을 때 제대로 연기할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려면 연기자는 연기를 하고 있는게 최고다. 그러니까 자기가 하고 싶은 역할이나 작품만 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이 작품 저 작품을 하다보면 또 좋은 작품을 만나게 되는 게 바로 기다림의 미학"이라고 했다.
그렇다보니 그의 영화이력에는 건달이나 광대, 심지어 인간 되기를 꿈꾸는 개라든지 선뜻 결정하기 힘들었을 배역들이 많았다. '악역이 많았다'고 질문하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악역은 사실 아니었죠. 배역들을 잘 맡은 덕분이기도 하지만 양아치라도 그 속을 들여다보면 인간적인 역할들이었요. 진짜 악역은 토지 때 딱 한번인가. 서희를 죽일려고 해서 그런데 사실 되돌아보면 진짜 나쁜 사람은 아니었지않나요. 악역을 하다보면 이 놈도 하고 싶어서 이 짓을 하겠냐, 먹고 살기 위해서 이 짓을 선택한건데 이런 마음으로 연기를 하다보니 제 악역들은 정말 악역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네요."
그는 악역도 선한 인물로 탈바꿈시키는 마음 약하고 착한 남자임에 틀림없다.
유해진은 173cm 키, 몸짱은 아니올시다
ㅡ'유해진의 키'가 주요 포탈들의 주요 검색어에 오른 적이 있다. "173cm, 아니 172.9cm일지도 모르지만 재면 173cm예요. 아! 저도 루저인가요?(웃음)"
차승원과 함께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 몸 만들기 프로젝트에 도전했던 당시의 그는 시청자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근육질의 몸짱을 자랑했다. 그런데 최근 개봉했던 '이끼' 속 그는 영락없이 군살 통통하게 오른 시골 아저씨 몸매다. 살을 찌우고 빼고, 설경구와 김명민처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못했지만 그의 신체는 고무풍선이나 다름없다.
"살 찌우는 거요? 촬영 끝나고 술먹고 그냥 자면 됩니다.다음날 그냥 자면 됩니다. 제가 (설)경구 형처럼 그렇게 독하게 한 것도 아니고. 그냥 하면 되 거예요. 그리고 유산소 운동을 좋아하지 헬스를 좋아하지는 않아요. 몸짱이라니 몸둘바를 모르겠네요.(웃음)"
에필로그
유해진과 김혜수의 사랑 이야기가 요즘 화제다. 하지만 이 부분은 배우 유해진이 꺼리는 부분이다. 사생활이니까. 그리고 상대에 대한 배려니까.
 "내성적이고 낯을 많이 가렸는데 많이 나아진겁니다. 촬영 현장에서도 상당히 폐쇄적이었는데. 이제 나도 날 덜 괴롭히면서 살자 이거죠."
이렇게 변한 유해진이 김혜수 얘기를 묻지않은 기자에게 선물을 줬다. 아직 공개하지 않은 비밀 얘기라며. "제가 칸에 사비로 간 적이 있어요. 개막하고 한 일주일쯤 지난 뒤라 벌써 레드카펫을 정리하고 있더라고요. 그 주위에 (톱스타들의) 손도장들을 찍어놓은 장소가 있었는데 그 위에 제 손 올려놓고 셀카로 한 장 찍어왔어요. 제가 언제 칸에 올 기회가 있겠냐 이거죠."
김혜수는 오랜 기다림 끝에 참 좋은 남자를 골랐다.
mcgwire@osen.co.kr
<사진> 김영민 기자 ajyo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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