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연속 50도루'이대형, "타격 슬럼프 탈출이 먼저"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0.09.02 07: 09

보통 무언가를 훔치는 사람에게는 박수를 보내기보다 비난을 한다. 때론 벌도 받는다. 그러나 야구에서만큼은 예외다. 가장 많이 베이스를 훔치는 선수에게 '대도'로 인정해 도루왕 상까지 준다.
'슈퍼소닉'이대형(27, LG 트윈스)의 양발에 터보 엔진이 다시 작동하기 시작했다. 이대형은 1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0CJ마구마구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전에 9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장해 0-0으로 맞선 3회초 1사 후 상대 선발 라이언 사도스키로부터 볼넷을 골라 나갔다.
전날 잠실 넥센전에서 시즌 49호 도루를 성공 시키며 롯데 김주찬(29)과 도루 부문 공동 1위에 오른 이대형. 이날은 김주찬이 보는 앞에서 보란 듯이 50호 도루를 기록하며 한국프로야구 최초로 4년 연속 50도루를 달성함과 동시에 시즌 도루도 1위에 복귀했다.

오랜만에 선발 출장해 대기록을 완성한 이대형은 경기 후 "4년 연속 50도루를 성공해 기분은 좋다. 그러나 기록보다 그 동안 다치지 않았다는데 더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며 "부상 없이 여기까지 온 것에 만족한다"고 말하며 가벼운 웃음을 지었다.
그의 웃음 속에는 많은 여운이 감돌았다. 이대형은 올 시즌 타격폼에 변화를 줬다. 지난해처럼 공을 맞추며 1루 베이스쪽으로 뛰는 타격폼을 버리고, 보통 타자들처럼 완벽한 타격 매커니즘을 바탕으로 스윙을  시도했다.
효과는 있었다. 이대형은 5월 타율이 3할6푼2리를 기록하며 한때 타율을 3할3푼까지 끌어 올렸다. 최다안타도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출루율도 높았던 만큼 도루 부문에서는 말할 것도 없이 압도적으로 1위를 달렸다. 타구의 질 뿐 아니라 비거리도 훨씬 길어졌다.
그러나 타격 슬럼프 앞에 장사는 없었다.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체력도 조금씩 떨어졌다. 균형 잡힌 타격 밸런스는 무너지며 오른쪽 엉덩이가 일찍 열리며 상체가 일찍 열렸다. 잘 맞지 않자 지난해 타격 습관이 자연스럽게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아무리 발이 빠른 이대형도 타격 슬럼프에 빠지며 출루 자체가 힘들어졌다. 그 사이 김주찬에서 추격을 허용해 이제는 매 경기에서 순위가 엎치락뒤치락하게 생겼다.
이대형은 지난 2007∼2009년까지 3년 연속 도루왕 타이틀을 거머쥐며 남은 15경기 여하에 따라서 4년 연속 도루왕 등극도 가능한 상황이다. 만약 그가 이번 시즌까지 4년 연속 도루왕에 오른다면 1998~2001년의 정수근(당시 두산, 은퇴)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그러나 이대형은 "1위 타이틀 경쟁을 하고 있지만 지금 팀도 그렇고, 나 역시도 타격 슬럼프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라며 "도루왕 타이틀에 욕심은 없다. 매 경기 선발로 출장해 빨리 컨디션을 회복하고 싶다"고 말했다.
LG 박종훈 감독도 이대형의 도루왕 타이틀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기본적인 것은 본인이 기록에 너무 치중한다면 도와줄 수 없다"며 "현재 타격 슬럼프로 인해 경기도 제대로 못 나가고 있지만 컨디션만 회복한다면 언제든지 도루를 할 수 있는 선수"라며 이대형에게 타격 슬럼프 극복과 동시에 도루왕 타이틀도 지키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잔여 경기 일정상 이대형은 정규시즌 15경기를, 그를 추격하는 김주찬은 한 경기가 더 많은 16경기를 남겨 놓았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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