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 '서전승리' 롯데 수비, 생각보다 강했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0.09.30 07: 48

 
수비의 완승이었다.
롯데가 지난 29일 열린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두산을 10-5로 꺾고 서전을 승리로 장식한 데에는 수비의 성공이 컸다. 공격 극대화를 위해 어느 정도 수비의 약화를 감수한 라인업을 짰지만,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성공을 거뒀다. 롯데는 수비 실책이 하나도 없었고 오히려 두산의 숨통을 끊어놓는 결정적인 호수비를 여러차례 펼치며 경기를 주도해나갔다. '롯데의 불안한 수비가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세간의 평가를 무색하게 만드는 장면들이었다.

▲ 수비요정 이대호
3루수 이대호는 자신이 왜 핫코너를 지키는 수비수인지를 입증했다. 1회 고영민의 타석 때 잔디까지 전진수비한 이대호는 강습 타구가 날라오자 몸을 날려 포구한 뒤 안정되게 1루로 송구시켜 아웃시켰다. 이 타구가 빠졌다면 작전이 걸려 내달렸던 1루 주자 이종욱이 홈으로 쇄도한 것은 당연하거니와 고영민까지 2루까지 점령해 초반 분위기를 그대로 내줄 수 있는 아찔한 장면이었다. 하지만 이대호는 우려를 불식시키는 호수비로 경기 분위기를 되가져왔다.
이대호는 2회에도 김동주의 타구를 안정되게 처리하더니 양의지의 좌익 선상 빠지는 타구까지 걷어낸 뒤 투수 출신다운 강한 어깨로 1루에 뿌리며 이닝을 종료시켰다. 침착한 타구 판단과 큰 몸집에도 긴 팔을 이용해 타구를 척척 걷어내는 모습에서는 불안함보다 안정감이 느껴졌다. 3회에도 1사 1·3루 위기에서 고영민의 타구를 처리하며 3루 주자 손시헌까지 잡아내는 협살 플레이까지 완벽하게 했다. 이날 이대호는 총 5개의 타구를 실수없이 처리했다.
▲ 안정된 연계플레이
이대호뿐만이 아니다. 이대호와 더불어 좌측 라인의 불안 요소로 지적된 좌익수 손아섭도 5회 1사 1루에서 최준석의 라인드라이브성 타구를 주저앉아 잡아내며 아웃으로 처리했다. 아주 잘맞은 타구였는 데다 정면으로 향하는 공이었지만, 피하지 않고 몸을 낮춰 공을 낚아 채며 흔들리던 송승준을 지켰다. 잘 맞힌 타구가 아웃이 되어버린 최준석은 김이 샜는지 6회에는 결정적인 병살타로 무너졌다. 호수비 하나가 경기 전체를 어떻게 흔드는가를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롯데답지 않은 유기적인 연계플레이도 돋보였다. 3회 1사 1·3루 위기에서 고영민의 안타성 타구를 이대호가 걷어낸 뒤 2루에 송구해 1루 주자를 잡았다. 이때 3루 주자 손시헌이 홈을 노렸는데, 2루수 조성환이 놓치지 않고 포수 강민호에게 볼을 뿌렸다. 강민호는 3루로 귀루하던 손시헌을 노렸고 이대호는 3루에서 볼을 받아 태그아웃시켰다. 3루수에서 2루수를 거쳐 포수 그리고 다시 3루수로 이어지는 보기 드문 더블플레이였다. 이날 전반적인 중계플레이도 유기적으로 잘 이뤄졌다.
▲ 두산 수비의 아쉬움
반면 비교우위를 점한다고 평가받은 두산은 수비는 롯데만큼 촘촘하지 못했다. 공식적으로 기록된 실책은 9회 투수 임태훈의 송구 실책밖에 없지만, 수비의 적극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내야안타만 3개나 허용했는데 3개의 내야안타가 모두 실점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두산에게는 뼈아팠다. 3루수 김동주가 2개의 내야안타를 내줬는데 공을 향해 대시하는 적극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들어야 했다. 김일권 본지 객원해설위원도 "안일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움직임이 예전 같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수비가 장기인 유격수 손시헌도 7회에는 실책성 플레이를 저지르며 동점점수를 내주는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게다가 두산은 선취점도 예기치 못한 폭투로 내줬고, 9회에는 투수 임태훈의 송구 실책에 이어 포수 용덕한의 패스트볼까지 속출하며 자멸했다. 지난해 두산이 롯데에 1차전을 내주고도 3연승으로 반격할 수 있었던 건 36이닝 무실책이라는 안정감 있는 수비의 역할이 컸다. 단순히 실수가 없는 수비만으로는 안 된다. 수비도 이제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1차전에서 롯데가 증명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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